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남 균 (민노총충북본부 대협 부장)

지난 9월 5일 스위스 제네바에 다급하게 모여든 IUF(국제식품섬유연맹)소속 유럽 19국의 대표 51명은 네슬레 경영진과의 회의를 마치고 “한국에서의 투자 철수 위협을 비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투자 철수나 투자 이전을 무기로 삼아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한국 대중과 민주정부를 위협하며 우롱하는 이 수익률 높은 외국투자기업을 비난한다”고 했다. 아시아의 신흥공업국으로나 알려졌을 한국의 500명 남짓한 노동자들의 문제를 “아주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유럽노동자들이 신속하게 움직일 때, 같은 시간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네슬레는 왜 떠나려고 할까”( 9.3 한국경제),”외국기업 왜 한국을 버리나”(9.8.동아),”네슬레 강경파업에 경영 한계 한국철수 검토”(9.3.서울경제) “이런 판에 투자할 외국인 있을지”(8.25.동아), “외국 CEO, 한국 지옥같다 평갚 한국네슬레 이삼휘 사장(중앙 25일) 외국기업은 왜 직장폐쇄할까(조선 26일). 이상은 같은 기간 똑같은 사안에 대한 한국의 주요 언론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유럽과 한국에서의 상반된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자본철수는 이삼휘 사장이 한국에서 자본철수 검토지시를 발표하던 그날, 해프닝으로 끝났다. 스위스 네슬레 본사 대변인이 한국에서 자본철수는 사실무근이라고 공식발표한 것.

자본금 170억원의 (주)한국네슬레는 97년부터 6년 동안 해마다 평균 21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지난 2000년엔 303억원, 2001년엔 158억원, 지난해엔 194억원의 순익을 냈다. 또한 상표사용료와 기술도입료로 매년 100억원 이상 스위스 본사로 가져갔다. 유럽의 노동자들이 (주)한국네슬레의 높은 수익률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수익률높은 회사에서 발생한 고용불안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이삼휘 사장이 시행한 영업부분 아웃소싱에 의해, 당장 일자리가 없어진 44명의 노동자들과 100여명의 대기자들이 왜 일자리 대신에 희망퇴직을 강요당하는지엔 전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다만,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감히 외국투자자본에 까지 겁없이 저항하는 ‘귀족노동자’들로 각색한 보도만 난무했다.

회사는 노조와 협의하기로 된 배치전환을 일방적으로 시행했다. 그래서 협의하자고 했는데 경영권을 침해한다고 노조를 나무란다. 최근 수년동안 임금인상률은 5% 안팎이었는데 4년연속 두자리수 임금인상이라는 회사 사장의 말만 텔레비젼에 나온다. 그래도, 아주 낯선 피부색 다른 이국인의 입에서 위안은 있다. 한국네슬레 청주공장 철수 검토설로 한바탕 시끄러웠던 3일, 11년간 한국 근무를 마치고 러시아로 떠나는 BAT코리아 존테일러 사장의 조촐한 환송식이 열렸다. 기자들이 한국네슬레 사태와 외국기업의 고충에 대해 연거푸 질문공세를 퍼붓자 테일러사장은 한마디로 일축했다. “고약한 노조는 경영을 잘못한 탓입니다(Bad union is a result of bad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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