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장애인선수들 곁방살이 설움…"전용스포츠센터 건립돼야"
道, "막대한 예산확보 어려워"… 2018년 건립계획 '시기상조'

4월 20일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장애인의 날이다. 이 같은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충청리뷰>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사회적 장애 없이 운동하고 싶어 하는 충북장애인 선수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 충북 근대5종 경기 연습장에서 곁방살이를 하고 있는 장애인 펜싱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지난 2월초 눈발이 간간히 내리는 영하의 날씨에 청주체육관 인근의 한 조립식 건물을 찾았다. 충북의 사격, 펜싱, 수영, 육상, 승마 등 근대 5종 경기 엘리트 선수들이 훈련장으로 이용하는 곳. 바로 근대 5종 경기 훈련장이었다. 어두운 건물 내부 한 구석에선 온풍기 하나에 의지한 채 휠체어를 탄 펜싱 선수들이 몸을 고정하고 맹연습 중이었다. 마땅한 코치진도 없어 사회체육과를 졸업한 지인을 불러 자세를 교정 받고 있었다.

휠체어럭비 선수단은 4월 들어 청주 한 고교 강당을 빌려 훈련에 들어갔다. 겨우내 훈련할 곳을 찾지 못해 애를 먹다가 어렵게 구했다. 이들은 연습할 곳을 찾다가 1년의 반을 그냥 보냈다고 한다. 간간히 학교강당을 빌려 운동을 해 왔지만 학교 측은 체육 특기생들이 시합을 앞두고 훈련을 해야 한다거나 강당 나무 바닥이 휠체어에 긁힐 것을 염려해 이용을 꺼린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휠체어는 넘어질 일도 많지 않고 바퀴가 고무여서 긁힐 일도 없다고 한다. 따라서 장애인 체육 선수들은 장애인전용 종합스포츠센터의 건립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충북도는 2018년까지 장애인종합스포츠센터를 건립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은 갖고 있어도 예산확보의 어려움을 들어 해결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충북장애인체육회는 전국 16개 시·도 중 장애인전용 체육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은 충북과 강원, 제주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문화관광과 문화체육 담당자는 강원과 제주도를 제외한 14개 시도에 무려 24개의 장애인전용 체육시설이 있다는 현황 자료를 보내 왔다. 확인 결과 충북도에는 1999년 2월 14일 지어진 곰두리 체육관이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종합체육관 충북·강원·제주만 없어
하지만 곰두리 체육관 운영자인 충북사회복지개발회는 곰두리 체육관은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지어진 체육시설로 장애인 생활체육이나 전문 체육인을 위한 시설이 아님을 강조했다. 충북 곰두리체육관 안종태 관장은 "곰두리 체육관의 관할 부서는 보건복지가족부다"며 "이는 다수 장애인의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설립 된 것이다"고 말했다.

안 관장은 "문광부가 장애인체육시설의 현실에 대해 잘 몰라서 2007년 관할 분리가 되기 전의 시설현황을 보낸 듯하다"고 말했다. 안 관장은 "곰두리체육관도 국제 경기장 규모의 론볼경기장(8개 링크)과 휠체어테니스장(2개 코트), 수영장 등이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장애인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실제 구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물론 해당 시설에 대해 충북 장애인체육 가맹경기단체가 이용하고 있지만 휠체어테니스 선수의 경우 도내 2명밖에 안되고 이용률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충북장애인체육회는 충북 인구 150만의 5.3%에 이르는 4000명 정도를 장애인체육 선수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충북장애인체육회가 지난 2007년 6월 공식 출범한지 3년째가 됐지만 아직 11개 시군의 지회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아 현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청주시 장애인체육회가 유일한 실업팀인 청주시청 장애인사격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일찌감치 구성된데 이어 충주·제천시, 증평·진천군 지회가 설립을 추진 중에 있으나 열악한 지방자치단체 재정규모를 고려할 때에 곁방살이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얘기다. 즉 일반체육과 병행해서 담당자 1명이 배정되어 있는 정도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확한 장애인 선수단 현황을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장애인 선수 파악도 제대로 안돼‥
올해 충북도 21개 가맹경기단체 등록 선수단은 347명. 이 중에서도 동계종목인 빙상과 스키 선수는 전무한 상황이며 볼링과 조정 선수 또한 찾아 볼 수 없다. 한마디로 비용이 많이 들고 코치진을 구하기 힘들어서란 얘기다. 체육시설 이용이 비교적 용이한 론볼이나 테니스 등은 정작 선수를 구하기 힘들고 선수로 많이 나서는 종목은 연습 시설이 부족하거나 있어도 접근성에서 떨어지는 형국이다.

또한 코치진이 없어 일반 엘리트체육 코치진이 전국대회를 앞두고 한시적으로 투입되는 상황이다. 결국 이 같은 상황에서 실력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란 것이다. 하지만 충북장애인체육 선수단의 성적은 그동안 그리 나쁘지 않았다. 경북 김천에서 열린 2007년 전국체전에서 16개 시·도 중 6위, 지난해 경기도 광주 전국체전에서 5위, 올해 초 강원도 동계체전에서 4위를 기록했다.

휠체어럭비 한 선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장애인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우수한 전일제 지도자와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연습 시설 등이 갖춰지면 더 좋은 실력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장애인선수단이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임시로 동원하는 전시행정의 표본이 되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장애없는 체육시설 필요하죠"
조덕현 충북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 조덕현 충북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충북장애인체육회 조덕현(62·사진) 사무처장은 "장애인체육의 힘든점에 대해 예산이 많이 들고 한번 이동하려면 보호자 1인씩이 함께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선수단을 꾸려야 하는 교통편이다"고 말했다.

조 사무처장은 "장기적으로 성적이 좋은 청주시 장애인사격팀의 경우 장애인 선수 출신의 전문 코치진이 배출 될 것이다"며 "하지만 종목의 특성상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장애인종합스포츠센터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행인 것은 충청권 장애인체육 담당 공무원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며 "충북도의 경우 전년도 10억원의 예산이 지원되던 것이 올해에는 23%가 인상된 12억 5500만원이 지원됐다"고 전했다.

조 사무처장은 "물론 올해는 이달 13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1회 교육감배 충북장애인체육대회가 열리고 청원 사격장에선 국제 장애인사격대회가 열려 예산이 많이 지원된 점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사무처장은 "장기적으로 장애인종합스포츠센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인식의 전환이다"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체육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 사무처장은 충청일보를 시작으로 33년 기자생활 동안 13년을 체육담당 기자로 현장에서 뛰었다. 청주 대성중·고와 청대를 졸업한 그는 학창 시절 펜싱 도대표로 뛸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