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질문, 더 이상 형식적일 수 없다’ 의원들 이구동성
“의원들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챙겨야 도정 개선”

 지방의원들은 1년에 두 차례 집행부 정책에 관한 질문을 쏟아놓는다. 충북도의회는 지난 19~20일 이틀동안 올 상반기 도정 및 교육시책에 관한 질문을 했다. 도정질문시에는 2일 동안 4명의 도의원들이 나서고 1년에는 총 8명의 의원들이 질문을 한다. 전체 도의원이 31명인 것을 감안하면 4년 임기동안 도정질문은 겨우 1~2번 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때문에 의원들은 도정질문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물론 행정사무감사와 업무보고 때도 도정에 관한 문제점을 파헤칠 수는 있다.

충북도의회는 매년 2번씩 도정질문 시간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형식적인 질문과 답변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보다 명확한 질문으로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사진은 3월 20일 있었던 제278회 임시회 도정질문 .
그럼 의원들이 쏟아놓는 질문이 도정에 곧바로 반영돼 시정될까. 대답은 ‘글쎄요’다. 충북도는 질문요지와 답변요지, 그리고 후속 조치가 완료됐는지 아니면 추진중인지를 밝힌 ‘도정질문 후속조치사항’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한다. 도정질문 내용을 따로 관리하는 것이다. 아울러 의원들에게는 질문내용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서면으로 보고한다.

“질문 한 번 했다고 바뀌지 않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도지사와 각 실·국장들이 참석한 본회의 석상에서 묻고 답하는 도정질문들이 도정발전에 별로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10월 제254회 임시회 때 충북개발연구원이 창조적 기획력을 가진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민경환 의원(한나라당·제천)의 질타가 있었으나 이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도는 보고서에서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다. 원장을 새로 선임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등 가시적인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때 많은 의원들은 충북개발연구원이 충북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2007년 3월 제258회 임시회 때는 이언구 의원(한나라당·충주)이 출연기관장을 전문가로 영입하고, 중간관리자와 간부직원도 공채로 뽑으라는 주문을 했다. 도는 이 역시 해결됐다고 밝혔지만 출연기관장을 전문가로 영입한 곳은 일부에 불과하고, 간부직원을 공채로 선정한 곳은 별로 없다. 아직도 형식은 공개모집이나 들어가보면 퇴직공무원 내지 도지사의 측근을 임명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리고 지난 2007년 10월 김화수 의원(한나라당·단양)은 차이나월드가 전국적 과열경쟁 속에서 사업비 투자와 파급효과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경쟁확보 방안을 강구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는 “타 지자체보다 테마파크 콘텐츠을 비롯한 접근성, 관광객 유인성, 호감도 등에 있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민자유치를 위해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개별적인 홍보활동을 하겠다”고 답변하고 문제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이나월드는 지난해 12월 공모추진을 중단했다. 당시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희망자가 없기 때문에 공모 자체가 중단됐으나, 충북의 차이나월드가 타 지역보다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외부에서는 특화된 프로그램이 없는 뒤죽박죽 ‘짬뽕식’인데다 다소 허황된 사업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를 보더라도 도정질문은 서류상으로만 해결됐지 실제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문제들이 많다.

이에 대해 모 의원은 “집행부에서 ‘의원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하는 것은 ‘의원님 질문을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라는 표현과 동의어이다. 많은 질문들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고 만다. 도정질문과 행정사무감사는 해당 의원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챙겨야지 그렇지 않으면 일회성 질문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러자 모 의원도 “질문 한 번 했다고 바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원들이 질문 후 해당과를 압박하며 진행상황을 체크해야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도정질문은 의회의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하지만 끝까지 체크하는 의원은 몇 명 되지 않는다. ‘고쳐지지도 않는데 뭐하러 열심히 하느냐’는 의원들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의원들의 자발적인 후속조치가 있어야만 도정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위원실에서 대신 써준다는 소문도

충북도의 관계자는 “도정질문과 행정사무감사 때 나온 지적사항은 별도 관리하면서 시정하도록 노력한다. 다만 금방 해결되는 것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있을 뿐이다”고 말했으나, ‘도정질문 후속조치사항’ 보고서를 보면 서류상 해결에 그치는 문제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한 의원은 “집행부의 명확한 대답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두루뭉술한 질문에는 두루뭉술한 답변이 나온다. ‘어떠어떠한 계획을 밝혀달라’든지 ‘어떤 사업에 대한 향후 계획과 대응이 무엇이냐’처럼 단순질문을 할 때는 나열성 답변만이 돌아온다. 자칫하면 집행부의 사업 안내만 듣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의원들이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문제가 무엇인지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도정질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도정질문에 등장하는 것 중에는 단순질문들도 많다. 이런 것들은 대개 문제점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 사업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질문들이라는 게 의원들의 말이다. 이럴 때의 답변은 집행부에서 하는 사업들을 줄줄이 소개하는 식으로 끝나고 만다. 그리고 지난 해 질문했던 문제들이 다음 해 되풀이돼서 올라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의원들이 고민없이 질문을 채택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시중에는 전문위원실에서 의원들의 도정질문 내용을 대신 써준다는 믿지 못할 얘기도 떠다닌다. 전문위원실과 대부분의 의원들은 부인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모 의원은 “누구라고 말할 수 없지만, 써주는 것을 읽는 의원들도 있다. 결코 좋은 질문이 나올리 없다. 이럴 때는 답변에 맞춰 질문을 작성하는 식으로 된다. 임기내 1~2번 밖에 없는 도정질문 기회를 이런 식으로 해버리고 마는 의원들을 볼 때 정말 창피한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현행 일괄질문 후 일괄답변하는 도정질문 방식을 바꾸자는 의견도 있다. 일문일답 방식으로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질문과 답변내용이 보다 명확하게 전달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의원들간 합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차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원들이 도정질문시 보다 명확하게 도정을 지적하고 답변을 이끌어내며 나아가 잘못된 정책들을 바로잡는 노력들은 당장 보여줘야 한다. 집행부 또한 도정질문시 제기된 문제점들은 빠른 시일내 시정해야 한다. 형식적인 도정질문과 답변은 시간과 행정력만 낭비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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