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베트남 출신의 노동자 '또안', "병원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병원에 보내주세요." 메모지를 내게 보여주면서 그와의 만남이 시작됐다.

또안은 한국말이 몹시도 서툴렀다. 대화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다른 단체의 도움을 받아 알게 된 그의 사연은 이랬다. 우선 그는 다른 직장으로의 이직을 원했다. 그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오창에 있는 육가공업체. 따뜻한 기후에서 살다온 그에게 차가운 냉동창고 같은 근무환경 자체가 힘겹게 느껴졌다고 했다. 거기다가 반복적으로 손목을 사용해야 하는 작업공정의 특성상 그는 근골결계 질환을 얻게 되었다. 손목의 통증으로 더 이상 이 일을 하기엔 어렵다고 느낀 그는 그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됐다. 사장이 그의 퇴사를 인정하지 않는 데서 문제가 터진것이다. 베트남 출신의 노동자 또안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동부 종합고용지원센터'내에 있는 '외국인노동자지원'부서를 찾았던 것이고 그 앞에서 그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들은 나는 분개했다. 우리나라의 법체계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함부로 해고할 순 없지만 반면 노동자가 퇴사를 원하면 사용자는 조건없이 이를 수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른바 강제노역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안을 상담했던 관련 공무원을 찾아갔다. "노동자가 퇴직을 원하면, 그대로 하면 되는 것인데 왜 그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나요"라고 따져 물었다. 담당 공무원이 동문서답한다. "그 회사 사장님 말도 일리가 있어요. 취업비자가 몇 개월 후면 종료되는데, 지금 여기서 나가면 아마 불법체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사장은 여기서 몇 달 더 일하고 귀국시키려고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사장님에게 병원치료를 권했던 거예요." 불법체류를 할 것이라고 단정하고, 근기법상의 자유롭게 퇴사할 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그 공무원과 한참을 실랑이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분명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상 그냥 그면두면 그만인데 왜 해당 사업장의 사장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의문은 하루만에 풀렸다. 사장이 퇴직을 인정하지 않고, 법무부에 '사업장 무단이탈'로 신고하는 순간, 이 외국인 노동자는 졸지에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사실상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강제노역'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전 세계 노동자들의 인권선언일 같은 노동절을 하루 앞둔 지금 속으로 웅얼거린다. 어글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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