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처음 접하게 될 때의 느낌이나 인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언젠가 얼굴이 범죄형으로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실력 있는 한 대학생이 여러 번 구직에 실패하고 절망에 빠져 있다가 성형 수술 후 삶의 전기를 맞게 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또 최근 ‘살아 있는 역사’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도 두꺼운 검은 안경을 벗어 던지고 수 차례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등 이미지 쇄신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고백을 접하면서 어느 사회나 ‘겉모양’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최근 안경, 시계 등 많은 제품들이 패션 제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또 외모로 인한 콤플렉스가 개인의 정신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성형을 통해서라도 자신감을 얻어 당당하게 사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성형의 정당성이 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가 이렇게 겉모양에 매달리는 것은 단지 겉모양 자체보다는 겉모양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이미지(image)는 특정 대상에 대한 감성적인 느낌이나 인상을 말하지만 여기에는 지각적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이미지에는 실제와는 다르게 인식되는 지각적 왜곡(perceptual distortion)이 일어날 수 있고 일단 형성된 이미지가 다른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후광 효과(halo effect)가 생겨나기도 한다. 이런 이미지의 특성으로 인해 개인 뿐 만 아니라 기업 등 조직도 이미지 관리에 관심을 두는 것이며 그 결과 형성된 호의적인 이미지 가치 또한 대단하다.

기업의 경우 호의적인 상표 이미지는 소비자의 상표 충성(brand loyalty)으로 연결되어 경쟁 상표의 시장 진입 저지, 유리한 점포내 진열 공간 확보, 광고비 절감, 높은 가격, 신제품의 성공 가능성 제고 등 기업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 준다. 또한 호의적인 상표 이미지는 상표 자산이 되어 M&A(merger and acquisition)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평가된 삼성 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8조 8000억원이었으며 비지니스위크가 선정한 2001년 글로벌 브랜드에서 1위를 차지한 코카 콜라는 689억 5000만 달러(한화 약 82조 7400억원)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청주의 이미지는 어떨까. 한때는 교육의 도시로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서는 직지의 고장이자 국제 공예 비엔날레의 도시, 60만명의 쾌적한 인구와 싱그러운 가로수 터널, 또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맑은 개울과 나지막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휘황찬란한 나이트클럽과 모텔의 간판들이 청주의 관문을 장식하면서 또 양길승 향응 사건으로 이곳이 집중적으로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청주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져 가는 것 같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해 언제까지 안타까워하며 발만 구르고 있을 수도 없고 또 생각조차 하기 싫다고 애써 외면할 수만도 없다. 그렇다고 ‘시간이 약’이라고 은근과 끈기를 발휘하여 사람들이 모든 것을 잊어 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서는 더욱 안될 것 같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확산 속도 또한 부정적인 정보가 2배정도 빠르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인 맥도널드도 햄버거가 지렁이로 만들어졌다는 루머로 곤경에 처했을 때 신속하고도 너무도 재치있게 ‘지렁이가 고기보다 비싸다’는 광고를 통해 부정적인 구전이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막을 수 있었다.

이쯤에서 우리도 이미지 쇄신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손상된 지역 이미지가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하게 하는 맥도널드와 같은 반짝이는 지혜는 무엇일까. 또 이 지혜를 구체화시킨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 버리고 새롭게 태어난 청주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일보 후퇴는 두보 전진을 위한 준비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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