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희 정치경제부장

최근 들어 지역인사들 사이에서 괜히 의전을 따지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한다. 모 지방자치단체장은 최근 민간단체의 행사장에서 도지사 다음으로 축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주최측으로부터 거절당하자 행사 시작 30분전에 문자메시지로 불참을 통보했다고 한다.

또 이 인사는 잠재적 경쟁자 보다 의전서열이나 축사에서 앞서기 위해 애를 쓴다고 하니, 이런 문제로 시달릴 담당공무원이나 관련자들이 얼마나 속을 썩을지 알만하다.

또 다른 자치단체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무시하는 방법이 특별난 것으로 유명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악수를 하다말고 그 사람을 건너 뛴다는 것이다. 당연히 해당자가 머쓱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마음을 졸인다고 한다.

살다보면 격식에 따른 주어진 의전이 필요할 때가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하니 1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지방선거에 즈음해 그 정도가 더 심해지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이 두 명의 사례를 들기는 했지만 사이버 상에서 충북도내 상당수의 시장군수들의 ‘독불장군식’ 행태는 더 위태로워 보인다.

본보와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충북도내 시군 자치단체장 가운데 개인적으로 웹소통을 잘하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지방선거때 만들었던 미니홈피는 이제 오가는 사람없이 방치된 시골의 폐가와 같은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해당 정치인들은 이런 상황을 알고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알고 있다면 홈페이지를 없애든지, 잘 가꾸든지 할텐데 수년째 아무런 변화가 없는게 대부분이다. 아예 홈페이지도 없는 자치단체장들도 많다. 그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그 지역 출신 네티즌들과의 소통을 통해서라도 지역발전을 모색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정치인의 웹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참여와 소통'을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다 그에 걸맞는 시스템이 생활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권력 대신 유권자, 부하직원, 시민과 '공정한 게임', ' 공평한 경쟁', '사심없는 소통'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당수 도내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이런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는 공식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등을 운영하면서 고압적인 느낌이 드는 곳들도 있다. 여기에 자치단체장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웹소통이 보통이하라고 하니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국회의원들 가운데 정보통신 전문가 출신도 있고, 관료출신도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개인이 곧 기관인데다, 자치단체장들보다 주민들과의 대화통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웹소통의 필요성이 더 크게 느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문관료출신들의 웹소통이 이 정도로 허약하다고 하니 유권자를 대하는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유권자에게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일방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은 ‘사이버 독불장군 2.0’이 아니고 무엇일까. 예전에는 인터넷이 없어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제는 10분만 공부해도 사이버세상에 몰입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또 치러질텐데,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또다시 누가 사이버 소통을 시작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유권자들을 모른척 할텐데...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