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이사 승인취소 의견에 현대백 최후통첩
현 재단의 침묵은 ‘이대로는 못 물러나’ 버티기

부채해결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구성원들로부터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서원학원 박인목 전 이사장이 지난 11일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결과 발표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부채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이사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원의 주인이 바뀔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현재 ‘서원벌(西原-)’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먼저 지난해 7월 서원대 관련 채권을 양수한 현대백화점그룹(이하 현대백)은 이번 감사결과 발표를 기화로 ‘재단을 내놓으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선언한 상태다. 여기에 교수회, 학생회, 동문회 등 구성원 대다수는 한 목소리로 박 전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현대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반해 지역의 여론이 지나치게 앞서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거나 경계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기세에 눌려있는 상황이다. 대학 내 소수의 주장은 ‘이사 승인 취소’ 등은 교과부 감사팀의 의견일 뿐 교과부 내 사학 관련 주무부서인 대학경영지원과에서 향후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는 점에서 좀 더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전 이사장이 사립학교법에 따라 계고장을 받은 뒤 15일 안에 부채해결 등 계고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이사장 승인취소와 임시이사 파견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되는 만큼 일부 언론이 3월25일을 전후해 임시이사가 파견되는 것처럼 확정해 보도하는 것은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찌 됐든 2003년 말 이사 승인 이후 박 전 이사장이 셈법에 따라서 최고 300억원 대에 이르는 부채해결에 접근하지 못했고, 청주지방검찰청이 법인 인수 협상 과정에서 예치 금액 53억원을 부풀린 거짓 통장을 제시해 이사회 등을 속인 혐의(업무방해 등)로 박 전 이사장을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계고사항을 이행키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교과부는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주무부서의 내부 검토를 거쳐 부채 해소 기한을 정한 계고장을 조속한 시일 안에 서원학원에 내려 보낼 방침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원벌의 전국시대(戰國時代)를 할거하는 군웅들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한자리에 모았다.
공격
■이동호 현대백화점 전무

깨끗이 물러나면 낸 돈 돌려주마
“유죄판결, 관선이사 파견되면 협상·보상 없어

이동호 현대백화점 전무는 교육부의 감사결과가 통보된 지난 11일 서원대학교 범대책위원회의 요청으로 대학을 방문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교과부의 감사결과 통보에 맞춰 그룹의 공식입장을 두 가지 안으로 정리했다”며 “박인목 전 이사장이 학원운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채권총액과 학내외 부채를 먼저 상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진 것.

이 전무는 이날 “박 전 이사장이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고 그룹과 협상에 응할 경우 합리적인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는 기존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합리적인 보상이란 박 전 이사장이 학원에 출연했던 현금과 채권총액에 대한 경과이자, 현대백이 가압류한 대구 평리동 건물과 장호원 농장 등 부동산 2건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또 “다만 박 전이사장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나오거나 관선이사가 파견된 이후엔 협상도, 보상도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서원학원이 십수년째 해결하지 못했던 174억원 상당의 채무를 지난해 7월, 95억원에 일괄매입한 현대백은 법원이 확정해준 채권총액(법정이자 연25% 등), 즉 박 전이사장이 일시에 변제해야할 채무를 249억원으로 규정했다.

이 전무는 5일이 경과한 16일 현재 충청리뷰와 전화통화에서 “아직까지는 박 전 이사장 측으로부터 연락이 없지만 결국 협상테이블이 마련되지 않겠냐”면서 “지역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만큼 그쪽에서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현대백의 최종 목표가 결국은 재단인수에 있음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경청호 현대백 부회장이 청주 출신이라 아무래도 관심을 갖고 있던 상황에서 채권자 대표가 2차례에 걸쳐 현대백을 방문해 부채 인수를 간곡히 부탁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벌써 대학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대외부채를 모두 청산하고 대학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시스템화 하면 적어도 지금과 같은 부정회계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명화 서원대 교수회장  
일부 교수와 야합해 전체 속였다
“박 전 이사장 범법행위, 승인 즉각 취소해야”

서원대학교 교수회는 13일 발표한 결의문을 통해 박인목 전 이사장 등이 모든 부채를 갚고 거액의 신규투자를 하더라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서원대 재직교수 160여명 가운데 140여 명으로 구성된 교수회는 이날 결의문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법인에 통보한 특별감사결과를 볼 때 부도사태(1992년) 이후 온갖 비리로 얼룩졌던 서원대사태의 종말이 다가왔다고 본다”고 논평했다.

