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검사 4명 출석거부, 이원호씨 등 관련 증인 4명 부인일관
검찰, 김 전 검사 “‘딜’ 제의했다” 주장 VS 이원호씨, ‘청탁·로비 없다’ 강변

양길승 향응사건 축소은폐 및 로비의혹 사건이 마침내 국회 국정감사 도마위에 올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대전고검에서 열린 청주지검에 대한 국감에서 ‘양’사건 관련 증인 5명에 대한 증인심문을 벌였다. 의원들은 수사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사안에 대해 이원호·양길승·오원배·정화삼 증인을 추궁했지만 대부분 부인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원호 증인은 질의 의원에게 언성을 높이며 기본적인 내용까지 ‘모르쇠’로 일관해 의원들은‘향후 위증여부를 따지겠다’며 벼르기도 했다. 또한 김도훈 증인은 정치자금·수사압력의 실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확인하는 문답수준에 그쳤다. 그러자 야당의원들은 특검을 도입해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결국 ‘양’사건 국감도 실체적 진실을 길어올리지 못한채 국회의원들의 ‘말잔캄로 끝나버린 아쉬움을 남겼다. 국감현장의 이모저모를 지상중계한다.                          / 편집자

국감증인으로 출석한 고영주 청주지검장은 수사과정에서 김도훈 전 검사가 “뇌물수수 혐의를 빼주면 몰카 혐의는 시인하겠다며‘딜’을 시도했다”고 주장해 관심이 집중됐다. 고지검장은 통합신당 천정배의원이‘김도훈 전 검사의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있느냐’고 캐묻자 “박덕민으로부터 2000만원 뇌물공여 진술이 나오자 추유엽 차장검사를 찾아와 ‘딜’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그러면 이제부터는 부인하겠다’고 버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전 검사는 추 차장검사 이외에 이승영 부장검사 등 4명의 선후배 검사에게 이같은 사실을 털어놓아 검찰 수사자료에 이들의‘진술서’를 증거자료로 첨부했다고 덧붙였다. 청주지검은 지난 9월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도 ‘김 전 검사가 수뢰사실을 피의자 조사 이전에 선배검사에게 시인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검사는 이같은 내용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김 전 검사는 “추 차장검사를 만나기 전날 이미 몰카촬영에 장은미, 홍기혁 부부가 관련된 사실을 특별수사팀에 알려주었는데 무슨 ‘딜’을 할 것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딜’여부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자 법사위 김기춘 위원장은 고지검장에게 오는 10일 법무부 국정감사에 추유엽 차장검사등 출석시킬 것을 재차 요청했다.

김 전 검사는 몰카제작 지시 혐의를 부인하면서 실제로 흥신소에 용역비 500만원을 계좌입금시킨 신모 변호사를 배후로 지목했다. 신변호사는 김 전 검사가 기소중지시킨 홍기혁씨의 변호인이며 김 전 검사의 사법연수원 은사로 알려졌다. 김 전 검사는 양길승 방문직후인 6월말 장은미씨로부터 몰카 촬영의뢰와 신변호사의 용역비 지급사실을 전해 들었으나 신변호사와의 ‘인간적인 관계’ 때문에 몰카 특별수사팀에 진작에 털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은 이번 몰카사건에 대해 ‘기본적으로 (양길승 사건)몰카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00만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박덕민이 최초에는 1000만원짜리 수표 1장을 줬다고 했다가 현금 1000만원, 수표 100만원짜리 10장으로 번복하는등 허위진술을 했다. 수표 2장은 확인됐지만 엉뚱한 제3자 명의의 이서로 나타나자 검찰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아울러”뇌물을 수표로 받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검찰은 당초 수표번호도 특정하지 못한채 기소하는등 수사의 ABC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원호씨의 살인교사 혐의 내사에 대한 내사번호 부여에 대해서는 김 전 검사와 고지검장의 진술이 엇갈렸다. 김 전 검사는 수사일지에서 이씨의 살인교사 혐의사건에 대해 내사번호를 부여하려 했으나 차장검사가 거부했다고 기재했다. “이전에는 이씨 비호세력이 단순히 직원들과 일부 검사로 생각했지만 양길승 청주방문 직후 이같은 일이 벌어져 정치적 배경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지검장은 “내사번호는 주임검사가 정보입수 단계부터 직접 부여할 수 있다. 진술조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검사는 “이씨 살인교사 혐의에 대해 살인피의자의 결정적인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 2월 진술조서를 받으려 했지만 ㄱ부장검사가 가로막는 바람에 할 수없이 진술서만 받고 돌려보냈다. 내사번호 부여도 부장검사에게 보고사항인데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내사번호 부여를 건의할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청주교도소에 수감중인 이씨는 양복을 입고 교도관 2명의 계호속에 국정감사장에 들어섰다. 굳은 표정의 이씨는 질문에 대해 부인하거나 ‘검찰에서 수사중이니 물어보라’는 식으로 무성의하게 대답해 의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추궁이 이어지면서 이원호 증인과 고성이 오가는 설전을 벌어졌는데. 홍의원이 부인으로 일관하는 이씨에게 살인교사 혐의점을 질의하자 “내가 언제 살인교사를 했는가, 증거가 있느냐? 내가 죄인인가, 왜 큰 소리치느냐”며 맞받아치고 나선 것. 결국 한나라당 ‘전위 공격수’로 나섰던 홍의원은 “내가 국정감사하면서 저런 오만불손한 증인은 처음 본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홍의원은 “지난 2월말에 ㄹ관광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청주지검 ㄱ부장검사와 마약반 직원들에게 술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지 않느냐”며 제보자의 신분은 밝히지 않은채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보여주기도 했다. 녹음된 내용중에는 “증인이 김도훈 전 검사가 자신을 표적수사한다고 하소연하니까, ㄱ부장검사가 ‘김도훈 그 자식은 말을 듣지않는다’고 대답했다는데 사실이냐”고 추궁했다.

