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동이후 주민서비스 경쟁 ‘치열...각종 시책 앞다퉈 추진
‘우리가 청주의 강남’ 자부심 속 ‘첩보전’ 방불

청주시에서 이웃 동(洞)간에 이색적인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어 주민행정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목을 끌고 있다. 이웃 동간에 보이지 않는 ‘총성(?)’이 울려 퍼지고 있는 곳은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동장 남승환)과 분평동(동장 김근환)이다. 지난 해 1월 1일 동이 나눠진 이후 서로가 ‘충북 제1의 동네’임을 자부하면서 각종 우수시책을 앞다투어 펼치고 있다.

▲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과 분평동사무소 직원들이 각종 시책개발과 평가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왼쪽은 김근환분평동장(줄 맨앞쪽)과 분평동사무소 직원들, 오른쪽은 남승환 산남동장(줄맨앞쪽)과 직원들.
16년만의 분동...‘제1의 동네’ 자부심 대단
산남동과 분평동의 경쟁은 역사적인 사연과 이들 동네만이 갖는 사회적인 이목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 두 동이 포함된 지역은 지난 1992년 6월 1일부터 산미분수곡동에서 산미분장동(산남동.미평동.분평동.장암.장성동)으로 분동됐다. 그 후 16년이나 같은 이름으로 불리워 일반인들은 동이름을 정확하게 아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후 산남3지구에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자 2008년 1월 1일부로 산남동과 분평동으로 나눠진 것이다. 산남동과 미평동 일부, 분평동 일부 지역민들은 지금도 산남동사무소를 이용한다. 청남로 건너 분평동은 미평동과 장암.장성동의 행정업무를 함께 보고 있다.

동이 나눠되자 형님격인 산남동에는 산남3지구가 ‘두꺼비’를 내세워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하고 있고, 분평동은 인구등 외형면이나 역사성에서 산남동보다 낫다고 자평하는 등 동네주민들간의 자존심 대결도 대단하다.

산남동은 3.7㎢의 면적에 8,700세대 2만 7,000여명이 살고 있다. 이중 아파트 인구는 14개 단지에서 655세대로 전체세대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산남동은 구룡산과 두꺼비생태공원이 자리잡고 있어 도심속 생태도시로 자리잡고 있다. 또 청주지방법원, 청주지검, 충청북도교육청ㆍ청주교육청이 있어 교육ㆍ행정타운으로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반면, 분평동 주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산남 3지구나 하복대지구등의 새로운 주거단지가 들어서기 전까지 이 지역은 ‘청주의 강남’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명성을 쌓아왔다. 지금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산남동보다 밑질게 없다는 정서가 퍼져 있다. 분평동은 5.94㎢에 1만2216세대, 3만7,943명이 살고 있다. 인구수가 산남동보다 1만명 정도 많다. 분평동인구는 괴산군 전체인구(3만7308명, 2007년 기준), 단양군(3만2684명), 증평군(3만1483명), 보은군(2만5767명) 보다 많다.

김근환 분평동장은 “주민들 사이에서 분평동이 ‘청주의 강남’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면서 “직원들에게 산남동을 너무 의식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간 ‘첩보전’ 방불
주민들의 자존심 대결에 이어 동사무소 공무원들간의 시책경쟁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원래 산남동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분평동 개청과 함께 자리를 옮기면서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이 이제 경쟁자 처지가 됐다. 분평동사무소에서 새로운 시책을 개발하면, 산남동에서 그것을 만회할 시책을 개발하는 식이다.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니까 정보를 빼내기 위한 ‘정보전’도 치열하다. 겉으로는 서로 경쟁을 한다고 말하지 않지만, 직원들간의 ‘첩보전’을 은밀히 관찰하는 등 동장간의 ‘심리전’도 자못 치열하다.

이런 경쟁의 결과는 동사무소 평가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 해 산남동과 분평동은 청주시에 실시하는 각종 평가에서 청주시내 30개 동에서 거의 최고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3위권이내 수상기록이 많은 곳은 분평동이다. 분평동은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등 모두 17개 분야에서 3위안에 들었다며 자랑스러워한다. 이중 청주시주민자치센터 평가와 하반기 친절청주만들기등에서 최우수부서로 선정됐으며,아름다운 마을가꾸기, 경로당 프로그램 운영실태, 쓰레기 없는 거리조성, 부서별 홈페이지 평가에서도 우수부서로 선정됐다.

반면, 산남동은 수상건수는 분평동보다 적지만 최우수상을 5개나 받았다며‘양보다 질’을 강조한다. 산남동의 최우수상 수상평가는 ‘상반기 친절청주 만들기’ ‘ 상반기 지역안정관리’ ‘하반기 지역안정관리’ ‘쓰레기 없는 거리조성’등이다.

청주시 산남동주민센터 현관에 걸린 ‘캐리커쳐’를 보는 순간 주민들은 누구나 실소를 자아내며 신기한 듯 다시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친절서비스 시책으로 추진한 직원들의 ‘캐리커쳐 명패’가 민원인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산남동의 친절사례는 전북 김제시 공무원들이 벤치마킹 차 방문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해 3월에는 전북 김제시 공무원 5명이 방문해 매일 아침 근무시작 전 실시되는 “인사훈련”등을 보고 가기도 했다.

남승환 산남동장은 “같은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분동되면서 직원들간의 의사소통이 많아지고, 남다른 경쟁의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런 경쟁의식이 주민에 대한 서비스 강화로 이어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무엇으로 경쟁을 할까. 분평동은 비장의 무기(?)를 숨겨두고 있다. 최근 개발한 시책이 있지만 아직까지 공개를 꺼리면서 뜸을 들이고 있다. 양 동사무소 직원들은 오늘도 ‘즐거운 전쟁’을 위해 상대방 진영의 일거수 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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