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높은 턱’ 이동권 제약 논란
‘장애인 복지넷’은 일방통행 불통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제천시가 운영 중인 인터넷 사이트 ‘장애인복지넷’ 초기화면에 올라온 메인 슬로건이다.
하지만, 지역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장애인 복지 수준은 기대를 밑돌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제천시 명동 교차로에 볼록 튀어나온 장애물. 높이가 10㎝에 이르는 이 벽 때문에 장애인들은 교통사고의 위험을 감수하며 차도를 경유하고 있다.
지체장애 2급인 김모 씨(43·소아마비)는 “제천의 복지는 제천시만의 특색을 살린 능동적 복지 서비스를 찾아보기 힘들다. 점수를 매기자면 60점 정도에 불과하다”며 낙제점을 주었다. “대부분의 장애인 복지행정이 중앙정부의 정책에 따른 수동적 서비스일 뿐 시가 자체 예산과 판단에 따라 실시하는 관련 시책은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라며 묵은 불만을 터뜨렸다.

이는 비단 김 씨만의 생각은 아니다. 장애인 시설 등에서 접한 장애인 대다수는 제천시가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지나치게 둔감하다며 시 집행부의 시각 교정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휠체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지체장애인들에게 제천시내는 곳곳이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라며 “장애인 전용 버스 같은 것은 고사하고 장애인들이 안심하고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정비라도 돼 있으면 좋겠다”고 지적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명동교차로. 이곳은 장애인들에게 ‘죽음의 코스’로 불리고 있다. 횡단보도에 10㎝가량의 턱이 있어 장애인은 물론 자전거 이용자조차 부담을 느낄 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지체장애 1급 박모 씨(38·교통사고 후유장애)는 “이곳의 높은 턱은 현실적으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담벼락과 다를 바가 없고 무리하게 턱을 넘으려다 자칫 대형 안전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어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차도 쪽으로 돌아서 이동하고 있다”며 “얼마 전 한 지체장애인이 전동휠체어를 무리하게 작동해 턱을 넘으려다 뒷바퀴가 걸리는 바람에 꼼짝없이 갇혀 있다가 행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에 따르면 타시도에서는 장애인이 이 같은 장애물을 무리하게 건너다 휠체어가 뒤로 전복해 사망에 이른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동 휠체어의 무게는 성인 남성의 체중을 능가하는 100kg 가량에 달해 전복 시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제천시의 장애인 복지 전문 사이트인 ‘장애인복지넷’에는 장애인들이 불편사항이나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콘텐츠 자체가 구비되지 않아 장애인들의 또다른 불만거리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 장애인들은 “신체적으로 바깥 생활에 제약이 많은 장애인의 경우 인터넷을 가장 효율적인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며 “그러나 제천시의 장애인복지넷에는 시의 홍보 사항과 정부정책들이 일방적으로 게시돼 있을 뿐 그 흔한 자유게시판 하나 마련돼 있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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