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취재기] 노무현 전 대통령 안치된 봉하마을 분향소 조문객 ‘밀물’
전직 대통령의 서거나 서거에 이른 과정, 서거방법까지 한마디로 큰 충격에 싸인 가운데 경남 김해시 진영읍의 봉하마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인파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25일 오후 3시15분 진영 종합운동장에 마련된 임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100m도 넘는 긴 줄을 형성한 조문객들의 틈에서 30분 정도 기다리가다 봉하마을행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약 10분쯤 가니 봉하마을 2km 앞에서 버스에서 내려 편도 1차선의 농로를 확장한 아스팔트 포장길을 따라 걸어들어가야 했다.
눈물과 오열의 시간
이날 조문객들은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이부터 제대로 걷기도 힘든 노인들까지 모두 비통함속에서 분향을 했으며, 노 전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 바위와 사저를 찾아보면서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부엉이 바위는 깎아지르는 듯한 형세를 하고 있어서 그곳에서 서있기조차 어려워 보였다.
밤이 되자 조문객들의 대기행렬이 점점 길어져 한 때 1km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1~2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겨우 1분 정도로 짧게 분향을 했지만 한결같이 눈물을 훔치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충북의 386세대를 대표했던 인사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80년대 당시 학생운동에 헌신했던 인사들의 모임인 ‘희망물결’ 회원 25명이 이날 밤 11시 50분에 분향을 했다. 이태희 희망물결 대표(40)는 “고인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한다”면서 “어제 회원들이 봉하마을에 가서 조문을 하는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와 참여가능했던 분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오게됐다”고 말했다.
곳곳서 이명박 정부 성토
특히 봉하마을 곳곳에 이명박 정부와 언론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어 엄숙함 속에서 격앙된 심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일부 노사모 회원들은 건물 옥상에서 손팻말을 내보이면서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삼천포에서 온 정자영씨(61)는 “지도자가 서민의 아픔을 나누고 미래를 같이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정부가 그러냐”라면서 “몇 퍼센트의 특권층을 위한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취재기자는 이날 밤 12시 35분쯤 봉하마을을 나섰다. 도로를 따라 켜놓은 ‘바보뿔’(여기서는 촛불을 이렇게 불렀다) 수백개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셔틀버스가 끊겼는데도 들어오는 조문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간신히 택시를 타고 진영공설운동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합승을 하게 된 한 시민이 딸에게 “이런 것을 보는 것도 공부다”라고 말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그 여학생은 봉하마을에서 무엇을 느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