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편집국장

충북은 남성들이 이끌어가는 사회다. 우리나라가 전체적으로 그렇지만 충북은 특히 그렇다. 모처럼 일부 분야이긴 하지만, 여론주도층 여성들을 조사해보니 확연하게 드러났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보고, 혹은 각종 위원회에 겹치기로 참석하는 여성들을 보고, 주요 행사장에서 마주치는 여성들을 보고 ‘왜 그 나물에 그 밥’이냐고 뒤에서 이러쿵 저러쿵 하고보니 이유가 있었다. 평소 여성계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자주 써왔지만 사실이었다. 인력풀이 한정돼 있었던 것이다. 충북인구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이들이 차지한 자리는 분야별로 10%를 간신히 넘었거나 그 아래 수준이다.

서울은 일부 뛰어난 여성들이 남성 못지 않게 활동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는 여성 총리 1호가 나왔고 여성 당 대표도 나왔고, 여성 대학총장도 나왔다. 지금은 사회가 전반적으로 보수화되면서 여성 리더들이 훨씬 줄었지만, 그럼에도 중앙무대에서는 걸출한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충북지역 인력풀은 너무 빈곤하다.

예를 들어보겠다. 지난 2007년 충북도내 전체 공무원 수는 7543명이었다. 이 중 여성 공무원은 2508명으로 전체의 33.2%였다. 그러나 4급 이상 여성 간부공무원은 당시 4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충북도 공무원이고 시·군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성들은 거의 6급 이하에 포진해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정책결정은 거의 남성들이 하고 여성들은 단순업무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인력이 많은 교육계도 그렇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평교사, 평교수에 만족해하고 살아간다. 과거 청주과학대를 빼고는 도내 대학 중 여성 총장이나 학장이 나온 사례도 없고, 단과대 학장 이상 보직을 맡은 교수도 극소수다.

충북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여성에게 인색하다. 여성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은 곳이 없다는 얘기다. ‘3·8 세계여성대회’에 즈음해 거칠게 여성 인력풀을 조사한 결과 여성 지방의원은 20명, 지자체 부단체장 1명, 교육장 1명, 교장 35명, 판사 12명, 검사 8명, 변호사 3명, 법무사 6명으로 나타났다.

의료·문화예술·언론·보건복지 분야도 여성은 많지 않다. 더욱이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만든 협회의 경우 협회장은 십중팔구 남성들이다. 그대는 여성단체 대표 이외에 여성대표를 몇 명이나 보았는가.

여성이 핵심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여성의 삶은 크게 발전하지 않는다. 여성이 정책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돼야 여성의 삶은 나아질 것이다. 지난 8일은 ‘세계여성의 날’ 이었다.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뉴욕의 루트거스 광장에서 여성의 노동권과 참정권을 외친 게 1908년 이었다. 낮은 임금과 고된 노동속에서 일하면서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투표권조차 없었던 여성들은 광장으로 뛰쳐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3월 8일이면 세계여성의 날을 기리고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충북여성연대는 8일이 일요일이어서 지난 6일 청주YWCA 강당에서 ‘제101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자축했다. 올해는 ‘빈곤과 폭력없는 행복한 세상, 여성의 힘으로’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들은 최근 불어닥친 경제위기가 결국은 영세사업자·비정규직·여성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몰락을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21세기는 여성의 시대가 아니고 수난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21세기 여성들은 아직도 빈곤과 폭력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구호를 내걸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여성들은 남성들이 주도하는 사회의 주변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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