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이어 오송단지서 사망사고 잇따라...도민들 지탄
한진중공업 현장서도 추락사망... “대기업 건설현장 이래도 되나”

최근들어 충북지역에서 공사를 하는 대기업 건설현장에서 ‘죽음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책사업을 싹슬이 하다시피 도맡아하는 일부 대기업들에게 만연한 안전불감증으로 억울한 죽음을 맞는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동자 추락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대기업들은 중상자의 병문안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인권’마저 무시한다는 비난을 사고 잇다. 충북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부 대기업 건설현장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취재했다./편집자주

현대건설,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현대건설은 ‘2007년 최악의 살인 기업’에 선정된 회사다. 당시 주최측인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측은 노동부가 산재보험 자료를 근거로 집계한 2006년 사업장별 산재사망자수 자료를 바탕으로, 건설, 제조업 부문별로 3위권에 있는 기업을 선정했는데, 현대건설이 8건에서 10명이나 사망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해에도 하청업체에서 모두 모두 6명의 사망자를 내 ‘2009년 최악의 살인기업’ 3위에 올랐다.

현대건설이 지난 2007년에 이어 또다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를 내 도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달 추락사망사고가 난 오송생명단지 공사현장 모습./육성준 기자

그러나 현대건설은 ‘2007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지 두 달만인 2007년 6월에 청주 하이닉스반도체 신축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붕괴되면서 1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냈다. 이 회사는 6개월간 최소 11차례에 걸쳐 3명이 추락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대건설에 ‘죽음의 광풍’이 주춤하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오송에서 또다시 추락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달 20일  청원군 강외면 오송생명과학단지 내식약청 A동 신축 공사현장에서 4층 거푸집 일부가 3층으로 무너지면서 작업을 하고 있던 조선족 노동자 1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은 크게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해 민주노총 충북본부가 현대건설이 오송생명과학단지 시공사임을 알고 감시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어 이번 사건의 충격은 매우 크다. 당시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하이닉스공장이 모두 완공된다 하더라도 오송생명과학단지의 시공사가 현대건설임을 알고 있기에 하이닉스공장 건설 현장보다 더욱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감시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비윤리적 기업” 도민들 지탄
그러나 현대건설측은 노동자의 과실만 주장할 뿐 안전관리 강화대책등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사고후 조선족 노동자 10여명을 색출해 쫓아내는 등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현대건설의 비윤리적인 모습은 사고당사자들에 대한 처우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지난 달 25일 척추뼈와 왼쪽 발목뼈가 부서진 조선족 노동자 K씨 가족들은 “사고가 난 날 잠깐 본 것 말고는 지금까지 병문안도 오지 않는다”라면서 “사람이 죽고 크게 다쳤는데 이렇게 무심할 수가 있느냐”라면서 울먹였다. 그런데도 현대건설의 모 직원 한 명이 수술뒤 사망한데 대해 “사고가 난뒤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병원에 갔다”면서 “병원의 수술실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라는 등 말만했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현대건설에서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는데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지난 달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다시는 현대건설과 같은 산재사고 다발 건설사가 충북지역의 건설공사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안전관리를 제대로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도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도 사망사고 
한진중공업도 지난 2월 28일 오송역사 신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김 모씨가 타워크레인에서 추락사한 비극의 회사다. 오송역사 신축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설치하던 중 노동자 김 모씨(50)가 50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것이다.

현대건설 오송생명단지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은 조선족 노동자와 가족들. 가족들은 현대건설측이 사고 이틀후에도 아무도 방문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육성준 기자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한진중공업과 관리·감독을 해야 할 발주처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하는데 힘을 쓰기보다는 사건이 확대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특히 한진중공업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여러 차례 품질관련 시정조치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과 마찬가지로 한진중공업도 국내외에서 대형 산재사고를 내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회사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비크만 자유항 조선소 현장에서 지난 1월까지 3년간 17명의 현지인 노동자들이 작업중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필리핀 상원 노동위원회가 진상조사를 나서는 등 노동자 권익 침해 논란을 겪고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는 이회사의 안전대책 부족을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9월에도 작업장에서 지게차에 치어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은 공사현장에 방음벽을 설치하지 않아 소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청원군으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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