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산업수도 개념 오송에 도입 추진 눈길
용지보상 수용 착착 진행...올 10월 착공계획

“식약청 국립보건원 보건산업진흥원 독성연구소...여기에 보건복지부까지 아예 오송으로 끌어들이자. 이렇게 해서 오송을 단순한 국가공단이 아닌 ‘바이오 산업수도’로 만들자.”

토지보상문제로 인해 한때 덜미가 잡힌 채 착공이 지연돼 온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가 출발은 늦었지만 일반인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보다 새롭고 의미있는 존재태(存在態)로 태어나기 위한 거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도가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를 전국에 산재한 국가공단 리스트에 이름을 하나 더 올리는 단순하고 소극적인 의미에서 탈피, 보다 적극적인 위상을 부여하려는 창의적 시도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오송을 평범한 국가공단이 아니라 바이오 산업수도(Industrial Capital 또는 Industrial Central City)로 가꾸겠다는 발상이다.
오송은 당초 지난해 9월 바이오 엑스포와 함께 기공식을 가지려 했다. 그러나 낮은 토지보상가에 반발한 오송지역 주민들이 목숨을 건 반대투쟁에 나서면서 먹구름이 드리우게 됐다. 이 과정에서 충북도와 토지공사 주민간에는 숱한 마찰과 갈등이 교차했다. 한평생 농사를 짓던 칠순 넘은 노인들이 어느 날 운동가로 변신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

결국 건설교통부는 주민의 간절한 민원과 충북도의 적극적인 노력에 따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소집, 토지보상가 재결에 나선 끝에 당초보다 33%나 대폭 인상한 가격을 새 보상가로 제시했다. 총 수용금액의 규모가 토지(2818필지, 129만 8000평) 857억원, 지장물(1만 800여건) 332억원 등 1100여 억원대로 늘어난 것이다.

건교부는 예상을 뛰어넘는 융통성을 보여줌으로써 교착국면에 빠진 오송단지 조성공사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보통 중토위의 토지보상가 재결이 당초 보상가에서 3∼5% 상향된 수준에서 결정돼 온 점을 감안하면 이 결정은 획기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어쨌든 오송은 갖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9월 착공 계획에서 1년 이상 늦어졌지만 오는 10월말 드디어 역사적인 첫 삽질이 시작될 전망이다. 9월 중순 현재 오송의 토지보상 진척률은 토지가 1663필지 246만 3000평(575억원)의 보상이 끝나 67.2%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으며, 지장물은 3668건에 걸쳐 192억원의 보상비가 지급됨으로써 57.9%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2006년에 모습을 드러낼 114만평에 달하는 오송단지는 지금은 거창하게만 들리는 ‘바이오 산업수도’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국내최고의 바이오 메카=오송’이란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다. 이런 단정은 다음 상황들에 근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송단지에 국립보건원과 식약청 한국보건진흥공단 등 소위 3대 국책기관을 오송으로 옮기는 방안을 확정한 상태다. 이들 기관은 생명과학 관련 연구기관 및 국내외 굴지의 바이오 기업들을 오송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 기제로 기능(機能)할 할 것이 확실하다. 거기에다 복지부는 한술 더 떠 최고의 보건인력을 양성할 가칭 보건과학기술원도 오송에 신설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대전의 대덕연구단지를 활성화시켰듯 오송 역시 결정적 발전의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고급두뇌는 기술이나 자본보다 훨씬 장기적이며 창조적인 발전 에너지를 쏟아낸다. 오송생명과학단지가 성공적으로 활성화되면 우리는 지역발전을 이끌 슈퍼엔진을 오창 바로 옆에 추가로 장착하는 셈이 된다.
여기에 충북도는 한술 더 떠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과학기술부도 함께 오송에 유치하는 포부 큰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이라는, 1000년에 한번 맞을까 말까한 물실호기의 기회를 활용하려는 충북도의 당연한 ‘욕심’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충북도는 “10월말 착공하는 오송단지 조성사업을 환경친화적으로 진행, 오송을 쾌적한 신도시로 창조해 낼 생각”이라며 “행정수도와 호남고속철 오송 분기역 문제는 미지수이지만 경부고속철 오송역사 설치문제는 거의 확정된 상태로 오송으로선 미증유의 대도약을 위한 폭발적 에너지를 집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경부고속철도 기본계획서 상에 정식으로 반영돼 있지는 않지만 경부고속철 오송역사 건립은 관련 사업비 270억원이 확정된 데다 부지매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확정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오송은 충북선과 경부고속철도노선,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호남고속철분기역의 역할까지 함으로써 국내 철도노선의 엑스차축을 형성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 경우란 물론 신행정수도가 오송에 들어서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산업수도 개념 어떻게 나왔나?
박경국 경제국장이 줄곧 주창해 와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을 상징적이면서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모범사례로 오송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도 오송에 ‘산업수도’ 개념을 접목, 개발하는 게 타당합니다.”
이원종 지사는 지난 8일 부산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렸던 시·도지사 협의회 때 ‘오송 바이오 산업수도 육성론’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지사는 이에 앞서 9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자리에서도 같은 논리를 역설했다.

오송을 바이오 산업의 국내 중심도시, 즉 바이오 산업수도로 만들겠다는 충북도의 구상은 너무 파격적이어서 언뜻 이질적으로 보인다. 이 기발한 구상은 애초에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을까?
산업수도 개념을 머릿속에 그렸던 사람은 한두명이 아니었겠지만 이를 구체적인 개념으로 현실화, 오송과 적극적으로 연계시킨 사람은 박경국 경제통상국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국장은 공장총량제 문제가 지방의 현안으로 대두됐던 2∼3년 전 건교부에 가서 “산업수도 개념을 지방의 도시에 도입,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지만 그때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비로소 ‘산업수도 육성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
“도요타가 있는 도시는 일본의 자동차 산업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울산은 조선산업 수도이고 포항은 제철산업 중심지라는 건 모두가 알지 않습니까? 이런 맥락에서 오송을 바이오산업의 메카, 즉 바이오산업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전혀 허황된 얘기가 아닙니다.”

박경국 국장은 “더구나 오송은 행정·연구·산업·관련 네트워크를 완비함으로써 포항이나 울산과 같은 도시보다 훨씬 포괄적이면서 명실상부한 신개념의 바이오산업 수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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