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고려시대 축조 의견과 상반돼 사적 지정 추진


삼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가 삼국시대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판명되는 수모를 겪었던 충북 제천 의림지 축조연대가 삼한시대 이전이라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9일 제천시에 따르면 시의 의뢰로 '의림지 지질환경 및 자연과학분석 연구'를 수행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최하부 유기질 점토층의 퇴적시기와 퇴적비율을 고려할 때 의림지 형성시기는 1940년 전인 삼한시대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연구원은 저수지 아래 퇴적층 식물편 분석을 통해 이 퇴적층이 1380년(심도3.625m)~1240년(심도4.58m) 전에 형성된 사실을 밝혀냈다. 심도는 시추가 이뤄진 깊이를 말한다.

또 퇴적층 아래의 유기물을 기반으로 한 방사성탄소연대측정에서도 1910년(심도6.385m), 1740년(심도5.84m), 1410년(심도4.51m) 전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연간 퇴적량이 4mm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의림지 퇴적층은 상당히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이와 함께 제방 퇴적층 시추조사에서 밝혀진 탄소연대도 약 1200년 전으로 거의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10월부터 의림지 제방과 저수지 바닥 등 4곳을 시추했던 연구소는 시추된 시료에 대한 퇴적물 입도분석, 유·무기 지화학 분석, AMS 연대측정(방사성동위원소측정) 등의 연구를 추진해 왔다.

연구소는 의림지 상부 퇴적층에 대한 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 추가 시추조사를 벌인 뒤 6월께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최종 연구결과나 나오는대로 사적 지정과 국제학술세미나 개최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학계에서 최고(最古)의 저수지라는 연구성과를 인정하면 자연스럽게 교과서 수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림지는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삼한시대에 축조된 국내 최고의 인공 저수지로 알려져 왔으나 2000년 사적지정을 위해 진행된 충북대 박물관의 지질조사에서 축조연대가 고려시대 이전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의림지는 2002년 교과과정 개편 때 역사 교과서에서 사라지는 '굴욕'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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