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세 번째 대회를 맞는 반기문전국마라톤대회. 이제는 이 대회를 모르는 전국의 마라토너들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유명해진 것은 반기문유엔사무총장이라는 브랜드도 있지만, 마라토너를 위한 맞춤형 대회이기 때문이다. 넓은 주차공간, 깔끔한 행사진행, 수려한 풀코스, 먹거리, 볼거리등 나무랄 데가 없다는 평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와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판승 선수’라는 명성을 얻은 최민호 유도선수가 참가한다. 앙드레김 유니세프 홍보대사와 세계 11개국 대사관 가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즈음 되면 행사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예상된다. 작년 2회 대회에도 1만2천명을 넘겨 아마추어 대회로서는 메이져 마라톤대회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도 신청자만 1만3천명이며, 참가자 가족까지 포함하면 1만5천명이 19일 오전 음성군종합운동장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큰 규모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를 더욱 빛나게 할 빅 이벤트가 있다. 바로 100회, 200회, 300회 완주에 도전하는 4명의 마라토너들이 있다. 이들을 만나보았다.

마라톤 300회 완주 도전, 최고령 석병환 씨
“神도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최고령’, ‘최다 완주’는 석병환(77세) 씨를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67세에 시작한 마라톤이지만 그의 체력은 여느 젊은이를 뛰어넘는다. 2007년 7월 상주3풀 마라톤대회 이틀째 200회 완주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74세라는 최고령 200회 완주이어서 이기도 하지만 그의 정신력과 체력은 감탄할 정도이다.

일흔을 넘겨 이제 여든을 바라보고 있는 마라토너 석병환 씨는 “신(神)도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이라며, 지금같이 즐겁게만 달릴 수 있다면 90세까지 500회를 채우는 것이 그의 목표다.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는 석병환 씨는 음성군 음성읍 동음리가 고향이다. 음성하면 처음 떠오르는 것이 13살이 되던 해 해방이 되어 태극기를 들고, 공설운동장에 나가 만세를 부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석 씨는 부인 김영자(75세) 할머니와의 사이에 2남 3녀를 두었는데, 아들 둘 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큰 아들은 영국 런던에서 무관생활을 하고 있고, 둘째는 육사를 수석으로 졸업해 현재 전라남도 해남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들들도 매주 풀코스를 완주하는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지만 석 씨는 “즐겁게 달린다면 오히려 더 건강해진다”며 자식들의 걱정을 쓸어내린다고 한다.

걱정은 부인 김영자 할머니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석 씨는 “학문의 끝이 없듯이 운동에도 끝은 없다”며 “너무 넘치게 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마라톤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석 씨는 처음 마라톤을 시작하던 67세 때는 하루 10~20km씩 오래 뛰는 연습을 했는데, 이제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하루걸러 하루씩 뛰고 있다. 이렇게 벌써 만 10년을 뛰었는데, 이제는 대회를 나가면 다들 ‘마라톤의 대부’라고 부를 정도가 됐다.

이렇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석병환 씨는 “음성은 내 고향이다. 반기문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음성이 자랑스럽다”며 유수의 다른 많은 대회에서 300회 완주 출전을 권유했으나 모두 거절했다. 고향인 음성의 반기문전국마라톤대회에서 300회 완주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혈압 때문에 시작한 마라톤, 이젠 생활
김무언 씨, “걷는 것 보다 뛰는 게 낫죠”

김무언(69세) 씨는 2001년부터 뛰기 시작해 2002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전주 군산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처음 풀코스에 도전했다. 2007년에는 진주마라톤대회가 100회 완주 대회다. 이는 마라톤을 시작한지 꼭 4년 6개월만이다. 이번에 참가하게 된 반기문마라톤대회가 200회 완주대회인데, 2년 반 만에 100회 완주를 달성하게 된 것이다.

100회 완주 이후 매년 40회 완주를 해왔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어 달리는 연풀(이틀 연속 풀코스참가)도 하고, 쓰리풀(3일 연속 풀코스참가)도 해보았고, 나흘동안도 풀코스 완주를 해봤다고 한다.

마라톤으로 현재는 남부럽지 않게 건강해졌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마라톤을 하게 된 동기도 환갑 때 받은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판정을 받았다. 이때 몸무게를 줄여야 될 것 같아서 시작한 게 뛰는 것이다.
혈압 때문에 뛰게 된 것이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간다. 이제는 멈출 수 없다. “가만히 있는 것 보다 걷는 게 낫고, 걷는 것보다 뛰는 게 낫다”는 것이 김무언 씨는 생각이다.

김 씨는 원래 200회 완주를 지난 4일 개최된 경주 벚꽃마라톤대회에서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00회 마라톤클럽의 석병환 씨는 음성 반기문마라톤대회에서 300회 완주를 한다고 해서 클럽 차원에서 이벤트로 100회 200회 300회 완주자들이 모두 참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병환 씨는 100회 마라톤클럽에서 최연장자이면서 가장 많은 완주를 한 마라토너다. “석병환 씨의 300회 완주를 축하해 주는 의미에서 이런 이벤트를 갖게 됐다”고 김무언 씨는 밝혔다.

프로급 아마추어 함찬일 씨 우승도전

함찬일(47세) 씨는 프로급 아마추어 마라토너다. 2007년 손기정 평화마라톤대회 우승. 2006년 파주 문화일보 통일마라톤대회 우승 등 전국 마라톤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렇게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는 함 씨는 100회 완주를 앞두고 걱정이 많다. 작년에 너무 열심히 뛰어서 인지, 왼쪽 발의 족저 근막염(발다닥 아래쪽 염증)이 있고, 오른쪽 다리에 고관절(엉덩이뼈와 허벅지가 연결된 관절)이 부상이다. 더욱이 최근에 왼쪽 무릎이 안 좋아서 완주를 할 수 있을 지 염려스럽다.

함씨는 반기문마라톤대회 첫 참가이니 만큼 좋은 성적을 바랐지만, 우승은 고사하고 완주를 걱정하고 있다.

하연희 씨 마라톤으로 부르는 忘夫歌

하연희(52세) 씨는 이번 반기문마라톤대회 참가가 남다르다. 33세에 남편을 잃고 혼자서 아이들을 키워온 것.

너무도 일찍 혼자된 하 씨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슬픔에 가슴이 답답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울면서 뛰었다. 자식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억누르고 있던 슬픔을 뛰면서 풀었다.

하씨는 “나에겐 이번 반기문마라톤대회가 뜻깊다”면서 “음성에서 100회 완주를 도전하게 된 것은 땅속에 있는 남편이 지켜보고 싶어서였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19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 때문에 슬픔을 잊기 위해 달린 세월이 10년. 음성에서 반기문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하 씨는 “이번 대회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달려가는 기분으로 뛰겠다”며 “기록갱신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직 남편을 향해 뛰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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