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의 시민 학생은 물론 국내외 각지에서 수많은 방문객이 찾아오는 청주시 산남동 원흥이 두꺼비 생태공원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습니다. 공원의 핵심인 원흥이방죽으로 흘러드는 물줄기와 원흥이 두꺼비의 서식지인 구룡산 자락의 포도밭을 매입하게 된 것입니다.

원흥이방죽을 지켜내고 두꺼비생태공원을 조성한 원흥이생명평화회의 산하 (사)두꺼비친구들이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구룡산 땅 한 평 사기 운동'이 첫 결실을 이뤄 1차 매입 대상지인 산남동 전 205번지 1008 포도밭을 사들이게 된 것이지요. 매입비용 6000만원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4800만원, 두꺼비친구들이 1200만원을 분담하였습니다.

충북지역 내셔널트러스트 1호 자산을 갖게 된 (사)두꺼비친구들은 오늘 오전 10시 두꺼비생태문화관에서 원흥이 두꺼비 서식지 매입을 기념하여 기자회견을 열고, 이 운동을 확산시켜 나아가기로 했답니다. 허원 (사)두꺼비친구들 이사장과 양병이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장 간에 자산 보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중앙단체와 지역단체 그리고 주민조직이 함께 만들어가는 구룡산 트러스트 연대를 조직한다지요.

가칭 구룡산 살리기 한 계좌 갖기 운동본부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구룡산 일대 원흥이 서식지를 매입해 두꺼비 서식환경과 함께 쾌적한 도심생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지요. 이번 포도밭 매입을 시작으로 보다 광범위한 구룡산 트러스트 운동이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그동안 '구룡산 땅 한 평 사기 운동'에 참여하신 분들의 이름을 조형물로 만들어 동판에 새겨 현장에 설치, 기념하기로 했다니 이 또한 보람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발 광풍을 보고 있노라면 19세기 말 영국에서 시작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배경을 생각케 합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영국은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환경 파괴 그리고 자연과 문화유산의 독점적 소유로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했고,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존엄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환상임을 깨달으면서 시민들 스스로 내셔널트러스트를 탄생시켰던 것입니다.

한데, 예로부터 공유(公有)정신이 발달했던 우리나라는 내셔널트러스트와 동일한 가치관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지역공동체의 운명과 함께 하는 자연환경, 예컨대 공동으로 이용하는 어장(漁場), 목장, 송산(松山) 등 공동체 모두의 소유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공유재산은 자손만대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해 현재세대에게 선택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이 사라진 오늘날, 시민운동으로서 내셔널트러스트를 통해 우리 고유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되살려내고,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한 '구룡산 땅 한 평 사기 운동'의 의의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내셔널트러스트는 90년대 초반 시작돼 그동안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연천 DMZ 일원 임야, 동강 제장마을, 나주 도래마을 옛집, 권진규 아틀리에, 최순우 옛집 등을 개발의 삽날에서 구해 낸 것은 익히 알려진 사례입니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산기증과 기부를 통해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하여 시민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시민운동일 뿐만 아니라 정부로부터의 간섭이나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순수 민간운동입니다. 지금 바로 함께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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