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면서 대인관계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는 것입니다. 전직 도의회 의장인 A씨는 사람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한때 ‘정치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A씨는 도청 구내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 옆에 앉은 B기자의 성을 C기자로 바꿔 부른 적이 있습니다. B기자는 A씨가 성을 바꿔 불러도 무안하지 않도록 참았지만 A씨가 몇 차례에 걸쳐 자신의 성을 계속 틀리게 호칭하자 발끈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A씨는 B기자에게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호감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기자들은 자신이 출입하는 기관의 고위 간부들이 자신의 이름을 모르면 서운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을 기억시켜 주기 위해 같은 기사라도 비판 수위를 높이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역대 충북 민선 지사 중 기자에게 가장 인기가 없던 주병덕 전 지사는 도청을 담당하는 기자 대부분의 이름을 몰랐습니다. 주 전 지사는 기자들의 예민한 질문에도 가식이 없고 진솔한 답변을 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자들의 이름을 제대로 몰랐기에 인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주 전 지사의 뒤를 이은 이원종 전 지사와 정우택 지사는 기자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고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도 어느 정치인에 뒤지지 않습니다.

김종호 전 국회 부의장은 요즘 건강이 좋지 않아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전 부의장은 건강이 악화되기 이전엔 괴산.증평지역 유권자의 이름을 줄줄이 외웠습니다.

이에 대해 김 전 부의장의 측근은 “돈은 안 들이면서 인심 쓰는 것이 사람 이름을 외우는 것”이라며 정치인의 ‘이름 외우기’를 강조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수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치 지망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할 일 중 하나가 ‘기자 이름 외우기’라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HCN충북방송 보도팀장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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