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텔레콤 사태에 놀란 청주산단 “노조 막자” 이노제노(以勞制勞)식 친위노조로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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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텔레콤 사태에 놀란 청주산단 “노조 막자” 이노제노(以勞制勞)식 친위노조로 맞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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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무경험이 빚은 노조 알레르기 반응
최근들어 중부권 최대 공업단지인 청주산업단지 입주업체들간에 노사문제를 둘러싼 이상기류가 급속도로 형성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두 사업장에서 극렬한 노사대립들은 있어 왔지만 사건이 국지적이었던데다 단발성에 그침으로써 그간 분규의 파급 효과는 제한된 범위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실체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진 않지만 무언가 거대한 노사갈등의 불안 기류가 공단 입주업체들을 감싸고 있다.
새해벽두부터 월드텔레콤과 심텍에서 발생한 예상 못했던 노조결성 사태와 이 과정에서 불거진 부당노동행위 시비가 확산 일로를 걸으면서 청주산업단지의 산업평화 기상도에 '난조'의 흐름이 뚜렷이 잡히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 피해 앞당겨질 임단투

여기에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 노동계가 "월드컵 기간은 피하자"며 올 임금 및 단체협상 투쟁 시기를 앞당길 움직임이어서 기업들은 어느 해보다도 노사관계에 전운이 일찍 몰아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임단협 시간표를 대폭 앞당겨 월드컵이 열리기 전인 오는 5월말까지를 1차 집중투쟁 기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 이 기간내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2차 집중투쟁 시기를 월드컵이 끝난 이후인 7월 중순으로 잡아 놓고 있다.
2000년도의 (주)대원과 지난해 정식품 및 충북대병원(이상은 민주노총 산하 노조)에서 노사간 타협의 정신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극렬한 분규발생 사태를 지켜보며 지레 질려버린 기업들은 "올 상반기 노동운동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같은 이상기류는 새해벽두인 지난 1월6일 월드텔레콤에 노조가 결성되면서 결정적으로 촉발됐다. 관련기관에 의해 신노사문화 기업으로 지정될 만큼 외부에는 노사평화가 잘 지켜져 온 것으로 비쳐진 월드텔레콤에 생산현장의 여직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지회가 전격 결성된 이번 사건은 회사측은 물론 공단내 타 업체들에게 충격적 사태전개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월드텔레콤은 그동안 건전한, 아니 진정한 의미의 노사관계라는 게 존재했는가 싶을 정도로 기업문화가 척박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무노조 사업장들 대경실색

어쨌든 무노조 사업장을 고수하며 상대적으로 바람직한 노사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에는 안이했던 타 기업들은 월드텔레콤 사태에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업체들 입장에서는 '기업의 무덤'으로 인식하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으로 월드텔레콤 노조가 가입한 것에 대해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관측은 월드텔레콤과 몇몇 무노조 사업장들이 보인 갖가지 비정상적이고 지능적인 행위를 볼 때 명확해 진다. 월드텔레콤 사태에서 위협을 느낀 일부 무노조 기업체들이 노동자 중심의 잇딴 노조결성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 마치 맞불작전을 펴듯 기상천외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노조없는 회사를 원칙으로 삼아온 도내 대표적 향토기업인 H기업과 H기업의 계열사인 R사에 지난 1월 중순 대사건이 벌어졌다. 1월 15일과 16일 각각 H와 R회사의 노조가 설립된 것이다. 청주시에 설립신고가 이뤄진 H기업의 노조 조합원은 4명이고, R회사 노조는 3명. 하지만 H와 R사의 노조설립은 사건의 의미가 갖는 엄청난 무게에 비해 너무 비밀스레 이뤄지는 바람에 아무도 낌새를 못 챌 정도였다.

H, R, K기업 선수치기 어용노조 설립

이에앞서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심텍에는 1월14일에 노조 설립신고가 이뤄졌는데 역시 조합원수는 4명에 불과했으며, 1월25일에는 K사가 4명의 극소수 조합원 이름으로 노조 설립을 청주시에 신고해 왔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노조들은 한결같이 설립과정을 전후해서 아무런 징후가 노출되지 않은 점, 신생노조의 조합원 수가 3-4명으로 최소 인원인 점, 설립이후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에는 가입하지 않은 채 실질적인 노조활동도 감지되지 않는 점 등 여러 정황상 전형적인 '어용노조'인 것으로 노동운동권에서는 보고 있다.
결국 관련 회사들로선 오는 2006년까지 유효한 현행 복수노조의 금지 법규를 교묘히 이용, 사실상 친위조직의 노동조합 결성-신고를 통해 노동자들의 단결권 등 노동권의 실질적 행사를 봉쇄하는 '이노제노(以勞制勞)'식 편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시각이다. 결국 이들 회사는 단 몇 년간의 억지 평화(?)를 잠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정정당당한 방법 대신 얄팍한 수단에 의지한 셈이다.

그릇된 노사관이 빚은 사태

물론 이런 회사들의 비정상적 행위의 이면에는 '노조가 설립되면 회사가 망한다'는 위기감이 놓여 있지만, 이런 인식은 아무리 우리의 노사문화가 모범적이지 못해 온 경험칙에 근거하는 것이라고 해도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청주지방 노동사무소 관계자는 "그동안 무노조 원칙을 지켜온 기업일수록 노조에 극심한 알레르기 반응이랄까 두려움같은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닭과 달걀의 선후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일부 노조의 투쟁일변도 노동운동도 문제지만 회사측의 꼼수나 정정당당하지 못한 부당노동행위도 건전한 노사관계의 형성을 가로막는 요인이 돼 온 것 역시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노와 사는 평화적으로 정립할 수 없는 멀고도 먼 대척점에 서있는 존재인가.
/임철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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