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여름, 한 달 일하고 43만원 받던 '청주대학교 청소 용역' 그녀들을 만났다. 당시 법적 최저임금조차도 받지 못했던 그녀들! 그녀들의 요구는 법적 최저임금을 받으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용역 위탁업체는 변경됐고, 기존의 업체는 그 알량한 43만원조차도 주지 않고 야반도주하듯이 도망쳐 버린 상태에서, 그 43만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노동부를 찾은 그녀들에게, 노동부는 손을 내밀기는커녕 냉소와 냉대로 그녀들을 되돌려 보냈다. 그런 처지에서 만난 그녀들과 우리는 투쟁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정말로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칸막이조차 돼 있지 않고,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공간에서 작업복을 갈아 입는 현실! 최저임금조차도 받지 못했다는 현실! 43만원이 문제가 아니라, 새로 들어온 업체가 고용승계를 거부한다는 사실! 원청인 청주대학교는 철저히 오리발을 내민다는 사실! 법적으로는 4대보험에 다 가입돼 있어야 했지만, 의료보험 하나만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

그래서 많이 울었다. 그녀들의 집회는 항상 울음으로 시작해서 울음으로 끝났다. 어느덧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에 43만원 받던 그녀들의 월급도 이제 100만원가량이 됐다. 그 기간 동안에, 조합원이던 한 분의 영전 앞에서 절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세 번이나, 고용승계 문제를 가지고, 학교와 용역위탁업체와 씨름을 해야했다. 그녀들의 눈물의 양만큼, 고용은 그럭저럭 승계됐고 임금은 최저임금 인상률에 비례해 올랐다.

우린 내일 6년 전의 그때와 마찬가지로 청주대학교 한 건물의 경비실에서 그녀들과 '도시락 점심' 약속을 잡고 밥을 같이 먹을 예정이다. 그런데, 그 밥이 제대로 편하게 넘어갈지 걱정이다.

국민을 잘 섬기는 MB 정부가 그녀들의 임금에 대해서, 재를 뿌리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동부장관이 나서서,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고 한다. 그에 발맞춰, 경영계는 현재 4000원인 최저임금 시급을 230원 깎자고 나섰다. 6월25일이면 결정된다.

그녀와 우리들은 이때쯤이면, 서울 '최저임금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양은냄비를 숟가락으로 두드려왔다. 제발 같이 먹고 살게 해달라고 하는 퍼포먼스다. 내일, 그녀들과 도시락 점심을 먹으면서 지난 6년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양은냄비, 숟가락 하나 들고 서울로 가는 얘기를 해야 한다.

그녀들과 우리는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밥 주는 곳 없고, 밥 사 먹기 아까워 도시락 까먹으며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례행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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