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열 충북도의회 의장이 10월 1일 사퇴를 결정함으로써 도의원 보궐선거는 내년 6월에나 가능하게 됐다.   10월 30일 재보선이 치러지는 만큼 하는김에 하자며 9월 30일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유의장은 자신의 편의를 먼저 생각했다.  9월 30일과 10월 1일은 단 하루 차이지만 보궐선거는 무려 8개월이나 늦춰지는 것이다.

 우리가 손님을 대접할 때 조금 늦게 다른 사람이 끼여들더라도  숫가락 한개만 더 놓으면 만사가 해결된다.  먼저 온 손님이 다 먹고 난 후 찾아오게 되면 상을 한번 더 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다름아닌 낭비다.   이러한 번거로움과 국가적 낭비를 덜자고 많은 사람들은 9월 말 사퇴를 원했다.  기자는 이번 과정을 지켜보면서 유의장에게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며칠전 어느 지인의 청탁(?)으로  유의장에게 선거기획사 여부를 물었더니 이미 선정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결정은 향후 선거전략까지 감안한 판단이었을텐데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속단인지는 몰라도 유의장에 대한 비난여론이 만만치가 않다. 기껏 각서를 써놓고도 경선참여를 거부하고 탈당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정치판이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경선인데도 위험을 무릅쓰고 도박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사퇴시기를 전략적으로  택한 것은 절대 명분을 얻지 못한다.  특정인의 도의원 출마를 견제해서 자신의 득표에 얼마만한 효과를 거둘지는 몰르지만 유권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상대의 해코지가 우려됐다면 오히려 더 의연하게 나왔어야 했다.  그것이 광역의회 수장에 걸맞는 무게있는 처신이며, 그야말로 금도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바라고 있다.  유의장이 지금 소아증세의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나 않은가 걱정된다.  

 지난해 유의장이 도의장에 선출된 과정은 가히 극적이었다.  다수의석에 기고만장하던 한나라당에 반기를 들고  의장직을 거머쥐는 과정에서 기자도 그의 잘 생긴 외모를 오버랩시키며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유의장이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당시 의장에 선출된 것은 본인의 인물경쟁력보다는 정치적 역학관계, 다시 말해 당의 일방적 통보에 반발한 소장파와 절대다수 의석에 고무돼 지방의회를 접수하려던 당의 오만함을 싫어한 여론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동안 도의장을 지냄으로써 본인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실체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냉정한 측면이 많다.  최근 일련의 처신이 주변의 이런 폄하에 근거를 제시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유권자의식은 많이  변하고 있다. 특히 '룰'을 어기는 후보에겐  냉혹하다.  최근 몇번의 선거에서 당연히 당선될 것으로 예상됐던 인물들이 나가 떨어지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유의장이 악화된 여론을 만회할 기회는 여전히 있다.  당장 도의장과 도의원을 사퇴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득표를 늘리는 최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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