교수회가 이처럼 완강하게 나오는 근거는 박 전 이사장이 임원승인을 받기 전에 부채를 완전히 해결했어야 했는데 이를 거의 해결하지 않은데다, 예치금을 부풀리는 등 임시이사회와 교육부장관을 속여 승인받은 범법행위가 있으므로 당시 이뤄진 승인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수회는 박 전 이사장이 갚아야할 변제금액에 대해서 현대백이 제시한 채권 249억원 외에도 ‘불법행위로 축낸 손실금 67억원을 더 갚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명화 교수회장은 16일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도 결의문에 밝힌 강경론에서 한 발짝도 후퇴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다만 조 회장 스스로도 2003년 박 전 이사장을 영입하는데 앞장섰다는 아킬레스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

조 회장은 이에 대해 “박 전 이사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우리가 당했다. 일부 교수들이 자리에 욕심을 내서 각본을 써주고 능력도 없는 사람을 끌어들여 전체를 속였다. 일부 교수들이 박 전 이사장을 ‘다루기 쉽겠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회장은 나아가 “우리는 ‘원금을 돌려주겠다’는 현대백화점도 못마땅하다. 싼값에 산 사람일수록 애착을 갖기 마련이다. 박 전 이사장이 행정소송을 한다고 해도 줄 방법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찌 됐든 교수회의 입장은 현대백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이다. 조 회장은 “현대백은 재계 30위권에 든 대기업이다. 창피스러운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방어
■김정기 전 서원대 총장
'15년 학내분쟁, 서원대는 교수 천국'

“약속 안 지킨 것은 문제지만 박이사장도 질렸을 것”

2003년 2월서원대를 떠났지만 ‘바람결에 들려오는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며 노심초사하는 사람이 있다. 제주교대 총장 재임시 제주대와 통합을 추진해 지난 2월말 제주대 부총장으로 정년퇴임한 김정기 전 서원대 총장이 그 사람이다.

김 전 총장은 충청리뷰와 전화통화에서 “청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제주도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했다”고 근황을 밝히면서도 “내 소식이 궁금해서 전화한 것은 아니지 않냐”며 일련의 서원대 사태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쏟아냈다. 김 전 총장은 최완배 전 이사장이 법인자금을 횡령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1999년 1월 해외로 도피한 상황에서 총장으로서 박 전 이사장 영입의 밑돌을 놓은 인물이다.

당시 박 전 이사장의 영입은 1998년 모 교수의 소개로 서원학원의 사정을 듣게 된 박 전 이사장이 여러 차례 교수들과 접촉하면서 신뢰를 쌓았으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50억원짜리 통장과 대구, 서울의 부동산(87억원 상당)을 학교 구성원이 지정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역시 구성원이 지정하는 사람에게 가등기해 줄 것을 서면으로 약속함에 따라 교수협의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성사됐다. 

김 전 총장은 “대다수의 교수들이 ‘괜찮은 사람이 있다’며 박 전 이사장을 추천해 영입이 이뤄진 것이다. 지금 반대파에 서있는 대다수 교수들도 ‘제발 와달라’고 사정하던 사람들이다. 박 전 이사장이 부채해결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은 문제지만 그래도 빼먹은 것은 없지 않은가. 벌써 15년째 학내분쟁을 겪고 있는데 저렇게 하면 대학은 망한다. 서원대는 ‘교수천국’이다. 다른 대학 이사장 같으면 벌써 중징계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 전 총장은 멀리서 듣는 얘기라 정확한 속사정을 들여다보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구성원들의 흔들기가 박 전 이사장의 육영의지를 꺾어버렸다는 것이다.

김 전 총장은 현대백을 겨냥해 “노루를 몰아내고 이리, 승냥이를 데려오는 격이다. 학생들은 기대가 되겠지만 교수들로 볼 때는 기분 좋은 상황이 아닐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태봉 서원대 기획홍보처장
거래를 하더라도 현대는 아닐 것
“교과부 감사, 의견수준 넘어 형량까지 언급”

교과부의 감사결과 발표와 현대백의 최후통첩에 대한 박인목 전 이사장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대학에서 철수해 외부로 자리를 옮긴 법인 사무국은 수화기를 내려놓은 듯 전화자체가 불통이었다. 그래서 박 전 이사장 영입당시 영입위원장이었고, 대학발전추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태봉 기획홍보처장으로부터 견해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김 처장은 “법인이 짜임새가 없다. 대학직원으로 운영을 해오다 지난해 8월에야 사무국장을 채용했지만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고 외부 접촉도 꺼려하는 것 같다”면서 “어쨌든 내가 보직을 맡고 있다 보니 시스템 측면에서 박 전 이사장과 교감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김 처장은 교과부의 감사 결과, 현대백의 인수추진 방식, 언론의 보도내용 등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먼저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감사부서가 ‘승인취소’까지 언급한 것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극한 조치로 규정했다. “승인취소는 사실상 학교법인에 대한 사형선고다. 감사부서에서는 문제가 있으면 문제점만 지적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인데, 시행부서에게 사형을 시키라고 형량까지 언급했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또 언론에 대해 “그래도 시행부서가 사형집행에 앞서 충분히 재검토를 하지 않겠냐”며 “사학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조정 절차가 남아있음에도 곧 관선이사가 파견될 것처럼 확정, 보도한 언론의 관점에도 문제가 있다.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처장 스스로도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을 뿐 이미 전세를 회복키 어려움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처장은 다만 “법인의 기본재산을 부당하게 처분당하는 것인데, 당연히 행정소송도 하지 않겠냐”면서 “거래를 하더라도 현대백과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교과부의 감사결과가 나오자마자 기자회견을 한 것도 학교를 강탈하기 위한 연출에 불과했다”고 분개했다.

교수조직의 균형이 교수회 쪽으로 완전히 기운 것도 인정하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듯 했다. 김 처장은 “세 싸움도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억지움직임에 굴복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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