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운영하고 남은 부의금으로 49제때 건립
이혜숙 청주 노사모 회장 “도민 추모열기 감사”

▲ 이혜숙 청주 노사모 회장은 청주시 강서2동 자신의 집에 49제가 끝날 때까지 조기를 게양하기 위해 태극기를 사러 나온 길에 기자와 만나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죽음과 향후 계획에 대해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추모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던 청주 상당공원에 노 전 대통령의 시대정신을 기리고, 상당공원 시민합동분향소 7일의 기록을 담은 ‘작은 비석’이 세워진다. 비석을 세우는데 드는 비용은 상당공원 분향소에 답지한 주민들의 부의금 가운데, 분향소를 운영하고 남은 500만원으로 충당하게 된다.

이혜숙 청주 노사모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장(5월29일)을 치른 뒤 이틀이 지난 6월1일 충북대 앞 한 음식점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뒤 지지자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만든 게 상당공원 분향소다. 처음에는 50~60명이 10만원씩 걷어서 분향소를 운영하려 했는데, 이렇게 애도 열기가 뜨거울 줄 몰랐다.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운영비가 남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믿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며 “어떻게 사용할까 머리를 맞댄 끝에 역사적인 현장이 된 상당공원에 작은 비석을 세우기로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기라’는 고인의 유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던져진 슬픔과 기억해야할 진실의 크기가 너무 크다는 얘기다.

뜨거웠던 추모 열기를 측정할 수 있는 온도계는 없지만 상당공원 분향소를 찾았던 시민들이 쓴 방명록과 추모 글, 그리고 부의금을 통해 어느 정도 슬픔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분향소를 운영한 노사모와 시민광장에 따르면 7일 간 1만5000명이 방명록에 글을 남겼고, 부의금 총액은 1800여만원에 이른다. 각종 음료와 화장지, 양초 등 기증물품도 장례기간 내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였다. 조문을 하려고 현장을 찾았다가 그냥 눌러앉은 주부 자원봉사들을 비롯해 중고생 단체봉사활동까지 작은 비석에 각인할 7일 간의 기록은 차고 넘친다.

현 정권 역사 뒤로 되돌려
이 회장은 “누구도 대통령의 정치이념을 지키려하지 않았고 ‘친노’는 매도당했다. 특히 기회주의자들이 뒤통수를 칠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고 돌이켰다. 이 회장에게 있어 어떤 기억도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통절함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굳이 지난날을 되짚는 것은 ‘추모 정국’으로 인해 정치지형이 격동하고 있고, 유지(遺志)를 지켜나가야 할 책임이 어느 정도는 지지자들의 어깨 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친노 정치인들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물밑흐름이 이어져왔는데,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며 “민주당을 바꾸든지 창당을 하든지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치열한 싸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인물적인 대안으로 유시민 전 의원을 꼽았다.    

이 회장은 그러나 노사모 회원 대부분이 과거 운동권도 아니었고, 정당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극히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 역시 ‘안티조선’ 활동을 통해 사회에 눈을 떴고, 2002년 대선 당시 인터넷으로 노사모 활동을 벌이다. 오프라인에 진출한 경우다. 이 회장은 “죽음을 애도하는데 그치지 말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구조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과거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투사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외상값을 갚아야하는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등 국가권력을 놓았다. 그러나 현 정권은 역사를 뒤로 되돌렸다. 이 상황에서 잘못을 방조, 묵인한다면 부당한 권력은 차기 정권에서 또 작동할 것이 뻔하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책임을 가려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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