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대원리, 녹색농촌체험마을 부실시공 시비
주민들 ‘6000만원 차익’ 주장, 마을도 사분오열

정부가 6억1400만원을 지원해 건축한 농촌 체험관이 부실시공 시비에 이어 마을 마저 사분오열되고 있어 농촌 관광 활성화라는 취지가 무색해 지고 있다.

33가구에 80여명이 사는 조용한 농촌마을인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에 숙소동인 문화관 체험관이 건립된 것은 지난 2007년.
1200㎡ 대지에 연면적 606㎡의 3층 건물로 여기에 들어간 건축비용은 전액 국비와 도비, 군비를 지원받았다.

▲ 마을정비와 녹색농촌체험마을 사업비 6억1400만원이 투입돼 건립한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의 농촌체험관. 부실시공 시비와 주민간 갈등으로 농촌관광 활성화 취지가 무색해 지고 있다.
문화관은 외지 방문객이 머물 수 있도록 펜션 형태의 숙소로 구성됐고 체험관은 다양한 농촌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마을에서는 이 시설에 도시지역 방문객을 유치해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마을을 위해 사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타 지역과 자매결연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속리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 마을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개발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완공된 지 1년도 안된 건물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주민들 ‘부실·날림공사’ 주장

마을 주민들은 숙소동인 문화관 천정 곳곳에 시커멓게 곰팡이가 생기더니 누수 현상이 발생했고 보일러실 배관이 터지기 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주민은 “새로 지은 건물인데 자꾸 하자가 생겨 설계도면과 시방서를 비교하며 자세히 살펴 본 결과 곳곳에서 엉터리로 시공된 것을 발견했다. 자재가 바뀌었거나 아예 공사 과정에서 누락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천정 방수공사가 제대로 안돼 누수되는 것을 비롯해 오수관은 설계와는 달리 저가 자재로 시공됐고 양변기도 KS 제품이 아닌 것으로 설치됐다는 것.

벽지도 황토벽지로 설계됐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나왕 원목 문틀은 값 싼 MDF로 뒤바뀌기도 했다.

이 주민은 “흡음제로 마감돼야 할 일부 문화관의 천정과 벽은 페인트 마감으로 끝냈고 체험관 욕실에는 아예 환풍기 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전기보일러 배관은  동관으로 시공토록 한 것과 달리 PVC 계통의 관으로 시공됐다. 게다가 지난 겨울 난방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 주민들이 주장하는 부실시공 사례. 위 왼쪽 부터 시계방향으로 ▲있어야 할 환풍기가 사라진 욕실 ▲동관대신 PVC계통관으로 시공된 난방배관 ▲흡음제가 빠진 벽면 ▲나왕 원목대신 MDF로 바뀐 문틀.
주민들은 급기야 시공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건축 기술사에게 의뢰해 점검까지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건축 기술사가 시공 상태를 점검한 결과 옥상층 방수공사와 알미늄천정틀, 황토벽지, 기계설비공사 등에서 도면과 다른 자재를 사용하는 등 7개 공종의 공사비 차액만 3000만원이 넘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민은 “기계설비중 난방배관을 동관으로 돼 있는 도면과 달리 PVC 계통으로 바꿨는데 현장을 점검한 전문가도 배관재의 경화현상이 염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설계와 다르게 시공돼 발생한 차액이 6000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부실시공 시비와 관련해 건설사와 공사 당시 마을 대표였던 전 이장을 고소하거나 진정하는 등 이 건물로 인해 조용했던 농촌마을을 사분오열 되고 있다.

전 이장은 “공사가 진행될 당시 마을 이장이었지만 공사 감독관도 아니었고 민간인 신분이었을 뿐이다. 뒷거래를 했다는 식으로 일부 주민들이 주장하는데 사실과 다르고 이같은 내용으로 경찰 조사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시공을 맡은 건설사 관계자는 경찰에서 적합한 절차에 따라 자재 변경 등이 이뤄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지휘를 받아 일부 주민들이 제기하는 부실공사와 관련해
보강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공사 측은 하자가 발생했다면 보증보험에 가입해 있는 만큼 충분히 보수할 것이며 자재에 대해서는 협의를 통해 설계를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보은군, 계약·시공사 선정 주민에 일임
정산서 대로 현찰 지원, 道 감사서 관리소홀 지적도

조용했던 농촌마을이 사분오열 된 데에는 보은군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6억원이 넘는 거액을 지원하면서도 공사 전 과정을 주민들에게 맡겨둔 채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마을 주민들이 6억원이 넘는 건축공사를 스스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했다고 본다. 보은군이 나서서 공사과정을 감독하거나 아예 전자입찰 등 문제의 소지를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 건축공사는 시공사 선정과 계약, 감리업체 선정 등 모든 과정이 주민들에 의해 추진했으며 보은군은 완공 후 정산서를 토대로 공사대금만 지원했다는 것이다.

시공업체 또한 전자입찰로 선정되는 관 발주공사와 달리 견적서를 제출받는 식으로 사실상 수위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업이 끝난 뒤 일부 주민들에 의해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보은군에 대한 충북도의 감사도 이뤄져 관계 부서의 관리소홀이 지적되기도 했다.

수억원의 예산이 지원되면서도 공사 전 과정을 주민에게 맡긴 것은 이 사업이 ‘민간자본보조사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시설물을 지어 주는 것이 아니라 형식상 주민이 건축하는 사업에 자본을 대주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민간자본보조사업은 주민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 한해 지자체가 시공사 선정이나 계약 등을 대행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주민 자체적으로 진행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은의 한 주민은 “수혜를 받는 마을과 주민들이 지자체에 공사 진행을 위탁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비록 주민 자체적으로 공사 진행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계약과 공사의 투명성을 위해 보은군이 주민들을 설득하거나 최소한 전자입찰 등의 방법을 알리는 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했다. 보은군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마을이 사분오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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