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잡셰어링(job sharing, 일자리나누기)이지 실은 '월급봉투 바겐세일'이다. 나눠지는 일자리는 온데 간데 없고, 월급봉투만 얇아진다. 직격탄은 88만원 세대가 맞았다.

애면글면 노력해 수백대일의 경쟁률을 뚫고 취업의 첫발을 내딛자마자 첫월급을 내놓으라는 기성세대. 도대체, 이들 젊은이들이 무슨 잘못이기에 모든 책임을 이들이 져야 하는가. 지난주 일본발 뉴스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렌고(일본노동조합단체)'가 조합원 4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도쿄 도심 한가운데에서 집회를 진행했다는 내용이다. '렌고'가 외친 구호는 단순했다. '임금 인상이야말로 진정한 경기부양책'이라며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참고로 '렌고'는 조합원이 600만명으로 우리나라의 한국노총보다도 더 보수적이고 더 우익적인 단체이다.

이들은 일본의 군국주의의 부활에 찬성하며, 이를 위해 군대보유를 금지한 일본의 평화헌법을 폐기하자고 주장한다.

지난주에는 '엔고(엔화강세)인 상황에서 이 기회에 제주도를 사버리자'고 대화를 나눈 당사자이기도 하다. '렌고'가 어떤 단체이든간에 근본적으론 노동조합단체이다. 그래서, 현재의 경제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더 많은 투자와 고통분담이 경제를 회생시키는 원동력이 아니라, 보다 많은 임금이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고 이 속에서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바라본다.

반면 기업주의 입장에서는 우선순위를 바꿔 본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주뿐만이 아니라, 정부와 언론까지 기업주의 입장에서 유난을 떤다. 앞장서서 '임금삭감'을 외쳐대는 사람은 기업주가 아니라 정부와 언론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에는 '구조조정'이 대세였다. '정리해고와 파견법(비정규노동자양산법'을 노동계가 수용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망한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전 사회가 이런 분위기였다.

결과는 참혹했다.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파견법에 의해 비정규노동자로 전락했고 노동시장의 50%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외환위기 10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구조조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지금은 '임금삭감'이 대세다. 직설적으로 임금삭감을 요구하기엔 뭔가 떨떠름했던지, 교묘하게 '잡셰어링'이라는 말로 포장했다.

하위직 공무원들, 군인들은 싫다는 내색조차 못하고 월급봉투에서 일괄 공제하고, 잡세어링에 대한 동참으로 선전된다.

요즘, 웬만한 제조업의 노동자는 월급봉투가 반토막, 혹은 3분의 1이 줄어들었다. 잔업과 휴일근로가 없다 보니 월급이 그렇게 줄어들었다.

그러니 아껴쓴다. 그러자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이다. 매달 10만개가 넘는 자영업이 문을 닫는다. 악순환의 반복인 셈이다. 과연, 잡세어링으로 포장된 임금삭감이 경제를 살릴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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