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대표이사

“김정기 총장 복귀 어불성설” 지난해 2월 제주 모일간신문에 실린 제주교대 총학생회 관련 기사의 제목이다. 당시 국립 제주교대와 제주대학교의 통합 출범을 앞두고 김 전 총장이 부총장으로 취임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통합직전 제주교대 총장을 맡았던 그는 학생, 총동문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합을 밀어붙이다 학생폭력 사건에 휘말려 중도사퇴하는 소동을 빚었다. 하지만 두 대학의 통합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다시 ‘컴백’하려하자 교대 총학생회가 저지하고 나선 것이었다. 결국 그는 통합 제주대 부총장으로 복귀했고 1년만인 올 3월 정년퇴직했다.

청주의 지인들은 퇴임한 김 전 총장이 평소 얘기한대로 고향인 제주도에 정착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청주에서 “김정기 총장 복귀 어불성설” 이란 구호가 등장하게 될 줄이야…. 최근 서원학원 재단 이사회가 신임 총장으로 김정기 전 총장을 교과부에 승인신청했다. 김 전 총장은 지난 2003년 서원학원의 박인목 이사장 영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서원학원 정상화범대위는 ‘김정기 원죄론’을 내세우며 대학 출근 자체를 막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반면, 김 전 총장은 ‘결자해지론’을 내세워 서원대 사태의 해결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의 예상치못한 3년 6개월만의 청주 귀환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벼랑끝으로 내몰린 재단 이사회가 떠난 사람을 다시 불러들인 다급함은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재단 불신임으로 학내분규가 최악인 상황에서 그가 총장직을 수락한 것은 뜻밖이다. 교수진영의 대립갈등이 극에 달해 현 이사장을 영입한 당사자가 총장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지도 의문이다.

서원대 교수들의 내홍은 지난 98년 최완배 전 이사장이 교비횡령 등 비리를 저지르고 외국으로 도피하면서 비롯됐다. 교육부의 관선이사가 파견된 임시체제에서 교수들은 새 재단 영입을 위해 각자 뛰기 시작했다.

당시 지역의 중견 건설업체가 거론됐고 모학원재단은 적극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혔지만 개인투자자인 박인목씨가 최종 낙점을 받았다. 이때 반대측 교수들은 “박씨의 재산은 깡통이다” “법인영입작업을 몇 사람이 주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총장 등 박 이사장 지지교수들은 ‘해교자들의 발목잡기’라고 응수했다.

박 이사장은 취임전부터 채권단으로부터 지속적인 변제요구를 받았지만 5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전 재단측의 요구로 빚보증을 섰던 산하 학교 교직원 12명의 부채도 수수방관했다. 여기에 재단과 밀착된 보직교수들과 교수회간에 불신의 골이 깊어지면서 대학은 구심점을 잃어갔다. 이같은 혼돈속에 청주지역에 방송·백화점 사업진출의 연고를 가진 현대백화점그룹이 여론을 등에 업고 서원학원 인수에 나서게 된 것이다.

지난 5년은 신생 사학재단의 공과를 평가하는데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박인목 이사장은 법인 부채해결이라는 당초 약속을 지키진 못했지만 학교행정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않는 민주적인 재단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검찰수사를 통해 최측근 보직교수들의 비위사실이 속속 드러났고 자신도 교비 횡령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재정 능력도 도덕적 명분도 모두 잃고 임원승인 취소라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교육부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지난날 박 이사장 영입을 반대했던 비주류(?) 교수들은 ‘해교자’로 낙인찍혔다.(본보도 그런 논조의 칼럼을 게재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생사의 기로에 몰린 박 이사장을 옹호하는 보직 교수들이 ‘해교자’로 뒤바뀌었다. 김정기 전 총장이 과거의 ‘해교자’와 오늘날 ‘해교자’의 틈바구니에서 제3의 해교자되지 않길 소망한다. 지금 학원밖에는 그의 ‘컴백’ 자체를 ‘해교’로 보는 시선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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