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학운위협의회-김천호교육감 간담회 사전 선거운동 도마올라
'교육감 참석, 스쿨버스 제공 문제있다'-'선관위 사전질의 회신받았다'

오는 11월 충북도 교육감 선거를 앞둔 김천호교육감이 선거인단인 학교운영위원들과 오찬회동을 갖는등 비공식 만남을 가져 또다시 사전 선거운동 시비에 휘말렸다. 김교육감은 지난 8월 30일 영동군을 방문, 양강면 산막리 K가든에서 영동군 학교운영위원협의회 소속 운영위원 16명과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날 만남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한 A씨는 사법당국에 선거법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교육감측은“사전에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법성 여부에 대한 자문을 받고 참석한 자리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교육감은 지난해 5월 보궐선거에서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이번 사건 처리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문제가 된 영동 오찬회동 과정에 대해 취재했다.

여름비가 후줄근하게 내리던 지난 8월 30일 오전 11시께 영동군교육청에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회장 손영일) 회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각급 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 26명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분기별로 정기모임을 가져왔다. 김병연 교육장실에서 차 한잔을 나누며 담소하던 이들은 12시 30분께 대기중이던 양강초등학교 스쿨버스에 승차했다.

스쿨버스는 빗길을 뚫고 30분을 달린뒤 양강면 산막2리의‘ㄱ가든’에 도착했다.‘ㄱ가든’은 염소고기 요리로 영동 인근에서 인기가 높은 전원식당이었다. 이날 버스와 개인차량을 이용해 식당에 모인 사람들은 학교운영위원장 16명을 포함해 김교육장, 서모 학산초교 교장, 박모 도교육청 과장, 퇴직 교장모임인 삼락회 회장 등 총 24명이었다.

30분가량 경과된 오후 1시30분께 김천호 교육감이 식당에 도착했고 이들은 식당 들마루에 준비된 6개의 식탁에 둘러앉아 오후 3시까지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이날 충주 일정을 마치고 영동까지 찾아온 김교육감은 1시 30분 동안 학교운영위원장들과 담소를 나눈 후 별다른 후속일정없이 청주로 되돌아갔다.

본보가 김교육감의 ‘1시간 30분’ 영동체류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자 일부 참석자들은 이미 ‘낌새’를 채고 있는 눈치였다. 수일전 <충청리뷰>에 앞서 제보를 받은 청주 모방송사에서 취재를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모중학교 학운위원장은 잔뜩 경계심을 드러내며 전화취재에 응했다. “난 김교육감이 내려온다는 얘기도 교육청에 모였을때 처음들었다. 3∼4일전에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연락이 왔고 정기모임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김교육감과 식사자리에서 오간 대화내용에 대해 묻자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 그냥 영동군학운위원협의회에서 소년체전 입상 학생들에게 환영퍼레이드를 열어준 것에 대해 격려해 주는 얘기가 있었다”고 얼버무렸다. 이에 취재기자는 "모처럼 교육감을 모신 자리에서 학운위원들과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 영동지역 교육현장의 숙원사업이나 건의사항이 없었느냐”고 반문하자 “이렇게 말하나, 저렇게 말하나 다 문제될 수 있지 않겠나? 건의했다면 선거앞두고 청탁한 것처럼 될테고, 아무 말도 없었다면 학운위원들과 만날 이유가 없는게 될테고…하여튼 끝나고나서 별로 의미없는 모임이었다고 생각했다”며 더 이상의 답변은 피해갔다.

이날 오찬회동을 주선한 손영일 학운위협의회장을 말을 들어봤다.“충북도 학운위협의회장단 모임에서 김교육감님께 인사드릴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 지역 정기모임 때 한번 모시고 싶어서 전화로 간담회 형식으로 참석해 주십사 부탁드린 것이다. 그날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고 소년체전 영동선수들을 뒷바라지 한 것에 대해 학운위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셨다. 그리고 식사중에 내가 영동고 학사증축의 필요성에 대해 건의드렸고, 교육감님은 관심있게 듣고만 계셨다”고 말했다.

영동교육장이 참석한 경위에 대해서는“교육감님의 방문약속을 받고 나서 내가 김교육장님에게 말씀드렸고 학운위원장들이 교육청에 모여서 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식대는 회원들이 2만원씩 갹출해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ㄱ가든에 확인한 결과 식사메뉴는 염소전골·수육이었고 술값을 포함, 68만원이 청구됐으나 당일 28만원을 지급하고 며칠 뒤 40만원을 계좌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대 계산에 대해 손회장은 "그 날 염소 1마리 반을 주문했는데, 몇 사람은 회비를 내지 못했다. 추후에 계좌입금한 40만원은 내 돈으로 결제했다"고 말했다. 

결국 군단위 학교운영위원협의회장이 교육감, 교육장, 교장 등 고위공직자들을 움직이고 학교버스를 동원하고 16명의 학운위원장들을 소집하는‘전천후 능력’을 발휘한 셈이다. 이동통신회사 영동지사 직원인 손회장은 “지역교육의 발전을 위해 초창기부터 학교운영위원을 맡아 많은 분들을 알게 됐다. 학부모 대표로써 교육감 간담회를 위해 마련한 것일 뿐 다른 뜻은 전혀없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참석한 ㅎ초교 서모 교장도 "손회장이 당일 어떤 행사장에서 만났는데 '오늘 교육감님이 내려오시는데 형님도 함께 가시자'고 해서 얼떨결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회동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손회장의 전화부탁을 받고 교육감님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 저촉여부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하셨다. 선관위측에서 지난 5월‘학운위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거나 업적을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면 무방하다’는 질의회신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참석하기로 정하신 것이다. 영동군학운위협의회가 관주도가 아닌 민간주도로 소년체전 입상학생 환영대회를 연 것을 보시고 고마운 심정에 토요일 오후에 격려차 방문하신 것이다. 선거와 관련된 어떠한 발언이나 행동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 "이날 모임의 범위가 학교운영위원회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공식행사가 아니면 선거인단인 학운위원들과 입후보 예정자가 직접 접촉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30일 당사자 제보가 접수된 만큼 사실조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사전 선거운동 어떻게 판단하나)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상 '사회적 지위에 수반되는 직무상 또는 업무상의 행위'는 사전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도교육감이 학부모들의 대표성이 있는 학교운영위원들을 만나는 행위를 '업무상 행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서조항에는 '외형상 직무 또는 업무상 행위라도 그 행위의 양태에 따라 사전 선거운동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여 영동 오찬회동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선거법위반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교운영위원 접촉활동에 대한 조항에는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각종 행사 참석·선거인(학교운영위원) 접견, 현지방문에 있어 정당한 사유없이 그 대상, 범위 등을 현저히 넓히거나 선거운동성 발언 또는 행동을 하는 행위'를 사전 선거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동 오찬회동의 경우 교육장, 교장, 삼락회장 등의 참석을 적정한 대상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도 판단준거가 될 것이다.

이에대해 김교육감측은 "학교운영위원들만 만나는 일정으로 간 것이다.교육장, 교장 등을 초청한 사람은 손회장이었고 교육감은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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