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은 동양고전 해설서인 '강의'에서 시경(詩經) 위풍(魏風)편에 나오는 석서(碩鼠),- 즉 '큰 쥐' 라는 시를 다음과 같이 풀어주셨다.

"쥐야 쥐야 큰 쥐야.

내 보리 먹지 마라.

오랫동안 너를 섬겼건만

너는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구나,

맹세코 너를 떠나

저 행복한 나라로 가리라.

착취가 없는 행복한 나라여.

이제 우리의 정의를 찾으리라."

여기서 큰 쥐는 부패한 고위관료요 간신배요 궁극적으로 국가를 지칭한다.

목민심서의 저자, 정약용은 그의 한시 '하일대주(夏日對酒)를 통해 '모든 국민이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생활수준이 유지될 수 있도록 분배의 평등함'을 강조했다. "임금이 땅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말하자면 부잣집 영감 같은 것. 영감 밭이 일백 두락이고 아들 열이 제각기 따로 산다면, 당연히 한 집에 열 두락씩 주어 먹고 사는 형편을 같게 해야지. 교활한 녀석이 팔구십을 삼켜버리면 못난 자식은 곳간 늘 비기 마련."

그리고 경제가 어렵고 민생고가 가중할 때,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는 상위계층의 양보를 강조했다.

"많고 많은 머리 검은 자들 똑같은 나라 백성들인데 마땅히 무엇인가 거두어야 할 때면 부자들을 상대로 해야 옳지 어찌하여 피나게 긁어가는 일을 유독 힘 약한 무리에게만 하는가."

대한통운은 처음에 속해있던 택배노동자 70여명에게 수수료 30원 인상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를 뒤엎고 오히려 40원인하를 요구했다. 택배노동자는 누구인가! 하루 14시간 일하고 한 달 수입 150만원 가져가는 사람이다. 이에 반발하는 택배노동자(정부의 말을 빌리면 택배업을 하는 '개인사업주')는 해고(정부의 말을 빌리면 '계약해지')됐다.

그들을 지원했던 화물연대 광주1지회장 박종태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거대자본의 횡포에 항의했다.

슬프고 또 슬픈 일이다. 화물연대의 투쟁과 박종태씨의 죽음에 항의하는 수만의 외침이 대전시내를 가득 메웠다. '큰 쥐'는 이들을 가로막았고, 수만의 인파는 만장 깃발을 떼어내고, 죽봉(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죽창')으로 맞섰다. '큰 쥐'는 기다렸다는 듯이, 457명을 연행하고, 3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리고, '큰 쥐'는 다시 강조했다. 그리고 올해 제일의 국정과제는 '노동유연화'다. 부자가 아니라, 힘 약한 무리의 양보를 강조한 것이다.

다시, 정약용의 시로 돌아가보자. 정약용은 한탄한다.

"뱃속에서 갓 태어난 어린 것도 백골이 진토가 된 사람도 그들 몸에 요역이 다 부과되어 곳곳에서 하늘에 울부짖고 성기까지 잘라버릴 정도니 그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결국 고전을 읽고 화물연대 택배노동자들의 오늘을 통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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