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굽히고…충북도의 ‘조건 없는 조건부 수용’
정 지사 “우린 민영화 수용, 시민단체는 반발해라”

  <2010년 민영화 청주공항: 수그려라…받으리니?>

▲ 충북도는 청주공항 민영화를 조건부로 수용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단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결국 조건 없는 조건부를 수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무심천에서 낚시꾼에게 포획된 붕어들(자료사진).
뭔가 길을 잘못 들어선 느낌이다. 청주국제공항 민영화에 반대하던 충북도가 좋게 말해 ‘조건부 수용’이라는 논리로 민영화에 찬성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충북도가 민영화 찬성을 공식 선언했음에도 아직까지도 약속된 ‘조건’이 무엇인지 하나도 드러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정우택 충북도지사는 지난 3일 청주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청주국제공항민영화를 받아들이고, 지역발전을 위한 좋은 조건을 얻어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정 지사가 이날 현명한 선택의 예로 든 것은 천안까지 내려온 수도권 전철을 청주공항까지 연장하는 것이었다.

정 지사는 또 “반대하는 쪽의 입장은 민영화와 관련해 정부에서 먼저 지원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사전에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특혜’라는 입장”이라며 “정부가 청주공항 민영화를 위해 컨설팅회사 등에 용역을 줄 때 충북도를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지사는 그러나 “시민단체의 반발도 지역을 위한 좋은 조건을 얻는데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불필요한 전략노출(?)도 서슴지 않았다.

정 지사의 말 대로라면 정부의 위세에 밀려 수동적으로 민영화를 수용하느니 능동적으로 이를 받아들인 뒤 충북의 몫을 챙기자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반발할수록 유리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셈법이 너무 순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순진한 셈법, 비판여론 비등
일단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낚을 때는 미끼가 필요하지만 그물망에 들어온 이상 먹이를 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청주공항 민영화에 반대논리를 펴고 있는 야당과 시민단체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충북경실련 이두영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의 통치 스타일이 밀어붙이기 아니냐. 4대강 사업도 결국 시도지사들이 건의하는 형식이 됐다.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지방정부는 칼날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시설투자나 기반시설확충, 노선 확대 등을 먼저 선행하고 그 다음에 민영화 여부를 검토할 일이지 먼저 민영화를 받아들이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홍재형 의원실 관계자도 “정부가 공항 민영화를 밀어붙인다고 ‘비빌 언덕’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골칫거리로 전락한 지방공항과 관련해 방관하거나 발을 빼기 위한 정책일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민영화로 장부상의 적자폭을 줄이는 등 숫자놀음은 가능하지만 공항 활성화는 별개의 얘기라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충북도당 주최로 청주에서 열린 청주공항 민영화 관련 토론회에서도 정부 측의 느긋한 입장은 충분히 감지됐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장종식 국토해양부 항공철도국장은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한 국제선 취항, 활주로 등 시설확충의 문제는 앞으로 정부에서도 시간을 갖고 개선해 나갈 생각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공항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할일이 많을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간단히 밝혔다.

장 국장은 6일 충청리뷰와 전화 통화에서도 “반대급부를 얘기하라는 건가.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것 외에는 해줄 얘기가 없다. 민영화의 취지는 우선 ‘경쟁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민영화, 이미 대세는 기울었나
정우택 지사가 “시민단체는 계속 반발하라”고 부추겼지만 야당이나 시민단체 역시 대세가 기울었음을 내심 인정하고 있다. 다만 숫자놀음에 의한 적자 모면이 아니라 실질적인 청주공항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가 제시하는 대안은 다소 차이가 있다.

경실련 이두영 사무처장은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청주공항활성화대책위도 민영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보니 정부의 밀어붙이기가 가능한 것 아니냐. 우리는 원칙적인 관점에서 잘못된 것을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차피 3,4개월 컨설팅을 받고 민영화 조건을 만들 것이다. 마냥 반대만 해서는 될일이 아니고 여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원천적으로 뒤집을 수도 있다”라며 대응논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시민단체의 주장은 민영화가 민간 기업에게 특혜주기가 되어서는 안 되고 정부의 주장대로 정말 흑자 가능성이 높다면 현 상태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민주당 홍재형 의원실은 보다 현실적이다. 민영화 이후 수익이 창출되지 않을 경우 공항관리가 마비되는 심각한 상황도 우려되지만 민영화가 기정사실화된 만큼 구체적인 조건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의 이용객 수준을 고려할 때 시설확충은 될 만큼 됐다. 추상적인 조건을 내걸기보다는 항공기정비센터를 유치하거나 공항주변을 경제자유특구로 지정하는 등 향후 공항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요구애햐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뜻을 같이하는 것은 균형발전의 실현이 공항활성화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이 처장은 “지방공항의 문제는 수도권 위주의 공항정책에서 나왔다”고 지적했으며, 홍 의원실 관계자도 “세종시와 청주공항은 공동운명이다. 세종시가 특례시에 머무른다면 어떤 변화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들이 청주공항 핫라인?
민영화 소통의 통로 송광호&이승훈

▲ 민영화와 관련해 중앙정부와 통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거론되는 송광호 의원(좌)과 이승훈 충북도 정무부지사(우).
하나 같이 당사자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 청주공항 민영화와 관련해 관계 요로와 핫라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주목되는 사람은 송광호(제천·단양) 의원과 이승훈 충북도 정무부지사다.

송 의원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가 민영화를 밀어붙이려면 지역에 뭘 줘야할 게 아니냐. 나는 천안에서 청주까지 전철 연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금년 예산에 타당성 조사비를 반영하는 것에 대해 예산 부처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당 의원들, 특히 청주 의원들은 지난 10년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 나 같으면 벌써 하고도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정무부지사는 “서울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담당 국장과 ‘요처’의 관계자들을 만났다. 솔직히 공항 활성화에 특별한 대안이 없으니까 받아주고 진지하게 검토해보자는 거 아니냐. 논의 테이블로 불러낸 것 자체가 진전이다. 계속 반대만하고 나중에 논의하자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민영화 수용이 곧 전략”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