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대장장이 외길 인생 지의철씨

농촌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없는 대장간을 도심 주택가에서 접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청주 대성동 주택가 뒷골목에는 3평 남짓한, 집 마당에 화덕을 떡하니 갖추고 호미, 괭이, 삽, 낫, 망치 등 온갖 농기구들이 들어서 있는 곳이 있다. 바로 54년째 대장장이 삶을 살고 있는 지의철(71)씨의 일터다.

15세 때부터 대장장이 외길을 걸어온 지씨는 요즘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도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이른 새벽 화덕에 불을 당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탓인지 현대사회에서 철물점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지씨가 만든 농기구를 사용해본 사람들은 아직도 꾸준히 그의 대장간을 찾고 있다.

지씨는 “평생을 대장장이로 살며 습득한 나만의 기술로 연장을 만들기 때문에 공장에서 만든 제품보다 품질은 좋을 것이다”라며 “이 기술을 배우려 하는 사람이 없어 아쉬움과 함께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몸이 아플 때를 빼곤 하루도 망치질을 멈추지 않은 지씨. 그의 일에 대한 자부심은 세월이 흐를수록 수 백번 담금질 한 쇳덩어리처럼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지씨는 “평생을 대장장이로 살면서 후회해 본적은 단 한번도 없다”며 “내가 만든 연장을 찾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죽을 때까지 이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제 날이 더워져 땀 좀 흘리겠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지씨에게서 넘쳐나는 활기찬 기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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