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청주시총무과 인사담당

오후 6시가 넘어서자 젊은 남녀 20여명이 모여 소녀시대의 ‘GGG’에 맞춰 춤 연습을 시작했다. 실제 소녀시대의 춤동작을 거의 비슷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랜 기간 연습한 것으로 보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서로의 동작을 하나하나 꼼꼼히 봐주면서 지적도 해주고 격려도 하는 모습에서 잘 해보자는 의욕이 넘쳐 보였다. 이들의 연습은 매일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지난 몇 달 동안 청주시청 대회의실에서 매일같이 볼 수 있었던 은밀한 광경이었다. 청주시에서 실무수습을 받고 있던 예비공무원들이 지난 5월초에 계획됐던 ‘청주시 공무원 한마음 어울마당 행사’에서 깜짝이벤트로 선보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남몰래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

청주시는 2008년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임용 대기하고 있던 신규공무원 23명을 대상으로 2009년 1월 5일부터 전국에서 가장먼저 실무수습을 실시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임용을 기다리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그냥 집에서 마냥 시간만 보내면서 느껴야 하는 예비공무원들의 경제적 부담을 다소나마 해소하고 또 각종 실무를 임용 전에 미리 익히도록 하여 임용과 동시에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업무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들은 청주시 본청 각 부서에 배치되어 단순한 행정업무에서 복잡한 민원처리와 계획서 작성까지 수준 높은 일까지 고루 배울 수 있었다. 주관부서인 총무과에서는 이들이 짧은 기간 내에 시 전반을 폭넓게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실무수습을 앞두고 미리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하였고 선배공무원을 멘토로 선정하여 이들의 빠른 적응을 도왔다.

또한 시 산하 사업소와 의회, 시립예술단 방문과 부서 특성에 맞는 다양한 체험기회를 만들어 시 행정 전반을 큰 틀에서 이해하고 생생한 행정현장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실무수습 100일에 맞춰서는 최근 3년 이내 임용된 공무원과 합동으로 ‘새내기 공무원 워크숍’을 개최하여 선배들의 실질적인 경험을 배울 수 있도록 하였고 또 이미 성공한 공무원을 초청하여 성공의 노하우도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그동안 이들을 지켜봤던 청주시 공무원들은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새내기들의 열정과 욕심에서 청주시의 밝은 미래가 기대 된다”며 “시청이 한층 젊어졌다”고 몇 달간의 이들의 활약상(?)을 전해 주었다. 이제 이들은 곧 정식 임용되어 그동안 자신만이 꿈꿔왔던 ‘멋진 행정’을 시민과 함께 펼쳐갈 것이다. 앞으로 직접 일을 하다보면 어렵고 실망스런 일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열정이면 충분히 이겨내고도 남으리라 믿는다.

지난 주말에 치러진「2009년 제1회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의 청주지역 경쟁률이 164.1대 1이었다고 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들어온 만큼 이번 실무수습의 경험을 잘 살려서 모두가 시민에게 사랑받는 ‘성공하는 공무원’이 되길 바란다. “5월 20일자로 임용된다는 소식에 아직 떠날 준비가 안됐다”며 “임용을 조금 늦추어 줄 수 있냐?”고 글썽이던 한 후배의 모습에서 그동안의 깊은 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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