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대표이사

청주·청원 통합을 위한 민간단체 활동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청원군민의 민생현안 해결을 위해 청주화장장 이용요금 낮추기부터 시도했지만 청주시의회의 입장번복으로 무산됐다.

지난 3월말 ‘제3차 청주·청원 통합지원 전체위원회’에 참석한 청주시의회 의장단은 4월 임시회 의원입법 발의를 약속했었다. 현재 청주화장장 이용요금이 청주시민 6만원, 청원군민 30만원이라는 현격한 차이를 보여 이를 조정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청주·청원 통합실패시 감면에 따른 책임문제, 수입감소에 따른 시설 적자운영의 보완책 등 집행부의 반대논리에 밀려 손을 들고 말았다. 청원군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말이나 하지 말던지…” 식의 볼썽사나운 꼴이 된 셈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단체 활동비 모금을 위해 준비한 신춘음악회 입장권 판매에 대해 지역 방송사가 청주시청 공무원 강매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청주시 예산보조없이 주민들의 순수한 모금으로 활동해보려는 시도가 첫걸음부터 휘청거리게 됐다. 통합 찬성운동의 동반자인 청주시, 시의회의 경직된 정책마인드와 활동비 모금의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자 민간단체 활동가들은 맥풀린 표정이다.

현재 시군통합 찬성 활동을 벌이는 민간단체는 청주시의 청원·청주상생발전위원회와 청원군의 청원·청주통합군민추진위원회다. 두 단체 모두 명칭부터 ‘청원’을 앞세웠고 청주시에선 통합 대신 ‘상생’을 내걸었다. 지난 2번에 걸친 통합실패가 청원군민들의 ‘뿌리깊은’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불신의 배경에는 시군통합을 극구 반대해온 군지역 기득권 세력의 여론선전전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청원군내 주민투표 찬성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포지티브(positive)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원군민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불신의 벽을 허물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청주시와 시의회가 청주화장장 요금감면 조례개정을 보류한 것은 전형적인 네거티브(negative)전략이다. 청원군민이 겪는 현실적인 차별과 고통을 확인시켜 통합을 압박하겠다는 방식이다. 마치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기 위한 바람과 태양의 승부수를 보는 듯 하다. 결국 스스로 외투를 벗게한 것은 바람의 고통이 아닌 햇볕의 따스함이었다.

하지만 청주시와 시의회는 고전적 우화의 교훈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들은 조례개정의 전제조건으로 ‘6월 행정안전부 특별법 국회 통과’ 를 내세우고 있다. 통과되면 청원군민추진위가 요구한 시내버스 요금인하, 청주지역 학교급식 식재료 사용 의무화, 농수산물도매시장 청원권 이전까지 긍정적으로 일괄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특별법이 통과되기만 하면 시군통합은 ‘받아논 밥상’ 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과연 그럴까?

지난 2005년 2차 주민투표 결과를 되짚어보면 최종 투표율은 청주시가 35.51%, 청원군이 42.22%였다. 주민투표는 총 유권자의 33.33% 이상이 투표해야만 개표 기준치를 충족하게 된다.

당시 청주시는 막판 투표독려로 가까스로 기준치를 넘겼고 청원군도 50%에 크게 못미쳤다. 만약 청원군 통합 반대 단체에서 주민투표 보이콧 운동을 벌인다면 투표율이 어떻게 될지 가정해 보자.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으로 서로를 감시(?)하는 상황이라면 33.33%의 투표율은 결코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청원군민의 적극적인 투표의지를 담보해야만 시군통합 ‘삼세번 도전’의 가능성이 보장된다. 청원군 유권자들은 이미 2번의 학습효과를 갖고 있고 그로인한 세찬 바람에 내성도 길러진 상태다. 북녘땅에도 통했던 ‘햇볕정책’을 이웃사촌에게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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