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장을 끝마쳤는데도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아직도 멍 하니 머릿속이 텅 빈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슬픔 혹은 분노 같은 감정들이 뒤엉켜 뭐라 딱히 꼬집어 표현키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증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래도 우선 한 말씀, 함께 해 주신 시민여러분께 깊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기간 동안 청주 상당공원에 마련된 '시민합동분향소'에 줄잡아 4만5000여 시민들이 조문을 했고, 충북도내 전체적으로는 열여섯 곳 분향소에서 십수 만의 도민들이 분향을 했다고 합니다.

특히 상당공원 시민합동분향소는 상당공원이 생긴 이래 최대인파를 기록했다니 추모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녁시간에는 2~300미터씩 줄을 서서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린 끝에 가까스로 조문을 하지만 누구하나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조문을 마치고는 곧장 자원봉사자가 되어 일손을 도왔습니다. 자원봉사의 물결이 이어지면서 주최측이 따로 없는, 수백명의 시민과 단체들이 스스로 자원하여 분향소를 지키는 주인이 되었습니다. 어린 학생에서부터 주부,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일을 분담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어떤 이들은 돈을 내놓기도 하고, 먹을 것 마실 것을 사들고 와서 슬그머니 내놓고 이름적기를 사양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뒷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시민추모위원회의 결산보고를 보면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이 단 이틀간 1800만원이 답지했습니다. 떡과 음료, 빵, 김치, 국밥(200인분), 초와 종이컵, 생수, 컵라면, 김밥, 커피와 차, 정수기, 현수막, 차량, 차양막, 주전자, 노란리본, 한약에 이르기까지 분향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품을 들고 와서 함께 나누는 훈훈한 공동체의 모습은 바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 그것이었습니다.

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은 자원봉사자에게 추모의 말씀을 대신 적도록 하여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젖게 하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대성통곡을 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분향소를 지키는가 하면, 추모의 글 판에 빼곡히 적힌 추모 글을 꼼꼼히 읽거나 자신의 글을 적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참, 부끄러웠습니다. 처음 대책을 논하면서, 분향소를 차려 놓은들 얼마나 많은 조문객이 올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설마하니 이토록 추모의 열기가 타오를 줄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탄핵반대 촛불집회 때는 못마땅해 뭐라 하던 분들이 이번에 추모제를 마치고 나서는 수고했다는 위로의 말씀들을 주시는 데서 바보 노무현의 위대함을 새삼 느껴야 했습니다.

이제, 국민장이 끝난 지금 모든 국민의 이목은 이명박 대통령께 향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대통령께서 어떻게 하실지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말합니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국정기조를 과감히 유턴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어떤 이는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국민과의 소통은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누구의 지적처럼 쇠고기 촛불도 명박산성으로 막히고, 보궐선거 결과도 소용없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애도물결도 아랑곳 않는다면, 그 다음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여러분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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