하지만 이씨는 “ㄱ부장검사는 얼굴도 본적이 없는데 어떻게 술자리를 함께 하느냐”며 부인했다. 이어 통합신당 천정배의원은 이씨가 ‘검사, 정치인 가운데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진술한 부분을 걸어 “서울에 근무하는 Y검사와 청주지검 직원에게 K나이트클럽에서 두번씩이나 술대접을 한 것은 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머쓱해진 이씨는‘현재 청주지검 검사 가운데 아는 분이 없다는 얘기’라며 빠져나갔다. 이어 “외부지역 검사 가운데는 몇 사람을 알고 있냐”고 추궁하자 ‘Y검사 한 사람만 알고 있다’고 대답해 의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이날 민주당 조순형의원은 이씨의 변호인인 김원치변호사가 작성한 국감 답변서의 내용을 한동안 읽어내려갔다. 조의원은 “증인의 변호인이 ‘의뢰인이 자신의 문제를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않고 권세있는 자와 정치권력에 의존해 해결하려 한 것은 무엇으로 변명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잘못을 인정했는데 증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이씨는 ‘변호사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난 모르겠다’며 청탁로비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양씨는 의원들의 연이은 추궁에 ‘사려깊지 못해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한편 통합신당 이상수·천정배의원은 국감장 안팎에서 양씨와 대화를 나누는등 친밀감을 나타냈다. 양씨는 이날 청와대 발표와 달리 이원호씨의 사건청탁 사실을 부인하고 나서 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이씨는 지난 4월 17일 청남대 개방행사 전날 오원배의 소개로 K나이트클럽에서 30분간 이씨를 처음으로 만났다고 진술했다. 6월 28일 두 번째 만난 술자리에서 이씨로부터 어떤 내용의 사건청탁을 받았느냐는 한나라당 심규철의원의 질의에 대해 “그냥 횡설수설 얘기하는 상황이었고 청탁을 받은 적을 없다”고 부인했다. “그렇다면 청와대 자체 조사결과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되묻자 “그때 조사팀이 강경해서, 그쪽 의도대로 애매하게 그렇게 된 거 같다”며 사실상 청와대 조사결과를 부인했다.

또한 이씨와 4월 첫만남 사실이 청와대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청와대 조사팀에서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말하지 못했다. 다 털어놓지 못한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심규철의원은 “증인이 청주방문할 때마다 이씨 주변 계좌에서 수억원씩 인출된 사실이 있다. 일부에서 CD로 정치자금을 제공받았다는 소문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양씨는 “1원 한푼 받은 적이 없고, 6월 청주방문도 충북경선동지회 동지들을 격려방문해달라는 오원배씨의 요청에 따른 것이지 결코 이씨를 만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다만 오씨로부터 국화베개, 천연탄산수, 쌀 등 특산품을 선물받고 정화삼씨로부터 골프공을 제공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대통령의 고교동기로 관심을 모았던 정화삼 증인은 제일 먼저 물컵을 들고, 의원들의 질문에 머뭇거림없이 대답하는등 호방한 성격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최연희의원이 ‘친구가 대통령이 되서 기분 좋겠다’고 하자 ‘좋다’고 즉답했다. 이어 ‘요즘은 되는 일이 없어서 기분이 별로아니냐’고 비틀어 묻자 ‘아니다, 지금도 잘하고 있고 더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정씨는 지난 4월 청남대 개방행사 당시 충북경선동지회 회원들에게 선물한 200개의 그릇세트에 대해 의원들의 집중질문을 받았다. 정씨는“민주당 경선때 애쓴 분들이 경선동지회를 구성하고 나를 명예회장으로 추대됐지만 노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참석한 적이 한번도 없다. 청남대 개방이라는 뜻깊은 행사장에 초대하면서 개당 1만5000원하는 찻잔세트를 선물한 것이며 내가 직접 구입했고 영수증까지 있다”고 해명했다. 정씨는 의원들에게 영수증을 제시하며 언론에 보도된 10만원 상당의 선물제공설을 부인했다.

