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가을쯤이었다.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이 35m 고공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겼다.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그런데도 자본가들과 썩어빠진 정치꾼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아우성이다. 이 회사에 들어온지 만 21년, 그런데 한 달 기본급 105만원. 그중 세금들을 공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팔십 몇 만원. 근속연수가 많아질수록 생활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할텐데 햇수가 더할수록 더욱 더 쪼들리고 앞날이 막막한데, 이놈의 보수언론들은 입만 열면 노동조합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니 노동자는 다 굶어죽어야 한단 말인가."(10.17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 유서 중에서)

우리는 정말 그때 많이 울었다.

그에 대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분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되며, 자살로 인해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 그리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그해 관계 장관 담화문이 자신의 이런 뜻을 담지 못했다며 장관들을 심하게 질책했다고도 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그렇게 서럽게 죽어간 노동자의 죽음을 '투쟁수단'으로, '귀족노동자'로 조롱하며 외면했다.

그랬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 배달호(두산중공업),김주익(한진중공업)이었다. 왜 그들이 먼저 떠올랐을까. 그만큼 깊은 상처가 남아있었기 때문일까. 그랬다. 바보 노무현, 그는 정말로 한때 노동자들과 친구였다.

소외된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친구였다. 그랬던 그였는데 그가 어느날 대통령이라는 권좌에 오른 순간 태도를 바꿨다. 그의 임기중에 10여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비정규보호법'이라는 말로 누더기가 됐다. 사랑이 깊었다. 그만큼 실연의 상처도 컸다. 그랬던 그가 죽었다. 그도 분노의 대상이었고, 그의 죽음도 분노의 대상이었다. 왜냐하면, MB 정부의 정치적 타살이기에.

그의 죽음 초기에, 떠올랐던 배달호, 김주익에 대한 기억이 저녁 무렵 전혀 다른 감정으로 변해 있었다. 노무현 그는 정말 많은 것을 남겼다. 그가 남긴 큰 울림이 가슴한 편으로 저며왔다.

이제, 그의 죽음에 대한 내 마음의 정리를 해야 한다. 나는 결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숭배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지역주의, 권위주의, 학벌, 세습족벌언론'에 대한 저항정신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부정할 수도 없다.

이제, 산 자의 몫이다. 역사를 20년 전으로 돌이켜 다시 민주주의를 부르짖게 만든 그래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를 빛나게 만드는 현실 앞에서 살아남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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