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시·군 순방 소요경비 3522만원 중 55% 차지
'최다 보은'과 '최저 괴산' 11배 차이 대조 '눈총'

▲ 정우택 도지사가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지난달 3일 청주시를 방문했다. 정 지사는 이날을 끝으로 12개 시군 순방을 모두 마쳤다. 그런데 경제난 속에 환영 꽃다발과 현수막 구입비가 1700여만원을 넘어 빈축을 사고 있다.
정우택 충북지사가 지난 2월13일부터 4월3일까지 증평군을 시작으로 2개월여 동안 12개 시·군의 순방 일정을 마쳤다.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관할 기초자치단체의 업무보고를 받기 위한 자리었지만 환영행사를 위한 총 경비만 3522만 200원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영 현수막과 꽃, 화분, 초청장 제작, 선물 구입비 등 소모성 경비가 절반이 넘는 55%(1945만 3200원)에 이르러 빈축을 사고 있다.

경제난 속에 자치단체마다 공무원 봉급의 일정부분을 위기의 가정을 돕기 위한 경비로 반납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자치단체는 직원체육대회까지 취소하고 그 소요예산을 지역경제 살리기에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청주시는 직원 설문조사에서 77%에 이르는 직원들이 ‘직원한마음 어울 마당’의 경비 5000만원을 아껴 경제 살리기에 투입하기로 했다.

잇단 감사에 주말 산불감시까지. 쉬지 못하는 공직자들을 위한 모처럼 자리를 갖지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지만 의미 있는 결정임엔 분명하다. 이처럼 고통분담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지사 환영행사 꽃 구입비(소모성 예산) 등으로 수천만 원을 지출하는 것은 '주민혈세 낭비란 지적'과 함께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제지사 환영 꽃 구입비 1900여만원

기자는 지난달 21일부터 최근까지 2주에 걸쳐 충북지사의 12개 시·군 순방에 따른 각 자치단체별 소요경비(업무추진비와 물품구입을 위한 일반운영비)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 결과 지역발전 간담회를 위한 오찬 및 만찬비는 전체경비의 45%(1576만 7000원)에 그쳤지만 환영 현수막과 꽃다발, 화분, 초청장 인쇄비 등 소모성 경비가 무려 1945만 3200만원으로 55%에 달했다.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지역여건을 고려할 때에 경제특별도 지사를 자처한 지사의 순방길 겉치레는 없었는지, 소요예산을 아껴 지역경제 활성화에 사용할 생각은 못했는지 다시금 짚어 볼 문제다. 이번 자치단체별 환영행사를 위한 일반운영비 지출액을 따져 보면 보은군이 265만원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서 영동군 215만 5000원, 청주시 202만 8700원으로 각 2·3위를 기록했다.

반면에 최저 지출은 괴산군이 24만원으로 경제적으로 환영행사를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청원군 95만원, 증평군 136만 7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 자치단체별 도지사 환영행사비가 일반운영비만 놓고 볼 때에 무려 11배나 차이나는 금액이다. 최다 지출을 기록한 보은군은 환영 현수막 제작비만 123만원을 사용했다. 이 밖에도 다과회상에 놓을 수반이나 화분, 꽃 구입비로 46만원, 200명의 초청장 제작비로 96만원을 지출했다.

자치단체별 지사 환영비 11배 차이
영동군은 꽃 구입비 46만 5000원, 340명분 초청장 제작비 20만원, 포도주 구입비 23만 원 등을 지출했다. 특히 영동군은 현관과 상황실 등에 설치할 현수막과 백드롭 구입비로 무려 141만원을 사용했다. 청주시의 경우 현수막 8장 구입비 78만 7000원, 꽃  64만원, 대형화분 6개 60만 원 등 모두 202만 8700원이란 적지 않은 예산을 지출했지만 도지사 활약상을 담은 현관입구 게시판 액자나 동영상은 도(道)로부터 임대해 일부 경비를 아끼기도 했다.

단일항목 중 화분과 꽃다발 구입 및 임대료로 가장 많은 지출을 한 곳은 진천군으로 35개 원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반 35개와 꽃꽂이, 꽃다발 등을 구입하거나 빌리는데 무려 112만원을 지출했다. 옥천군은 지사 환영현수막 제작비로만 무려 150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특이할 점은 각 자치단체가 선물구입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충주시가 지역특산품인 충주사과 5㎏들이(1만 1000원) 11박스의 구입비로 22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지사 수행원들에게 지역을 알리는 차원에서 제공됐다는 설명이다.

지역발전 간담회 겸 마련된 오찬 및 만찬비로 가장 많은 지출을 한 자치단체는 제천시(94만 5000원), 증평군(93만 6000원), 청주시(93만원)로 나타났다. 반면에 지사 순방 예산으로 가장 적은 예산을 사용한 괴산군(69만원)과 청원군(140만원)을 살펴보면 초청장을 자체 제작하거나 화분을 임대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르고 있는 화분 등을 재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운영비로 지출되는 괴산군의 환영 꽃다발 등의 구입비는 24만원, 청원군은 95만원으로 보은군보다 각각 241만원, 170만원이 저렴한 경비다.

화환비 아껴 지역경제 살리기에 투입해야

충북도는 도지사 순방에 대해 관할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는 차원에서 관례적으로 매년 실시해 왔지만 격년제로 시행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이후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지난해는 실시하지 않았다”며 “지난해는 현장 중심의 방문을 했다. 실례로 한 기업체의 음성 제 2공장 건립과 관련해 계기성 행사로 방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전도민이 동참하고 역량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희망을 주기 위한 자리로 도지사 순방을 계획했다”며 “공직선거법상 자치단체장 또는 공공기관의 장이 업무 파악을 위한 초도순시, 연두순시 차 하급기관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거나 주민여론 청취를 위한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 음식물(다과류 1인당 3000원 이하)을 제공하는 것은 현행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제난 속에 희망을 주기 위해 방문하는 도지사의 환영 꽃다발이 수천만 원에 이른다면 이는 분명 예산낭비란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주민의 혈세로 마련된 돈이기 때문이다. 어느 개업 집은 축하 화환 대신 쌀을 받아 불우이웃을 돕는다. 지사가 환영식 자리에서 쌀을 받을 수 는 없겠지만 원님 나팔 소리에 고단한 공무원이나 혈세 낭비란 지적은 적어도 받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청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빚잔치를 벌여서라도 경제 활성화를 해야 한다며 지방정부의 조기재정 집행에 대한 가산점까지 주고 있는 형국이다”며 “지사가 꽃길을 밟고 환영을 받을게 아니라 예산을 아껴 지역경제 활성화에 쓰도록 했으면 더욱 빛나는 자리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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