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양길승 사건이 국정감사의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50여일간 국내 신문방송을 도배했던 ‘미스테리 드라마’가 대단원의 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결말은 이미 드러났고, 국정감사가 정치적 통과의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5일 청주지검의 수사발표에 따라 정치권·검찰내부의 유착의혹이라는 본질은 사라졌고 젊은 검사의 파렴치한(?) 독직비리만 남게됐다.

그나마 김도훈 전 검사의 수사기록을 변호인단에 공개하지 않아 헌법소원 시비마저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수사한 청주지검 검사들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수사중인 사건의 검사를 증언대에 세울 수 없다는 여당과 검찰내부의 반발 때문이었다. 결국 국정감사는 증인들에게‘예, 아니오’의 대답만 강요한채 국회의원들의‘말의 성찬’으로 끝날 소지가 높아졌다. 하지만 국회가 아닌 국민을 상대로한 국정감사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출두를 앞둔 증인들에게 고언하고자 한다. 우선 사건의 단초가 됐던 양길승씨는 조사과정에서 이원호씨로부터 사건무마 요청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수사기관에 청탁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또한 사건무마를 부탁한 이씨로부터 돈 한푼 받은 사실도 없다고 진술했다. 과연 이같은 진술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이 있겠는가?

특히 노대통령의 고교동기인 정화삼씨와 이모씨 등이 합석한 배경에 대해 털어놓아야 한다. 언론에서는‘대통령의 집사’였던 양씨가 당연히‘대통령의 죽마고우’들과 밀접한 관계였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근원적 책임을 통감한다면 이제야말로 진실을 공개해야 한다.

외압설을 언론에 폭로했던 김 전 검사는 국정감사장에서 개인의‘구명게임’보다는‘진실게임’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물론 재판을 앞둔 피고의 신분에서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수긍하지만 김 전 검사는‘보통의 피고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직 검사가 수사압력을 폭로하는‘하극상’을 저지르고 결국 파렴치한 혐의로 기소당했다. 국민들은 김 전 검사의 개인혐의보다 이같은 전후관계의 내막을 궁금해하고 있다.

정치자금 제공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 정황이나 증거가 있다면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이용’을 우려해 한나라당 진사조사단 제보를 거부했다면 이제 국민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 정치자금 부분은 재판과정에서 드러낼 일도 아니고 역으로 김 전 검사 쪽에서 ‘정치적 이용’하려 해서도 안될 것이다. 더 이상 한시를 통해 답답한 속내를 은유하지 말고 수사검사의 직설법으로 당당함을 되찾기 바란다.

이원호 증인에 대한 제언은 별다른 의미가 없을 듯하다.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이씨가 스스로 베일을 벗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관심대상으로 꼽히는 김원치 변호사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김변호사는 이미 7월초 청주지검을 방문해 이씨 주변수사에 대해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연 김변호사가 청주를 방문한 것이 한번 뿐인지, <충청리뷰>는 그 대답에 주목할 것이다. 검찰의 미래와 후배검사들을 위해 진실을 고백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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