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튀 응업 충북대 국문과 대학원생

한국에 유학 오게 되었을 당시 문화차이라는 개념에 대해 나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한국에 오는 것이 그냥 단순하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문화차이 때문에 힘든 것은 있겠지만,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생활하겠다는 다짐만 하고 왔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와 보니 문화차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우선 술 문화를 언급하지 않으면 한국에 와 본 적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국에서 술은 친하기 위한 가장 쉽고 편리한 방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언제 어디서나 “술 한 잔 할래요?”라는 권유를 쉽게 받을 수 있다. 남자가 여자한테 친해지기 위하여 술을 권해도 괜찮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그렇지 않다. 남자가 여자한테 “술 한 잔 할래요?”라고 권하면 여자가 너무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면서 “이상한 남자네”나 “이 남자가 날 죽일 작정인가?”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도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한국남자가 “술 한 잔 할래요?” 했을 때 그랬다. 보통 35도에서 38도, 그리고 45도까지 되는 베트남 술은 워낙 독하고 세서 금방 취한다. 그리고 한국은 잔을 다 비운 후에야 따라 주지만 베트남은 상대방에게 정이 넘치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잔을 비우지 않아도 계속 채워주니 웬만한 여자들은 순식간에 쓰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친해지기 위해 남자가 여자한테 술을 권했는데 친해지기도 전에 술에 취해 이상한 모습을 보이거나, 싸움이 나서 영영 보고 싶지 않은 사이가 되어 버릴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 술은 약하고 순해서 친해질 때까지 술을 마실 수 있다. 베트남에서 술을 잘 못하는 나도 한국에서는 한, 두잔 정도 마실 수도 있고 술이 좀 받는 날에는 더 마실 수 있다.

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으니 고기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 돼지고기하면 떠오르는 것이 삼겹살이다. 나에게도 삼겹살은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 중 하나고 가장 비싼 돼지 부위 중 하나이다. 대중 매체나 인터넷 등에서 삼겹살에 대한 효능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삼겹살을 사랑하고 열광한다. 처음에 한국 사람들이 삼겹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이해도 안 가고 웃기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는 삼겹살이 가장 싼 부위 중 하나이며 잘 먹지도 않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겹살은 살코기만 있는 부위처럼 뻑뻑하지도 않고 기름기가 많은 부위처럼 느끼하지도 않고 연하고 부드러우면서 감칠맛이 난다. 이런 삼겹살을 먹다 보니 나도 이제 한국사람처럼 삼겹살 때문에 미칠 때도 많다.

또한 나를 놀라게 한 한 가지가 더 있다면 바로 대중목욕탕 문화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목욕탕을 애용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목욕탕을 좋아한다. 목욕탕에만 갔다 오면 한 겨울이라도 시원하다고 난리를 칠 정도니까. 난 처음에 정말이지 이해가 안 되었다. 벌거벗고 많은 사람 앞에서 알몸으로 목욕한다는 것이 왜 그렇게 좋은지 말이다.

베트남은 대중목욕탕이 없어 사람들이 집에서 따로 목욕해서인지 아무리 같은 여자라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알몸으로 목욕하는 것은 상상초월이고 거부감이 많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대중목욕탕에서 자연스럽게 벌거벗은 모습을 의식하지 않은 채 즐거운 마음으로 목욕하는 한국 사람들이 참 인간답다는 느낌이 든다. 나도 겨울이 되면 목욕탕에 가서 즐거운 마음으로 목욕한다. 목욕탕 문화를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추우니까 집에서보다 뜨끈한 목욕탕에 가서 목욕해야 때도 팍팍 밀고 피로도 날아가고 온 몸이 시원해질 것 같다.

우리는 나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 참 이상하다”라는 편견부터 가지게 되는데 직접 내 몸으로 다른 문화를 겪어 보고 이해하게 되면 저절로 “아,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문화라는 것은 좋고 나쁜 것 없이 모두 아름답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라는 말처럼 난 어느 순간에 한국의 법을 따르기로 했다. 그래야만 한국 문화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 수 있고, 외국인인 나는 한국을 내 고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국 사람들도 이주여성인 나를 받아들여 나를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문화차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아름다운 문화라는 개념만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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