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23일 신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마을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부엉이처럼 날아갔습니다.

어릴 적 꿈을 키우던 그곳 부엉이 바위에서 마지막 어둠을 걷어내고자 부엉이가 되어 저 세상으로 날아갔습니다.

당신의 서거에 이 땅의 장삼이사는 비탄에 잠겨 울부짖고 있습니다. 얼마나 수모를 당했으면, 오죽이나 고통스러웠으면 말을 잇지 못하는 탄식이, 정치적 타살이니 사법살인이니 격정도 터져 나옵니다.

당신은 일생을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앞장섰으며 권위주의 정치문화를 혁파하고 망국적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데 온몸을 던진 첫 번째 국가지도자였습니다.

당신은 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한 첫 번째 대통령이었습니다. 당신은 이 사회 주류세력에게 조롱당하고 탄핵을 받으면서도 우리사회의 고정관념, 기득권구조를 깨트리는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때론 당신이 밉기도 했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일련의 개혁입법에서 물러설 때, 한미 FTA를 고집할 때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물줄기를 근본적으로 바꿔보려는 당신의 큰 꿈과 그것을 실현코자 한 노력은 당신이 첫 번째 대통령인 이유입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당신이 물러난 1년여 모든 것은 부정되고 갈아엎고 뒤집히고 있습니다.

분권과 균형발전정책의 상징인 행정수도-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특별자치시는 미아가 되고 기업도시-혁신도시 또한 장래를 점 칠 수 없이 균형발전은 구두선이 되었고, 남북화해와 상생의 길은 막혔습니다.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허용을 위해 수도권규제 원칙을 풀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였던 대통령은 이제 없고, 수도권규제를 풀어버리고 그린벨트마저 개발의 삽날아래 들어가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민주주의도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이처럼 엄혹한 시절, 불안에 떠는 힘없는 민중들에게 당신이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비겁해서 행동하지 못하고 타협하고 피해가는 우리들에게 이제 당신의 그 몫을 짊어지우려는 것입니까. 당신은 항상 위기 때마다 온몸으로 말해왔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남북평화를 위협하는 지금,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열사들이 흘린 피와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인가요. 그래서 삶과 죽음이 하나 되는 세상으로 날아 가셨나요.

당신이 말했다지요.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그렇습니다. 저기 저 지나가는 사람, 이제 당신이 63년 동안 졌던 그 무거운 짐을 이제 우리가 짊어지고 갈 것입니다.

당신이 평생을 다해 이루고 또 이루려고 한 평등한 세상을 향해 우리들이 나아갈 것입니다. 당신이 낸 그 물줄기는 이제 어느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큰 물줄기가 되어 이 땅을 적셔주고 당신이 뿌린 씨앗은 아무리 모진 광풍도 어쩌지 못하여 마침내 힘찬 새싹으로 솟구쳐 오를 것입니다.

노무현, 첫 번째 대통령! 이제 그 오래고 무거운 짐을 벗고 저 하늘에서 편히 쉬소서.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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