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자(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열흘간의 긴 잠에서 깨어났다. 어떤 이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고맙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들은 사랑한다고 말하고,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어느 대학생은 그동안 정치에 관심 없었던 점을 반성한다고, 앞으로는 꼭 투표를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갖가지 모욕과 비난, 조롱과 질투로 일관했던 자들은 거대한 민심의 물결 앞에서 납작 엎드려 침묵하며 눈동자만 굴리고 복지안동(伏地眼動)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던 사람들도 돌아와 상주노릇하며 추모하고, 유업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를 배신한 것에 대한 후회와 용서의 몸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던 사람들 또는 소극적이나마 지지했던 사람들,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사람들, 배신하고 떠났던 사람들 그리고 독설을 퍼붓던 사람들이 그를 떠나보내고서야 비로소 그가 변함없이 추구했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국민도 정치권도 하나되어 대한민국이 마치 거대한 정치교육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다시는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몇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우선 우리는 왜 이렇게 안타까워하며 슬퍼하는가? 안타까움과 슬픔의 근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가치들인 인권과 민주주의의 후퇴, 서민에 대한 배려, 소통의 막힘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현 정부와 여당이 입으로는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 무시해왔기 때문에 절망하고 안타깝고 슬픈 것이다. 촛불을 탄압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순수한 청년들을 가두고, 시민이 모여야 할 광장을 폐쇄하고, 자발적인 추모행위를 막는 행위는 지난 열흘간의 추모행렬에서 보여준 민심을 정부여당, 검찰이 외면하고 있다는 증거다.

현 정부와 여당은 민심을 잘 살피기 바란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러려면 정부는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도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과 검찰, 여당은 물론 정치권, 특히 보수언론은 겸손한 자세로 유족과 국민 앞에 뼈아픈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한다.

둘째, 지난 정부의 공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숙제로 남겨져 있다. 무조건 뒤집고, 흔들고 부정하는 행위는 이제 그만하자.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지난 정권의 공은 살리고 과를 극복하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어떠한 정치가, 어떠한 정책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정부의 기억을 지우기 위한 일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정부는 더 이상 비생산적인 곳에 돈과 인력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자신들의 부정과 실책들도 솔직하게 고백하고 다시는 그런 실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민들과 소통하기를 세상을 떠난 이도 국민도 간절히 바란다.

셋째, 정치계는 정치개혁을 통해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돈 안드는 선거문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편가르기, 패거리 정치를 쇄신하여 권력을 국민들에게 내주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힘을 쏟아주기 바란다.

대의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려 가난한 사람들의 의견과 장애인의 목소리, 노인의 뜻과 여성들의 권한을 제대로 이행해 주었으면 한다. 정치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들에게 있음을 자각하고, 또한 그것이 실현될 수 있는 제도마련과 평화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가는데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넷째,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우선 정치는 정치가가 하는 것이라는 방관자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바라는 후보를 지지하는 운동을 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정치인의 활동을 감시하고 평가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정치활동이다. 우리가 수도꼭지를 트는 순간 모든 정치활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정치란 우리의 일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다. 우리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때 권력은 국민의 것이 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이런 각오를 국민들이 다져야 한다. 다시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우리국민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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