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편집국장

무심천변에 벚꽃과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꽃들도 지금쯤 ‘나가야 될까 말까’를 고민했을 법하게 날씨가 겨울과 봄을 왔다갔다 했건만 꽃은 어김없이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그 꽃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왔다. 무심천변에 꽃이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풍경은 확연히 다르다. 청주의 젖줄 무심천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을 정도로 그 곳의 경관은 볼 만하다.

지난 주말, 무심천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루종일. 관광지가 아니라 꽃과 사람 외에는 볼 게 없는 무심천이건만 토·일요일 이곳을 다녀간 시민들은 족히 몇 만명은 될 것이다. 환한 꽃밭속에서 사진찍는 시민들의 얼굴도 덩달아 환히 핀 듯 아름다웠다. 그리고 청주시에서는 노점상을 강력하게 단속해 모처럼 순수하게 봄을 만끽하려는 시민들이 주인공이 된 주말이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무심천 벚꽃을 구경한 것 까지는.

벚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시민들은 무심천변에서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싶었을 것이다. 벚꽃을 바라보면서. 물론 이 곳에도 식당과 찻집과 술집은 있다. 다만 무질서할 뿐이다. 무심천을 둘러싼 양쪽 길은 식당과 사무실과 여관, 술집, 주택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청주시내에는 젊은이들의 패션 1번가인 성안길 로데오거리와 웨딩업체·한복집·사진관 등이 줄지어 있는 중앙공원 근처 웨딩거리, 오래된 인쇄소와 복사·제본집이 모여있는 수동 인쇄골목, 어른 팔뚝만한 돼지족발을 소담하게 삶아 내놓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문동 족발골목 등이 있다. 모두 특색있는 거리들이다.

그 중 로데오거리의 변신은 강조할 만하다. 과거 이 곳은 8m 소방도로에 판잣집과 공터, 여관 등이 들쭉날쭉하게 자리잡아 상가로서는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누구도 당시의 거리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후미진 골목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리 길이만 120m 도로에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의류·커피숍·음식점·미용실·구두가게·액세서리가게 등이 밀집한 지역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것도 첨단 유행이 숨쉬는 패션의 거리로.

이렇게 변신하기까지는 ‘성안길로데오거리번영회’의 노력이 있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신개발지로 상권을 뺏기겠다고 의식한 상인들이 자구책으로 돈을 모으고, 청주시에 건의해 기존상가를 철거하는 한편 어떤 메이커를 입점시킬 것인가도 신중히 검토했다고 한다. 그리고 ‘로데오거리’라는 표지판도 만들어 붙였다.

이후 시민들은 이 곳을 로데오거리라 부른다. 그리고 최근 유행하는 옷과 구두를 사려면 이 곳으로 간다.
무심천변의 상가들도 이런 노력들을 해야 한다. 그저 특색없이 아무렇게나 늘어선 식당과 찻집, 술집들을 정비해 시민들이 찾고 싶은 거리로 만들어달라는 주문이다. 물론 청주시의 지원도 필요하다. 청주시민들은 무심천에 가서 자연을 바라보고 더불어 맛있는 식당들이 줄지어선 식당거리, 분위기있는 카페들이 늘어선 카페거리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어 한다.

지난 주말, 기자는 무심천 하상도로를 걸으면서 무심천변을 자세히 관찰했다. 솔직히 어느 한 군데 들어가고 싶은 식당과 찻집이 없었다. 삼겹살·영양탕·두부·해장국·한정식·일식집이 드문드문 있고, 사이사이에는 여관, 사무실, 주택 등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폐선이 된 큰 배 모양의 식당도 끼어 있었다. 정말 흉물스럽기 짝이 없었다.

무심천이 청주시민들에게 ‘쉼표’ 역할을 한다면 무심천변도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은 전혀 머무르고 싶은 곳이 아니다. 청주시를 대표하는 곳답게 청주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가꾸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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