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청주송절중 교사

북한이 지난 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로켓발사 직후, 대부분의 일본 방송들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미사일 발사’라는 속보를 내보냈으며,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단호한 대북 제재”를, 일본정부에는 “억제가능한 방위력의 정비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미국도 유엔의 1718호 북핵 관련 대북결의를 근거로 한 안보리 제재 등 강도 높은 대응을 시사했으며, 한국정부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적극 검토하겠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의 말대로라면 로켓 발사의 목적이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다는 것이었지만, 로켓 기술이란 게 얼마든지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또한 실제로는 북한의 기술력과 군사력을 과시하는 의도속에 강행된 일이기에,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가져오는 중대한 사건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의연하고 엄중하게(?) 나무를 심고계신 대통령의 모습이 오히려 무력하게 보이거나, PSI 참여를 통한 제재를 주장하는 정부의 대책이 말뿐인 졸속대응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미국을 살펴보자. 북한을 불량국가로 규정하고 벼랑 끝까지 몰고 간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실패와 패권주의적 정책의 결과 북한은 핵이나 미사일 같은 강력한 자구력을 보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미국은 1만개가 넘는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고 미사일의 보유량도 세계1위인 세계최강의 군사대국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주도로 추진되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금지가 약소국에 대한 ‘사다리 걷어차기’로 보여졌을 것이며, 바꾸어 생각하면 강대국인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고립과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한방’의 강력한 무기를 갖고자하는 유혹이 그만큼 강했을 수도 있다. 궁지에 몰린 쥐가 ‘한방’을 가지고 고양이를 위협하는 현재의 경색된 긴장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포섭하려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일본을 살펴보자. 이번 사건에 유난히 호들갑스러운 일본의 태도에 대해서, 이를 계기로 국민들의 공포감과 불안감을 부추겨 군군화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눈길을 거둘 수 없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을뿐 아니라, 오히려 강력한 군사 대국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살상용 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로켓발사 실험은 각국에 보장된 자유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되고 있으며, 일본이야말로 인공위성을 내세워서 교묘히 미사일 대국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나아가 일본은 사실상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며, 막대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한 달 안에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동북아 정책 속에서, 미국의 묵인아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장면에서 문득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끝으로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해 살펴보자. 지금처럼 한·미·일과 북·중·러가 각각 연합전선을 구성하여 대립하는 구도는, 휴전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어온 냉전시대의 유물이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압박 전술이 모두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정부가 미국과 압박전술에 대해서도 그리고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대해서도 그저 묵인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그러면서도 북한에 대해서 군사적 경제적 제재에 합류하는 PSI에 전면 참여한다고 하면,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그리고 경직된 군사적 긴장과 대결속에서 서해의 북방한계선(NNL) 무효화를 선언한 북한이 국지적인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상황은 더욱 난감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계기로 우리의 대북정책을 냉정하고 의연하게 돌이켜 보아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에도 핵개발이나 미사일 실험 같은 악재가 없지 않았지만, 이런 악재들이 남북의 화해공존 기조를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라는 낙관과 믿음을 가졌기에 ‘평화통일’은 우리민족이 합의한 유일한 통일방안이었다.

지금의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공존과 평화통일을 이야기 하는 것이 낯설고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복잡할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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