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 증흥 이끄는 선진사례에서 배운다

충북도가 ‘바이오 산업수도’로 육성하려는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오송바이오폴리스)가 마침내 10월 역사적인 착공에 들어간다. 미래의 충북이 생명과학산업의 요람으로 부상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이제 머잖아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 오송의 성패에 달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오송이 우리에게 중대하고 절박한 존재로 다가서고 있는 시점에서 KBS 청주방송총국이 최근 해외보도 기획으로 바이오 산업의 선진국 영국에 취재진을 파견, 현지의 관련산업 발전상황과 영국 정부 및 산-학 시스템이 추구해 온 전략적 선택들을 탐사하는 시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오송이 앞으로 지역에서 갖게 될 위상과 의미에 어느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갖고 있던 충청리뷰는 이에 따라 KBS의 기획 취재물을 지상에 중계하기로 했다. 시의적절하고도 시급한 지역의 의제는 같은 언론사로서 공유하는 게 마땅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구나 청주KBS 쪽에서 본보에 기사제휴를 강력히 희망해 온 것도 이같은 보도를 결정한 배경이 됐다. 충청리뷰는 이번 기회를 통해 오송단지는 물론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의 발전방향을 사례 중심으로 모색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눈길끄는 옥스-브리지 사이언스 파크
런던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대학도시 옥스퍼드에는 옥스퍼드 사이언스 파크가 있다. 그리고 이 곳에는 영국 최초의 바이오텍인 브리티시 바이오텍 등 120여 개의 바이오 업체가 입주, 신약 개발을 꿈꾸고 있다.
또 옥스퍼드와 함께 영국 생명공학의 한 축을 이루는 케임브리지에는 세계 첫 복제양 돌리가 탄생한 로슬린 연구소 등 200여 개의 바오텍이 역시 터를 잡고 있다. 옥스-브리지 사이언스 파크라고 이름이 붙은 것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지명을 땄기 때문이다. 옥스-브리지 사이언스 파크에는 영국 전체 바이오 기업의 70%가 집중적으로 입주해 있는데, 최근 5년 동안 그 수가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지금도 매달 한 개 이상씩의 바이오 업체가 새롭게 문을 열고 있다.
옥스-브리지 사이언스 파크가 영국의 바이오 산업 메카로 제2의 산업혁명을 이끌어 가는 성장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은 옥스-브리지 사이언스 파크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바이오 강국으로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

무엇이 옥스-브리지 신화를 만들었나?
옥스-브리지의 이같은 성공은 완벽한 산학연구의 인프라 때문이다. 영국 연구소 로이 빅넬 팀장은 “옥스퍼드 지역은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옥스-브리지내 바이오 업체들의 매출액은 2001년에 17억 파운드(약 3000억원)를 넘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옥스-브리지는 중공업이 사양길을 접어들면서 위축된 영국에서 가장 소득 수준이 높은 희망의 도시가 되고 있다. 이 지역 바이오 업체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만 1만 8000여명에 이르고 실업률도 극히 낮은 점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네트워크 ‘어비’(ERBI)의 제프 솔로몬 대표는 “실질적으로 이 지역의 실업률은 0%대로, 그나마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통계적으로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앤더슨 킹스칼리지 교수는 “세계적으로 영국의 경제적 수준을 유지하는데 바이오테크놀러지라는 하이 테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수요일’ 운영
옥스-브리지가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떠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바이오텍 업체들과 대학, 자본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킹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옥스-브리지의 바이오 인들은 매주 수요일이면 ‘미팅’을 갖는다. ‘바이오 수요일’에 이뤄지는 만남에는 수많은 바이오 기업 및 기업인은 물론 생명과학분야 과학자와 법률가, 자본 투자가들이 수백명씩 모여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데 이 자리가 정기적으로 열릴 수 있는 것은 자본과 기술, 연구기관과 대학-기업·기업인을 연결하는 성공적인 네트워킹이 있음은 물론이다.

3년 전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지역의 과학자 50여 명이 시작한 ‘바이오 수요일’의 모임은 참가규모가 평균 800명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지난 7월 3일만해도 150만 파운드(약 17억원)의 투자가 성사됐다.
옥스-브리지에서 바이오 관련 전문 네트워킹을 구축한 곳은 옥스퍼드의 오비앤(OBN)과 케임브리지의 어비(ERBI)가 대표적인데. 영국 바이오 업체의 70%이상인 400여 업체를 묶어내고 있다. 이들 네트워크 업체는 바이오 분야의 연구성과를 홍보하고 런던 지역의 자본과 기업체를 연결시켜주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 때문에 세계에서 형성되는 벤처 투자 자본 가운데 29%가 영국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큐베이터의 역할도 결정적
아울러 창업 초창기의 기업을 ‘양육’하는 인큐베이터들도 많은데 이들 중에는 은행가 변호사가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옥스-브리지에는 인큐베이터 회사만 30여 개 업체가 입주해 활약하고 있는데 이들은 창업에서부터 시설은 법률 서비스 등 모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인큐베이터들에 의해 토탈서비스가 이뤄지다 보니 아이디어만 있으면 한 평의 연구실에서도 성공 신화를 만들 수 있는 게 영국의 바이오 산업계다.
올 들어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10여개 업체가 독립, 노다지를 위해 생명과학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도 영국의 바이오 인큐베이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은 물론이다.

이번 취재를 위해 영국을 다녀온 청주 KBS 지용수 기자는 “바이오 산업 지원책 마련을 위해 전담팀까지 구성할 정도로 과감한 지원에 나서는 영국정부와 옥스-브리지의 저변을 형성하는 옥스퍼드 및 케임브리지 등 세계 초일류의 대학들이 영국의 거대한 바이오 산업 중흥을 이끌어가고 있는 모습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국은 과학부문에서 4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이중 35명이 바이오 관련 분야에서였다. 또 옥스퍼드 대학 생화학교 연구실만 해도 700여명의 연구진과 220여명의 포스트닥(박사후 과정을 밟는 두뇌)들이 연구열을 발산하고 있다. 영국의 이런 저력은 96년 159개 였던 바이오텍의 숫자를 5년만인 2001년 현재 480개로 확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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