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수를 비롯해서 영동부군수, 단양교육장, 청주 남평초등학교장 등이 월초에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의 아프리카 행사에 다녀왔다는데, 말이 많습니다. 11일간 일정에서 도민성금으로 건축된 굴렐레 사업장을 비롯한 지원대상 방문과 같은 공식일정은 이틀에 불과했고, 나머지 일정은 킬리만자로 트레킹(trekking)을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공무상 국외여행'으로 11일을 승인받은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공식일정도 그렇지만 지금이 어느 땝니까. IMF사태보다 훨씬 어렵다는 미증유의 경제난국에 실직자는 넘쳐나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며 웬만한 중소기업들도 픽픽 쓰러지는 판국입니다. 생계마저 위협받고 길거리에 나앉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제는 지방뉴스에 노숙자가 부쩍 많아졌다며 공원에서 노숙하는 딱한 모습이 보도됐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때가 때인지라, 웬만한 해외여행은 자제를 하고 설혹 공무출장이라도 불요불급한 경우에는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더라도 지금의 이 상황이 한가롭게 해외 트레킹이나 하고 다닐 때인지, 다른 사람도 아닌 자치단체장 등 고위공직자들이 주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적비용을 들여 출장인지 관광인지를 다녀왔다고 하니, 그 적법성 여부에 우선하여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닌지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또 있습니다. 지난 2003년에도 똑같이 월드비전 행사에 고위직 공무원들이 동행한 데 대해 적절성 논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동행했던 군수님들은 귀국하자마자 국외여비를 반납했고, 산하 간부들이 참가한 데 대해 교육감은 유감 표명을, 월드비전 측은 도민에게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월드비전의 해외참관행사는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고, 관련 기관도 이를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하는 보도에는 할 말을 잃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월드비전인가 하는 단체의 행사에 그 소속도 아닌 공직자들이 무슨 명목, 무슨 역할을 하기 위해 그 먼 곳까지 가서 현지행사에 참가하는 것이냐는 의문을 갖습니다. 월드비전 측에서야 모금을 원활히 하려는 속셈이 있어서 이런 행사에 고위공직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라 치더라도, 공직자 입장에서는 제 돈 안 들이고 해외여행 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이 아니냔 것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 녹아 없어지는 것은 주민혈세겠지요.

물론, 고위공직자라고 해서 해외여행을 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어느 한 단체의 모금을 지원해 주는 대가로 일부 비용을 지원 받는다든지, 아예 주민의 혈세로써 여행비용을 쓰는 것, 또 관광여행이거나 기껏 해봐야 봉사단체 행사의 들러리 노릇이나 하는 것을 가지고 마치 무슨 대단한 공무수행이라도 하는 것처럼 돈과 시간을 축내는 것은 공직자의 바른 처신이 아니란 것이지요.

그래서 말합니다. 월드비전이 봉사단체인 만큼 그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제 돈으로 참가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고, 그 기간만큼 연월차든 휴가든 내어서 다녀온다면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명색이 고위공직자요, 지역사회의 사표가 되실 분들이 그깟 돈 몇 백만원에 손가락질을 받다니 '제 돈 놓고 퉁소불기'만 못하잖습니까. 요즘 우리 고장 지도자들 왜 이러시는지 지역사회 여론이 비등합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