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 소재 모 공사소속의 훈련원에서 5년간 청소일을 해오던 김씨. 그는 작년 12월31일 새로이 위탁업체로 선정된 업체의 관계자로부터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놀란 김씨는 주위 동료들의 상황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김씨를 포함해 같은 일을 하던 18명중에서 이런 통보를 받은 사람은 김씨 한 사람뿐이었다.

김씨는 억울했다. 나가서 다른 직업을 구하는 문제가 아니라, 왜 갑자기 혼자만 이렇게 버림받는가에 대한 억울함이 컸다. 김씨는 문득 공사 관리자와의 사소한 언쟁이 생각났다.

혹시 하는 생각에 새 업체의 관리자에게 물었다. 왜 본인만 버림받은지에 대해서 물었는데, 역시나였다. 새 업체의 관리자는 공사 관계자로부터 평소 근무태도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억울했다. 기존의 청소업체와 새로이 위탁을 받은 업체를 상대로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시켰다.

나는 이 심판회의에 '근로자위원' 자격으로 참여했다. 당연히 참석했어야 할, 청소업체 두 곳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심판회의는 시작됐다. 그런데 3명의 공익위원은 김씨가 일한 기간 정도를 묻는 정도만 질문하고 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뻔했다. 굳이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결과가 뻔했기 때문이다. 1년단위 계약직이고, 몇 년을 일해왔건 간에, 새로운 위탁업체가 기존의 위탁업체 노동자를 법적으로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없다는 현재의 법률 기준.

이어 또 다른 심판회의가 시작됐다. 청원군내의 모 사회복지기관. 이 복지시설은 전 이사장이 1억4000여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해고된 또 다른 여성 김씨. 그는 정황상 시설의 비리를 외부로 알렸다는 심증을 가진 이 시설재단의 보복 해고가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청인 자격의 김씨는 불참했다. 대신, 그의 대리인인 노무사가 참석했다. 공익위원들은 반발했다. 이른바 버릇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롱했다. 그녀는 복직 대신에 화해를 희망했었다. 그런데 공익위원들은 '내부비리에 대해 고발할 정도로 당당한 사람이 참석조차 하지 않고 돈으로 복직과 바꾸려는 것'으로 비하했다. 심지어 모 공익위원은 질문에서 "나 같아도 회사가 망하건 간에 내부의 일을 바깥으로 끄집어 내는 사람과 어떻게 같이 일을 하겠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1억4000여만원의 공금(사실은 국고지원금이 대다수를 차지한다)을 횡령한 재단측에 대해선 별다른 비판도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은 '재단이 정해진 징계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므로 부당해고'라는 형식적인 결론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약 5년간의 충북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 위원으로서 나의 심판사건 회의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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