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그림 보여주는데 관객들이 왜 안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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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그림 보여주는데 관객들이 왜 안올까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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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그림 보여주는데 관객들이 왜 안올까

청주지역 화랑가들은 대개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 오후에 전시회를 오픈한다. 이 날 화랑에 가면 다과를 곁들인 전시를 볼 수 있고 작가들도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화랑에서 입장료를 받기를 하나. 그래서 화랑가에서는 공짜로 그림 보여주고 오픈하는 날에는 맛있는 차와 음식까지 주는데도 사람들이 안온다고 허탈해 한다.
실제 화랑가에는 찾아오는 관객들이 너무 없다. 청주지역에는 무심·조흥문화·우암갤러리와 갤러리 신, 갤러리 청, 청주예술의 전당 전시실, 청주문화관, 문화공간 브룩스 갤러리, 커피숍을 겸한 스페이스 몸에서 활발하게 전시를 열고 있다. 인구 58만명의 도시치고는 결코 적지않은 숫자라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놀란다는 것이 화랑가의 얘기다.

“여유가 없어서” “훈련이 안돼 있어서”

청주시에서 운영하는 청주예술의 전당과 청주문화관, 그리고 하이닉스반도체 안의 갤러리 청을 뺀 나머지 개인 화랑에서 1년에 여는 전시는 대략 30회 내외다. 따라서 무심·조흥문화·우암갤러리와 갤러리 신 등 메이저급 화랑 4개와 스페이스 몸만 합쳐도 1년에 100∼150회, 기타 전시를 합하면 150∼200회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몇 년전만 해도 한여름에는 화랑들이 문을 닫고 내부수리를 하거나 쉬는 기간으로 정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더 많은 전시가 선보이고 있다. 그 무덥던 올 여름에도 휴일을 예전보다 줄여 한여름에도 전시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작가들은 과거에 비해 전시가 더 많아졌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에 비해 관객들은 ‘가뭄에 콩나듯’ 찾아온다. 전시회 오픈 하는 날에는 50∼60명도 오지만 이들 대부분이 작가와 친인척 관계에 있거나 지인, 혹은 같은 그림을 공부하는 작가들이 주류를 이룬다. 작가들에게는 전시회에 가는 것도 일종의 ‘품앗이’ 고 미술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림이 좋아 오는 순수관객을 따져 보면 10명이 채 안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류숙진 조흥문화갤러리 큐레이터는 “1주일 단위로 개인전을 할 때 평균 130명 정도 다녀간다. 그러니까 하루 평균 20명이 안된다. 이보다 나을 때는 하루에 30∼40명도 오지만 드물다”고 말했다. 또 갤러리 신의 심효진씨도 하루 평균 15명 정도 온다고 밝혔다.
관객들이 많지 않은데 대해 화랑관계자들이 내놓는 분석은 “경제악화로 여유가 없기 때문” “어려서부터 화랑에 가는 훈련이 안돼 있어서” 등이 가장 많다. IMF 이후로 경기침체가 가속화돼 먹고 살기 바쁜 현대인들이 언제 화랑까지 와서 그림을 감상하겠느냐는 것과 혹 여유가 있더라도 쇼핑을 하거나 관광은 다닐지언정 화랑에 오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설득력있는 분석으로 보인다. 더욱이 화랑에서 남자 관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 작가거나 작가의 친인척을 빼놓고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순수 미술전시회가 이렇게 관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데 반해 보석전 같은 특별전시회는 사람들이 붐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올해 보석전을 열었던 모 화랑에는 날마다 몰려드는 관객들로 인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는 후문이다. 연장전시를 해달라는 요청이 여기저기서 쇄도하고 한 때 청주시내에서 여유있는 사람들은 ‘작품 브로치’ 하고 다니는 것이 유행일 정도였다. 그래서 화랑에서는 관객들을 화랑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이런 전시회를 종종 기획한다.

중·고교 학생들은 열심히 화랑출입

이런 가운데 한가지 다행인 것은 최근들어 중·고등학교에서 그림을 보고 감상문을 써오라는 숙제를 냄으로써 학생들을 일찍부터 화랑에 드나들도록 교육시키는 방법이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1년에 3∼4번 정도 화랑가를 순례하며 감상문을 쓰는 청주시내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화랑에서 도장을 받기 위해 열심히 다닌다.
우암갤러리 김향숙 관장은 “이런 학생들이 많을 때는 주말에 100∼200명도 된다. 이 아이들이 졸업하면 일반 관객이 되는 것이므로 화랑에서도 정성을 다한다. 이들은 일찍부터 화랑 다니는 것을 교육받아 나중에 아무 거리낌 없이 그림을 보러 올 것”이라며 현장학습을 높이 평가했다.
또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전시회를 감상하고 그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함으로써 그림과 친해지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갤러리 신의 심효진씨는 “‘새뿌리 몬테소리’ 어린이집과 ‘얘들아 뭐하니’ 어린이집은 자주 화랑에 온다. 지난 9월에는 자연미술을 보면서 가을·추석과 연계한 수업을 화랑에서 하기도 했다”며 열린교육의 좋은 점을 거론했다.
특히 갤러리 신에서는 ‘나도 화랑간다’ 라는 제목으로 관객들에게 색종이와 그림을 그려 붙이도록 한 전시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데 한 몫 했다고 평가했다. 이 전시 이후 화랑 근처인 한벌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날마다 ‘놀러오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 미래의 고객을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어린이들이 처음에는 작품을 만지고 어수선했으나 날이 갈수록 화랑안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고 부모들을 대동하고 온다는 것이 갤러리 신 디렉터 이지호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선진국에서는 노년층이 여유있게 콘서트나 전시회에 가지만 우리나라는 그럴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우리도 다행히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작품내용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 거는 전형적인 방법을 탈피하고 공간개념을 확대한다면 관객들도 재미있어 더 찾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도시로 가는 길은 시민들이 항상 문화를 접하고 사는 것부터 시작한다. 안그래도 삭막하고 먹고 살기가 힘든 요즘, 화랑에 들러 그림 한 점 감상해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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