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식 농협충북지역본부 홍보실장

얼마 전 한 아들이 ‘화’를 이기지 못해 어머니를 목 졸라 숨지게 한 천인 공노할 사건이 벌어졌다. 아니 얼마 전 뿐만이 아니라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어려운 사회·경제가 살인 또는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으로 치닫게 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경제의 맹점이 드러난 것이다.

감정 가운데 분노라고 하는 것은 화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괴물과 같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화때문에 고통 받고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인격적인 사람이 어떤 순간에 이상하리만큼 균형을 잃어버리는 것은 화를 잘못 다스렸기 때문이다.

성격이상 등으로 인한 존속살인, 연예인 성상납 문제, 살인자 강호승 사건, 막연한 삶이 싫어서 삶을 파괴하고 싶은 감정, 도박이나 마약 혹은 알코올 중독에 빠진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감정이 억압돼 안으로 들어갈 때는 우울증이 되고 밖으로 나올 때는 분노가 된다. 안으로 들어가서 본인에게 심한 마음의 상처를 주면 자살로 이어질 수 있고, 밖으로 표출되면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화는 충동적이며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데서 오므로 내면에 있는 폭력을 키우며 화를 푸는 연습을 하다 보면 오히려 스스로가 폭력적인 사람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러한 화나는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자기의 감정이 어떤 상태에 있는 지 알아차림으로써 자신의 내면적 상태에 대하여 공감할 뿐만이 아니라 상대에 대하여 공감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즉, 나에 대한 배려뿐만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를 통해서야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보일 것이다.

화는 대체로 이기심에서 나오는 감정이므로 그 정체를 알고 자기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만이 성숙한 인간으로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다. 경전에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났고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는 말이 있다.

또, 유정 스님은 수행에 있어 불자가 지켜야 할 덕목으로 “무엇보다 내 가족, 이웃을 미워하거나 시기 질투하지 말아야 하며 잘못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나에게 다가온 모든 괴로운 고통과 즐거운 행복은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이뤄진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역설하기도 했다.

IMF때보다도 더 어렵다는 지금이 정말 서로를 배려해 줄 때가 아닌가 한다. 배려를 통하여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이며 건강한 사회의 초석이 된다.

끝으로 현재 필자가 몸담고 있는 농협은 변화와 개혁을 위해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농업인, 고객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제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농협이라는 조직이 제대로 변화와 개혁을 하는 지 지켜보고, 잘 되지 않는 경우에 채찍을 가해야 한다고 본다. 속된 말로 ‘싸잡아서 도매금으로 넘어가기’에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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