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정치경제부 기자

목민관은 아무리 아껴도 과하지 않다고 했던가. 아마도 다산은 녹봉을 먹고 사는 공무원의 청렴한 자세를 강조했을 것이다. 기자는 지난 몇 주 동안 지방정부의 예산 낭비 사례를 짚어보는 기획연재를 했다. 그것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내부적으로 잘 정리되어 결재까지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사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기자는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지역을 넘어 전국에서 최고가의 승용차를 타는 도지사,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중 최고의 자산가를 자랑하면서도 연간 수천만 원의 관리비를 지방예산으로 축내는 도지사, 12개 시군의 연두순방길에 꽃다발비로 2000만원 가까이 쓰도록 하는 도지사.

일부에선 광역자치단체장을 12개 시군의 기초자치단체장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고 딴지를 걸기도 했다. 그런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발표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의 관용차 값을 비교해 보면 그랜드카니발을 타는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차 값은 2739만원으로 최저가이다.

이는 충북 음성군의 박수광 군수가 타는 체어맨 관용차 값 2800만 원 보다도 저렴하다. 심지어 영동군 정구복 군수의 관용차 체어맨의 값 5365만원의 절반가격에 불과하다. 즉 광역단체장의 의전용 차량으로 에쿠스 정도는 타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기자는 최근 '도지사 환영 꽃다발 값만 1945만원''도지사 관사 월 관리비 서민아파트 관리비의 4배''도지사 관용차 값이면 증평군수 관용차 3대 구입' 등의 기사를 출고했다. 자칫 오해를 살만한 제목이지만 정보공개 자료를 분석한 기사로 사감은 없었다. 민선자치단체장은 지방공무원법이 정한 품위유지를 해야 하고 기본적인 의전용 차량과 관사를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이다. 민선단체장은 관할 주소지를 둔 후보만이 출마할 수 있다. 일부 자치단체장은 그렇지 않아도 지방재정자립도가 낮아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자택거주를 하며 관사를 처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모범을 보여야 할 광역자치단체장이 연간 관사운영비로 4800만원을 지출해서야 되겠는가.

더욱이 업무 차 장시간 차안에서 보내야 하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비싼 차가 승차감이 좋다는 상식은 버려야 한다. 저렴한 관용차를 알뜰하게 이용하면서도 공무를 수행하는 자치단체장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특별도지사를 자칭하는 이가 빠듯한 서민경제를 생각할 때에 연두순방 환영 행사비로 3522만원 상당을 지출하게 하고 환영 현수막, 초청장 제작, 선물 구입비 등 소모성 경비로만 1945만원(전체경비 55%)을 쓰게 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원님 나팔에 고달픈 서민들은 왜 생각하지 못하는지, 공무원들 봉급의 일정부분을 자진 반납케 해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쓸 것이 아니라 이 같은 경비를 아껴 사용할 생각은 못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아낄 줄 아는 자치단체도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같은 사안에 대한 정보공개 수수료가 200원부터 300원까지 제각각이었다. 수수료를 받지 않는 자치단체는 별도의 복사파일이나 문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라 했다. 그렇다면 수수료를 받은 자치단체는 부정 징수가 되 는 건가. 작은 것도 아낄 줄 아는 자치단체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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