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젊은미술인 5人말하는 나의 작업 일기




2001년의 막바지에 5人을 만났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미술’. 이‘미술’로 꿈도 밥도 먹는 사람들이다. 또한 그들은 청주라는 동네, 젊음, 실험, 도전, 그리고 미혼(?)등등 꽤나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어 보인다. 이 시기엔 할말도 많아진다. 새해 그들의 계획을 엿보자.

2001년을 사진 한 컷에 담는다면?
심효진=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초년생으로 전문가의 길에 발돋움한 한해였다. 내 적성에 대한 실험과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설계를 할 수 있었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늘 ‘미술’과 가까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윤택= 지난 한해 개인적인 작업도 기억에 남지만, 처음으로 프로젝트 작업 재래시장‘0431’에 참여했다. 대안공간을 찾고 대중성에게 침투하기 위해 고민했고 또한 허탈감도 동시에 느낀 한해 였다.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공모하여 개인전 실적으로 지원금 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김복수= 작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개인전을 열었던 일인 것 같다. 7.13~8.2일 스페이스몸에서 연 개인전.
신경인= 일본나가사끼대학과 한일대학생 교류전으로 7일간 일본에 갔을때 일본의 한 작가가 “지도를 펴 놓지 않더라도 청주라는 도시가 중앙과 밀접해 있다는 것을 청대학생들의 작업을 통해 알수있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황신실= 스페이스 몸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던 일이다. 기쁜 만큼 고통도 있었지만, 기쁨때문에 계속하는 것인지 고통때문에서 계속하는 것인지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하겠다.

작가라는 직업과 경제성은?
김복수=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은 예술하는 사람은 가난하다는 것이다. 물론 틀린말은 아니다. 나는 집에서 작업을 한다. 만약 내 작업실이 따로 있었다면 나는 대부분 ‘라면’으로 끼니를 대신하며 캔버스와 물감을 샀을 것 같다. 나는 돈은 얼마든지 어떠한 방법으로 벌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학원을 나갈수도 있고, 강의를 할수도 있고, 극장간판도 그릴수 있다. 그러나 ‘내 작업’은 살면서 한번도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심효진= 작가들이 이런 질문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화가난다. 작가는 최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상품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가장 비싼재료로 최상의 상품을 생산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작가란 먹고살 걱정부터 해야한다는 것이 서글퍼진다. 스포츠가 마케팅인것처럼 미술도 철처한 마케팅으로 세분화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황신실= 작업이 직업이 되는 문제는 중요하다. 적어도 이런 논의는 대학을 졸업하고 작업을 택하려는 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작업을 하면서 누리고 싶은것들, 음악, 여행같은 것은 충족하기 위해 욕심내지만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양보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남들이 중요한 부분들은 내게 중요치 않다고 말하고 싶다. 같이 작업을 시작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목표를 정하고 눈에 보이는 성취가 보이지 않자 못이겨내고 포기했다.
사윤택= 미술하는 사람에게도 현실은 똑같이 존재한다. 예전엔 현실과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같이 놓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한부분을 포기해야 함을 자연스레 알았다. 가령 집안대소사나 친구결혼식에 무감각해 진다고나 할까. 그러나 돈을 벌수 있는 ‘신변잡기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업에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범위내에서...
김복수= 작업만 바라보는 것은 ‘구시대’의 먼얘기 일지 모른다. 작업에 플러스 요인이 되는 돈벌이를 갖고 있는 것이 현대적인 생각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세계에서 작가는 부지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고를 열어놓아야 한다. 할말 못할말을 재고 숨기는 것보다 모든것을 오픈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나이먹어서 잴때 재더라도 지금은 작은것부터 당당히 말할수 있어야지.

나의 작업과 2002년 계획은?
사윤택= 회화작업에서 서술성을 구체적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을 실험하고 있다. 어느날 문득 전시장에서 관객들이 내 그림을 보고 휙휙 지나가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그렇다면 ‘그 시선을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을까’ 하는 물음을 던져보았고, 지금은 한그림으로 출발한 이미지가 다른 그림으로 연결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영화같은 기법이나 애니매이션을 적용하고 있는 셈이라 말할 수 있다. 올 3월 스페이스 몸에서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모시천을 가지고 정체성을 찾았던 작업들을 이번에 전시한다. 6월쯤엔 갤러리 신에서 그룹전에 참여할 예정.
김복수= 나는 ‘그리기’자체에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요즘은 특히 미생물에 대해 드로잉하고 있다. 평면인 회화작업을 함에 있어 ‘은유’, 정신적인 것에 많이 생각하고 있다. 또한 정면으로 보여주는 회화가 아닌 오면회화를 실험중이다. 조각과 평면이 하나된 입체적인 화면구성을 작업하고 있다. 2월 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그룹전과 6월쯤 갤러리 신에서 그룹전을 계획하고 있다.
황신실= 내가 그리는 주제는 ‘담담’이다. 살아가면서 관조적인 나의 태도이기도 하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사유’라고 본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 나의 작업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일기를 들춰보이는 것’같아 힘들다. 대학을 졸업하고 1~2년동안 작업에 대해 가장 막막했던 것 같다. 사회에 걸림이 생길때 마다 집착하면 빠져들고, 내가 힘들어 진다는 것을 알았다. ‘관조’는 나의 작업이자 나의 숙제이기도 하다. 요즘은 ‘장지’에 재미를 느끼고 푹 빠져있다. 6월쯤 갤러리 신에서 그룹전을 계획하고 있다.

신경인= 나의 작업은 ‘전시장내의 휴식공간’이 되고 싶다. 내가 시도하는 방법은 꼭 담고 싶었던 나의 과거를 현재에 재현하는 방식이다. 화이트데이나, 발렌타인데이를 기호로써 표기했다. 3.14.pm2:00 그리고 관객에게 직접 누릴 수 있도록 커피포트 ,쿠키, 초콜릿을 놓아두었다. 또한 글을 적을 수 있도록 노트도 마련해 놓았다. 관객이 먹고 마시고 글을 남기고 이 행위들은 소멸이 아닌 내게 남겨준 글들로 또다른 생산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그저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나에겐 또하나의 도전과 시작이다.
심효진= 지난 1년정도 실무적으로 배웠다고 생각한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갤러리에 있는 우아한 여자쯤으로 오해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실제로 큐레이터는 육체적인 노동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직업이다. 앞으로는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할 예정이다. 학교교육과 미술관교육을 연계해서 공부하고자 한다. 갤러리를 어렵게 생각하고 또한 찾지 않는 것은 교육에서 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박소영 기자


김복수 (28) 청대 회화과 졸업, 지금은 집안 한 칸을 작업실로 삼아 작업중
심효진(24) 갤러리 신 큐레이터, 올 3월에 교원대입학예정
황신실(29) 충북대 동양화 전공 , 작가. 미술학원 강사
사윤택(31) 서양화 전공. 안양대 강의, 중학교 특기적성 교사
신경인(24) 청대회화과 졸업, 홍대대학원 올 3월에 입학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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