또한 이원호씨와 노대통령 딸 결혼식에 참석한 경위에 대해서는 “당초 오원배씨와 참석하기로 했으나 오씨가 불가피한 일이 생겨 못가는 바람에 내게 자신의 초청장을 맡겼다. 그래서 91년부터 잘알고 지내던 이씨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선당시 정치후원금 모금여부에 대해서는 “나는 친구로써 도와준 것 뿐이다. 원래 정치에 관여하지도 않고 정치적인 사람도 못된다. 단 한푼도 후원금을 모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올해 청주상공회의소 부회장에 피선된데 대해서는 “그동안 상임이사로 수년간 활동해왔고 회원사들의 추천에 따라 투표를 거쳐 선출된 것이다. 외부 영향력이 작용하지도 않았고 작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도훈 전 검사의 수사일지상에 청주출신의 재경 재력가 이모씨와 강원도 모컨트리클럽에서 골프회동을 했다고 기재된데 대해서는 “난 중소기업인에 불과하다. 그렇게 큰 사업하는 사람은 잘 모른다. 전혀 사실무근의 내용”이라고 부인했다.

양길승 전 실장을 청주로 끌어들여 이번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로 지목된 오원배 증인은 이씨, 양씨와의 관계에 대해 집중질문을 받았다. 양씨와 만난 경위에 대해서는 “2001년 경선캠프를 만들면서 양씨는 광주팀장, 나는 충북팀장으로 만났다. 당시 충북은 이인제 지지기반이 강해 어려움을 겪었고 양씨가 그런 사정을 잘 이해해 주어 가깝게 지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이원호씨의 검경 내사사실을 알았다면 K나이트클럽으로 안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통합신당 이상수 의원은 “이씨와 수년전부터 가까이 지내면서 그런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상식에 반하는 얘기는 하지마라”고 질책받았다. 하지만 오씨는 “6월 K나이트클럽에서 이씨로부터 내사사실을 처음 들었다. 이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꾸 얘기하길래, ‘양 실장님이 그런 얘기들으러 여기 왔느냐, 그만해라’고 말렸다”고 말했다.
또한 오씨는 지난해 경선당시 이원호씨가 후원금을 낸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후원금을 낸 사실은 없고 국민경선 선거인단 700여명을 모집해 신청서를 낸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 집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노대통령의 감사장에 대해서는“충북 경선팀장으로써 10여장의 감사장 추천권이 내게 있었기 때문에 이씨를 포함시켰고 중앙당에서 내려보내 내가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한 고지검장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씨와 노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은 발견되지 않았고 노당선자의 감사장만 확인됐다”며 언론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이에대해 의원들은 “돈많은 이씨가 후원금 한푼 안냈다는데, 어떻게 선거 감사장을 받게 됐는갚고 반문했고 오씨는 “그때 충북 경선팀에서 받은 선거인단 신청서가 3만5000매 정도 되는데 한 사람이 700명을 모았으면 아주 많이 모집한 것이다. 그런 노고를 감안해 감사장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현직 검사 전원 증인출석 거부
10일 법무부 국정감사에 추유엽 차장검사 출두 강력 요구

30일 청주지검 국정감사에는 당초 증인채택된 추유엽 청주지검 차장검사와 강·이모 부장검사와 심모 검사 등 4명의 현직 검사가 모두 출석을 거부했다. 이들은 “수사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없다”는 이유를 내세웠고 통합신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이같은 취지로 당초 증인채택을 반대하기도 했다. 이들 검사들은 이씨의 살인교사 및 조세포탈 혐의 등에 대한 수사라인에 있었거나 이씨 비호의혹을 받거나, 김도훈 전 검사를 직접 수사한 검사들이다.
이날 국감과정에서 김 전 검사의 ‘딜’ 제의여부를 둘러싸고 고영주 청주지검장이 사실파악이 미흡해 배석한 부장검사에게 일일이 물어보고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자 일부 의원들의 추유엽차장의 출석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고지검장은 당초 ‘딜 제의를 받은 검사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추차장검사등 3명을 지목했다가 다시 한명을 추가하는등 진술이 엇갈렸다.

이에대해 한나라당 홍준표의원은 “이미 기소된 사건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 운운하며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사건수사를 담당한 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국민적 의혹에 대답하는 것이 공직자의 마땅한 도리이며 법률가 출신인 법사위 의원들이 결코 수사사건에 어려움을 끼치는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 심규철의원은 청주지검이 수사기록을 변호인단에 넘겨주지 않은 것에 대해 “이미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기록을 피고에게 공개하도록 헌법소원에 결정된 바 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김 전 검사의 사건에 대해서는 비민주적인 관행을 고집하려 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대해 고지검장은 “뇌물수수의 경우 박덕민과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고 증거가 인멸될 우려도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재판개시 때까지 공개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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