충주 숭선사지 초대형 암거형태 배수시설 및 교각기초 발굴
토목학적·미술사적 보기드문 유구, 보존 및 정비 방안 필요

충주시 신니면 문숭리에 위치한 숭선사지(사적 제455호)에서 고려초기의 과학적 토목시설을 추정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지하 배수시설이 발견되어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발견은 충청대학 박물관(단장 장준식)에서 실시한 숭선사지 5차 발굴조사를 통해 이뤄졌으며, 그동안 2000년부터 2004년까지 4차례의 발굴조사가 이뤄진 바 있다. 이번 5차발굴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되어 이번달 14일 끝남에 따라, 지난 8일 현장에서 조사위원회를 열었다.


▲ 고려초기 고도의 토목 기술을 추정할 수 있는 충주 숭선사지 지하 배수시설의 출수구
이번 조사는 지난 4차례의 조사에서 누락된 사역의 남쪽 축대와 배수로 동쪽 지역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졌으며, 길이 64.5m에 달하는 지하 대형 배수시설과 교각기초시설이 확인됨으로써 고려초기의 건축, 토목기법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배수로는 시기별로 배수구의 위치와 모양이 바뀌었는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창건기(광종 5년, 954년) 배수로 시설이다. 이 시설은 상류부 30.8m 가량은 노출되었으나, 하류부 29m 가량은 암거형태의 배수시설로 이뤄졌다. 동서로 각각 55x40cm, 64x74cm의 입수구가 뚫려있고, 출수구는 높이 75cm, 상면 63cm, 하면 50cm인걸로 확인되었다. 이 시설은 세월의 변천에 따라 배수로가 막히면서 이후 중건과정을 통해 두차례 개보수되었다. 이 같은 지하 배수시설을 축조하게 된 것은 좁은 협곡을 보다 넓게 이용하고, 가람의 미관을 살리기 위해 배수구를 지하로 파서 건물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장준식 교수는 “이러한 형태의 초대형 암거형태 지하 배수시설은 유래가 드문 발견으로 고려초기의 토목학 기술을 추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창건 당시 이 절에 얼마나 많은 공력과 비용이 들어갔는지 가늠할 수 있다”며 설레임을 숨기지 않았다.

동쪽사역뿐만 아니라 서쪽사역에서도 지하 배수구일 것으로 짐작되는 배수시설이 남아있어 절터 전반에 걸쳐 정교하고 아름답게 건축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번 조사를 통해 고려시대 연화문 수막새를 비롯한 각종 명문기와와 고려~조선시대에 이르는 토기류, 청자편, 분청사기, 백자편 및 금속제, 옥석제류 등이 출토되었다.

조사위원회는 숭선사지의 역사적 건축사적 보존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면서 ‘고도로 발달된 배수시설과 축대 및 교각 등의 축조기법은 보고된 바가 희소하다’고 밝혔다.

또한 ‘2004년 발굴조사 이후 유적에 대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이미 조사된 유구가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속적 예산 확보를 통해 조사가 완료된 지구 등을 정비하여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 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충주시 관계자는 “이번 발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숭선사지 정비방안을 마련하여 일반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숭선사지는 어떤 절?
숭선사는 고려 태조 왕건의 셋째 부인이자, 충주 호족 유긍달의 딸이며 광종의 모후인 신명순성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절이다. 광종은 아버지 왕건을 위해 개성에 봉은사를 세웠고, 어머니를 위해 충주에 숭선사를 세웠다. 광종5년(954년)에 창건되어 17세기 중엽까지 존속 되었던 왕실발원의 사찰이다.

1-4차 발굴조사를 통해 문지, 금당지, 영당지, 탑지, 회랑지 등의 유구가 확연히 발견되었으며, 금동보살두, 금동제풍탁, 금동제와정, 꿀이 들어 있는 분청사기 장군 등이 출토되어 주목을 받고 있는 유적지다.

초창 이후 3차례에 걸쳐 중수된 것으로 추정되며, 사원배치는 전형적인 고려시대 양식을 띠고 있으며 화강암 석축기단, 석축배수로, 우물, 온돌 등이 온전히 보존되고 있어 한국 건축사 사료로서 매우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금동보살두, 금동와정, 금동풍탁 등의 유물로 미뤄보아 매우 화려하고 번성했던 절이었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신니면 문숭리 사지의 입구에는 당간지주가 남아 있어 숭선마을로 전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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