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의 편집

지난 10년간 충청리뷰가 걸어온 시간은 눈물과 아픔, 우여곡절로 점철된,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순간들의 축적이었습니다. 즐거움과 성취감도 있었고, 나름대로 평판도 쌓아온 세월이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즐거움 보단 남몰래 눈물을 훔친 기억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충청리뷰가 오늘의 위치에 서기까지에는 독자여러분과 광고주 등 지역 사회의 절대적인 성원과 도움이 있었음을 고백해야겠습니다. 충청리뷰가 힘들어 하고 사기가 꺾일 때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보내주신 격려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입니다.

그러나 내부로 눈길을 돌려볼 때 충청리뷰를 거쳐간 숱한 ‘리뷰 사람’들의 눈물겨운 애환과 자기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까지 리뷰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자문을 하게 됩니다.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독자들께 무한한 감사 보내
모두가 힘들었던 IMF 직후였습니다. 당시 10년차 기자 봉급이 절반으로 뚝 깎여 60만원도 되지 못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회사의 재정형편은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날 기미가 안보였고, 선배들은 알량하나마 자신보다도 못한 봉급을 받는 후배들에게 급료를 먼저 챙겨줘야 하는 힘겨운 시절을 헤쳐가야 했습니다. 모두가 생활인들인데...자식들이 학교에 다니는 연령의 선배기자들은 스스로 후배들에게 월급재원을 먼저 배분하며 3개월이 넘도록 무임금으로 일하면서도 후배들에게 미안해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리뷰는 숱한 동료들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최저수준의 생활마저 보장 못하는 직장, 아니 못난 선배들 탓이었습니다. 떠나가는 동료들에게 만류는커녕 “여기보다야 (새 일터가) 낫지 않겠느냐”며 위로의 말을 건넬 때 남아있는 사람들이 느낀 무력감과 자괴감이란... 이렇게 충청리뷰는 원초적 고통인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동료들의 눈물과 희생을 자양분 삼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늘까지 달려왔습니다.

옛 동료들의 희생딛고 성장
이 과정에서 번민이 많았습니다. 기사화하지 않는 대가로 내미는 거액의 광고게재 제의는 쉽게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이었습니다. 그러나 리뷰에게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목숨처럼 소중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당장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부정의와 야합하면서 절필과 곡필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올곧은 말 결고운 글’은 충청리뷰가 지향하는 언론 윤리적 가치를 적확하게 표현하는 말입니다.

지난해 이맘때 리뷰는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용기 내 외쳤다가 치도곤을 당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감히 조그만 주간지 따위가 검찰을 비판해?”라며 괘씸하게 생각한 청주검찰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리뷰를 격려해 준 광고주들을 무더기로 소환, 조사하며 리뷰와 리뷰 주변을 질식시키려 했습니다. 검찰은 20∼30만원 짜리 소액 광고주들까지 불러 “리뷰가 광고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협박이나 공갈을 하지 않았는지”를 집요하게 캐물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리뷰에게서 자그마한 꼬투리라도 잡히면 가만 두지 않을 기세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가공할 공권력을 동원하고서도 아무런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리뷰는 이 과정에서 광고가 급감, 회복키 어려운 재정적 타격을 입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서슬퍼런 검찰의 검증 덕분에(?)에 투명성과 도덕성을 선연히 재증명받는 계기가 됐습니다. 충청리뷰는 지난 10년간 지켜온 이런 고귀한 전통을 앞으로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 삼아 나갈 것입니다.

리뷰는 이 시점에서 뼈저린 자기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계는 물론 인간세에서 서로가 다름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다름’을 ‘틀림’으로 매도하는 편협함과 독선이 지금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습니다. 충청리뷰 역시 이런 편협함과 오만 독선에 빠졌던 적은 없었는가 되돌아봅니다. 또 리뷰는 주간지라는 발행형태가 갖는 한계에다 기존의 언론사들에 비해 후발주자의 처지에서 어렵게 어렵게 10년을 버텨오면서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왜 알아주지 않느냐”며 기성 질서권의 주류세력으로 부상하지 못하는 것에 전전긍긍하진 않았는가도 반성합니다. 리뷰에 투영된 스테레오타입적인, 즉 특정 가치에 편향된 듯한 모습에 스스로 숨은 채 일방적 판단에 기초했거나 공명심을 앞세워 섣부른 기사들을 활자화한 적은 없었는지도 되짚어 봅니다.

뼈저리게 반성하는 것들
언론은 동시대 사회에서 여러 가치와 이념들이 충돌할 때 권위 있는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더욱 엄격한 도덕적 처신을 요구받는다는 사실도 잊지 않겠습니다. 리뷰는 언론으로서 몰라서 못쓰는 경우도 변명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판에 ‘신성한 사실’을 손에 쥐고도 진실의 눈을 감는 용렬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신문은 동시대의 수동적 거울뿐 아니라 적극적인 사회통합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당위도 절감합니다. 아울러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신문의 모습을 독자들께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갖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충청리뷰와 인터넷 신문 ‘오마이 충북’은 어느 때보다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관심, 질타를 필요로 합니다. 리뷰가 앞으로 또 다른 10년, 아니 그 이상의 장구한 시간들을 한걸음 한걸음 정정당당하게 걸어 나가는 데 더할 수 없는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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