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 맘때쯤, 청주 시내와 청원 일대에서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펼쳐진다. 그래서 단재백일장, 서예대전, 공연, 축하 시 낭송 등을 비롯해 12월 8일 단재 탄신일을 기념하는 것까지 선생을 추모하는 크고 작은 행사가 발길을 잡는다. 올해도 지난 9일 청주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는 단재문화예술제전 개막식이 열렸고 단재를 기리는 사람들이 참석해 선생의 정신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행사의 뒤에는 이명엽 단재문화예술제전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C.I.A외국어학원장)의 노력이 숨어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이 위원장을 보고 ‘웬 주부?’ 냐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동안 그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 예술제전을 거들어 왔다. 6년전, 이 행사를 처음 시작한 박정규 전 청주대 교수와의 인연으로 후원자를 모으고 행사가 끝난 뒤에 열리는 리셉션 음식을 직접 준비하는 등 이미 그는 단재 선생의 ‘골수팬’이다.
“지난해 집행위원장이셨던 김승환 충북대 교수님이 미국에 가시면서 맡게 됐는데 걱정이 많다. 보수적인 이 지역에서 열심히 하면 설친다고 할테고 안하면 무능하다고 할테니… 그래도 지난 7월 중국에서 열렸던 한·중 단재학술토론회에 다녀오면서 단재 선생에 대해 많은 걸 배웠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러 번 고사 끝에 집행위원장이라는 명함을 얻은 그는 더 이상 ‘숨은 손’이 아니고 전면에 나서 일을 추진하는 사람이 된 것. 올 행사의 틀을 짜고 후원자를 모으는 것까지, 또 최근에는 청주예술관에 사무실을 얻어 입주하는 등 많은 부분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단재문화예술제전을 통해 정의가 무엇이며, 정의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선생은 일평생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다 돌아가신 분이다. 그런데 내가 추진위원회에 들어가보니 ‘권력도 없고 순수한’ 사람들만 모여있었다”는 이 위원장은 단재 선생의 훌륭한 점을 돌이켜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쉬워했다.
/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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